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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선된 시를 중견작가의 시평 등과 함께 감상하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17-11-30 18:03
 글쓴이 : 양현근
조회 : 322  

[월간 조세금융 2017. 12월호]

 

백년만의 사랑 / 우대식

 

 

백 년 전 나는

긴 난전의 뒷골목에 앉아 있었다

점점이 어두워지는

거리에 등불이 켜지면

사람들의 긴 그림자가 내게로 왔다

젖은 채 다가오는

사람들

호리병 같은 젖가슴을 가만히 내밀었다

지긋이 입술을 대면

저 멀리 골목 끝에서 날려 오는 벚꽃 잎들

온통 꽃잎이 깔린 뒷골목에서 등불을 들고

걸어가는 반백의 사내가 있었다

이제 어둠의 잔을 채우고

꿈같이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노니

시여 백년만의 시여

이제 내게 검이 아닌

하나의 사랑을 다오

차마 만질 수 없어 치어다 보다 울고 떠날

한 송이 꽃을 다오

백년만의 사랑이 또 다시 뒷골목을 헤매도록

그대로 놓아다오

 

 

[감상]

사는 게 너무 헐겁고

사랑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날이면

문득 떠나온 젊은 날의 뒷골목에 가보라

아득한 꿈과 진득한 사랑과

잃어버린 나의 얼굴도 거기 있을지 모른다

봄날을 지나온 벚꽃의 언어는 왜 그리 분분한가

꿈같은 날들은 왜 늘 뒤쪽으로만 눕는가

시여, 이제 차거운 문장이 아니라

가슴 치밀어 오르는 백년만의 사랑을 다오

차마 만질 수 없는 꽃을 내게 다오

(양현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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