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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선된 시를 중견작가의 시평 등과 함께 감상하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17-07-20 09:30
 글쓴이 : 양현근
조회 : 1219  

[월간 조세금융 2017. 8월호]

 

 

기와

 

허영숙

 

 

우체부가 바람을 던져 놓고 가도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집

밤이면 고양이들이 푸른 눈빛을 켜드는

오래된 빈집에

언제부터 들어와 살았나

낡은 전선줄을 타고

지붕을 새로 올리는 담쟁이

땡볕이 매미 울음을 고음으로 달구는 한낮에도

풋내 나는 곡선을 하늘하늘 쌓아올리는

저 푸른 노동

 

질통을 지고 남의 집 지붕을 올리던 가장家長

끙끙 신열을 앓으며 뒤척일 때

얼핏 들여다 본 어깨의

멍자국 같은,

 

 

 

[감상]

생각만으로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시절을 무성하게 덮은 담쟁이 넝쿨도

땡볕이며 비바람 마다하지 않고 푸른 허공을 길어 올린

고픈 노동의 손금일 터이다

한 가정을 꾸리고 기업을 경영하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일

또한 담쟁이의 거친 손금과 닮아 있는 것을 본다

담쟁이의 푸른 기왓장에서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무거운 질통을 한 뼘씩

길어올리는 참 노동의 경건함을 읽는다 (양현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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