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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0 16:31
2017년 <시현실> 신인상 당선작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5  

2017시현실신인상 당선작

 

 

자라는  턴테이블  외  4

 

이명선

 

 

한쪽으로 기우는 나무의 심장

어떤 힘으로 자라는 날씨의 끝은 언제나 당신을 편애하지

 

당신의 주머니 속 세상은 촘촘하고 그늘져

그 허밍으로 풀어써야 할 말에서 나는 멈춰있지

 

내가 닿아야 할 곳이 처음인 척

트랙을 따라 흘러가는 기분이 깃발인 척

한쪽을 편애하려는 막막한 세상의 한쪽 같은 나무야

 

쏟아지는 발성에서 희망은 연습

점과 선으로 사이 없이 그린 그림을 걸어 놓고

당신과 나는 숫자로만 오늘을 이야기해도 될까

 

점점이 관계하거나 점점이 자라는 노래들

 

당신의 일과에 깔리는 낮은 음성은

한 사람에게는 처음이고 나에게는 마지막이 될 노래 같아

 

나무와 체온을 나누던 바람은 누구의 편이 될까

 

우리가 한때였다면

캄캄하게 우는 숲을 길렀을 거야

바람의 촉으로만 나무를 부르는 숲이 되겠지

 

그때도 우리는 속도를 조절하며 서로를 건너고 있을 거야

 

한쪽으로 기울어진 간발은 몇 계단을 뛰어오르고

나무와 나무 사이로 밟히는 햇빛

연주 전 기다릴 줄 아는 음악가처럼 젖은 트랙의 절반을 나는 남겨두었지

 

 

이방인

 

 

 

그믐이었지 달의 홍채는 빛이 났어 갠지스에서 전염병처럼 바람이 불어와 화염에

몸을 씻고 하나뿐인 빌리는 종적을 감췄지 망루에 올라간 사람이 붉게 흔들렸어

강은 어떤 어둠을 방언으로 채울까

 

당신은 왜

이곳에서 망자로 남으려 하지

 

급하게 죽든

급진적으로 죽든

죽은 자들은 부활을 꿈꿔

 

누구도 끼어들지 않았어 동트기 전 동쪽에서 나팔 소리가 들렸거든 정원사 빌리는

긴 로브 자락을 끌며 은둔자처럼 마을 밖에서 살아 떠버리 빌리와 연쇄적 빌리는

마을에 남기로 했지 젊은 빌리는 한 명뿐이라서 모두들 나팔을 불며 떠나가고 마을에

남은 노인과 아이들 입엔 동전을 넣어 주었지

 

까마귀의 눈으로 나무처럼 말하는 아이야

오늘은 누구의 목소리로 끝없이 노래를 부를 거니

 

머리를 서쪽에 두고 잠이 들었지 꿈에서도 까마귀는 무리 지어 날고 있어서

말귀가 닫히면 손과 발은 묶이고 갠지스에 입을 헹궜어 마지막으로 눈과 이마를

정화시켰지

 

벽제도

이곳 갠지스도

사람이 항렬에 따라 죽지는 않는다고 연기는 매웠어 화장터에는 망자의 배가

있고 가끔 개가 사람을 물기도 했지

 

언제나 붉게 이글거리는 빌리가 있었어

 

 

 

 

스테인드글라스

 

 

 

어떤 부름은 유사하여 유동적입니다

 

응시하는 신은 높은 곳에 있고

나는 거룩함에 매진하고 있는 종탑 아래입니다

 

내려다보고

견딤을 아우르는 사이

 

정오의 타종

정오의 타종을 물어간 새

 

새의 외형은 날개가 아니었으므로 빛에 부딪혔습니다

 

손을 내민 자

내민 손을 거두는 자

고백체로 떨어지는 한순간의 날개 또는 빛

 

간극은 오갈 데 없는 세상 밖을 데려와 메웠습니다

지상의 종잇장 같은 슬픔이 모여 뜨거워지고

 

지붕이 녹아내립니다

서 있는 것은 모두가 까치발입니다

 

하루 지나 하루만 만져질 전능

 

어떤 참회는 참 편리해

검은 얼굴로 창을 가려도 투명해지는 얼굴

 

붉게 물든 천장과 새의 양식은 고딕입니다

누구의 부음에도 답 한 적 없는 경전입니다

 

 

 

이니셜을 새기는 일

 

 

싹둑

 

생각이 머물다 풀리면

그로부터 믿음과 미움은 바이러스처럼 자라나

 

깊은 눈

협곡을 오르는 줄기가 자라는 방

방이 낙하하는 속도감으로 다시 물들 수 있을까

 

잘 안다는 생각에

자꾸 게을러지는 것이 함정이라며 내밀해지는 방의 내부자들

 

하늘을 봤지

흑백의 방에서

 

무엇을 올려 본다는 것은 색다른 놀이를 기억하는 즐거움

앞뒤 재지 않는 너를 향한 나의 편집

 

난색으로 물든 아침

난청의 웅덩이에서 몸을 적시는 나비가 있었지

 

나비야

사소한 나비야

물에 비친 실루엣까지 날아오르렴

 

너의 결대로 바람대로 젖은 잎으로 비문을 펼쳐 놓고 흔들리는

 

어떤 색이 좋아요

척척하게 물어올 때

 

구색에 맞게

몇 가닥의 올이 풀어지는 소리가 들려

 

나의 몸에 너의 이니셜을 새기고 나서야

 

 

맹반*

 

 

고양이의 두 눈으로 보면 지금은 빛이 점멸하는 시간

누군가의 입김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호기심으로 빚어진 난간의 표정

자주 한쪽 귀를 문지르는 것이 한쪽으로만 질문을 받겠습니까

그루밍 하는 그림자를 쓰다듬어도

좀처럼 무릎의 동선을 알아볼 수 없어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일도 모레도 꼬리의 복수도 불쑥 사라지는 정면까지도

 

때로는 진실이 맨발로 낙차를 계산하는 빗물이라면

기꺼이 반경 내에서 빈번해질 텐데

 

수없이 찍힌 손금을 지우며 어둠 속에서 무리 지을 텐데

가느다란 잠을 붙잡고 정면을 일으켜 세울 텐데

 

우리는 짝짝이 걸음을 걷고 있었지

작은 구령으로 보폭을 맞추는 저녁이 오드아이**라면

함구의 빛은 어떤 역설로 빛날까

 

초점 없는 아이가 사력을 다하는 저녁

종일 나는 벌서고 있는 아이처럼 당신 곁에 앉아 겉을 핥지만

 

다르다는 이유로 영원한 우화를 잃게 된다면

당신은 블루 홀 속에서 나를 펼쳐보려는 것이겠지

 

 

 

 

* 빛깔이나 색을 느끼지 못하는 망막 시신경의 희고 둥근 부분

** 양쪽 홍채의 색깔이 서로 다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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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말없이 지냈습니다. 어쩌면 말없이 살았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말이 가져오는 부담감 때문에 때로는 말 없는 사물들이 좋아 보였습니다. , 쳐도 그들의 감정은 언제나 그들의 감정으로 남아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누군가가 나를 툭, 쳐도 나는 내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들어낼 수 없었습니다. 말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바라본 하늘이 눈부셨습니다. 무슨 말로 저 가을 하늘을 말해야 할까 하다가 무작정 나섰습니다. 혼자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과속은 나를 풀어헤치는 일이었습니다. 달리는 내내 하늘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직 어떤 것에도 표현이 서툴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선이었습니다. 나는 또다시 말을 잃었습니다. 까닭 없이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이제부터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 통보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거실을 둘러봅니다. 늘 익숙한 것들이 제자리에 있습니다. 나태함과 나약함과 슬픔과 무료함. 그리고 수많은 감정이 그렇게 제자리에 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말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말없이 지내온 날들은 말없이 잊어버리고 서툴지만 그래도 끝까지 말을 배워야겠습니다.

늘 나의 편이 되어준 남편과 한없는 사랑과 섬세한 감정을 보여주신 김지명 시인께 감사드리며 친구 같은 딸 재인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말문이 트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시현실과 심사위원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말주변 없는 저를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부모님께 인사드립니다.

 

이명선 1969년 충남 홍성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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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시현실 하반기 신인상 공모에 적지 않은 작품들이 응모하였다. 그중 이명선, 서금숙, 백승용, 김은미, 엄경옥 등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이들 모두 고른 수준 아래 개성 있는 언어 표현을 이루고 있었다. 주로 도시의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실존의 불균형과 고독을 감각적인 언어로 묘사하고 있는 엄경옥의 시, 시간의 미세한 흐름을 허무주의적 색채로 묘파하고 있는 김은미의 시, 발랄한 상상력으로 젊은 시다운 면모와 개성을 보여준 백승용의 시, 자신의 체험에 밀착하여 내면에 새겨진 감정의 주름들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는 서금숙의 시, 상상력으로 시적 구성과 언어 면에서 높은 완결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명선의 시 모두 향후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5명의 작품들 가운데 3명의 심사위원들이 가장 주목한 시는 이명선의 시였다.

이명선이 무엇보다 가장 강하게 어필하는 부분은 상상력이었다. 그의 상상력이 피어나는 지대는 사물과 인간, 식물과 동물 등의 모든 존재들이 경계나 막힘없이 공존하는 그 너머의 곳이다. 미지의 곳이기도 하고 생명의 지대이기도 한 그곳에서의 상상력은 유연하고 자유자재하다. 가령 자라는 턴테이블우리가 한때였다면/ 캄캄하게 우는 숲을 길렀을 거야/ 바람의 촉으로만 나무를 부르는 숲이 되겠지에서처럼 그의 시에서 의미를 일으키는 지점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은 채 종횡으로 가로질러 현상한다. 스테인드글라스손을 내민 자/ 내민 손을 거두는 자/ 고백체로 떨어지는 한순간의 날개 또는 빛에서 보여주는 사유의 전개 과정은 빠르게 이동하는 선처럼 날렵하다. 이니셜을 새기는 일깊은 눈/ 협곡을 오르는 줄기가 자라는 방/ 방이 낙하하는 속도감으로 다시 물들 수 있을까에서의 상상력 역시 끊기지 않는 선율처럼 시원스럽다.

이러한 그의 상상력은 자칫 오늘날의 많은 난해시들이 그러한 것처럼 방향을 잃은 채 현란함으로만 귀속될 우려를 낳을 수 있겠으나 이명선은 이러한 위험과 애초부터 선을 긋는다. 그의 시에는 이미 세계에 대한 철학이 내재되어 있는 까닭이다. 그 철학은 자아와 타자 사이의 간극 및 인간의 운명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명선은 자아가 처한 실존의 조건을 여러 경로를 통해 넘어서려 몸부림치고 있다. 이방인에서의 갠지스에서 전염병처럼 바람이 불어와 화염에 몸을 씻고 하나뿐인 빌리는 종적을 감췄지 망루에 올라간 사람이 붉게 흔들렸어 강은 어떤 어둠을 방언으로 채울까와 같은 구절은 죽음에 처한 인간의 절대 고립을 다루고 있으며, 맹반고양이의 두 눈으로 보면 지금은 빛이 점멸하는 시간/ 누군가의 입김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호기심으로 빚어진 난간의 표정과 같은 대목은 당신사이의 극단적인 거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명선의 시는 이처럼 인간의 한계 조건을 넘어서려는 몸부림에 대한 형상화이며 그의 상상력은 곧 이를 향한 열망의 강도이다. 그의 상상력의 지대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가 함께 기거하는 그 너머의 곳이 되어야 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더욱이 현대적 어법을 획득하고 있는 이명선의 사유와 상상력은 결코 단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습작의 기간에 걸친 탄탄한 훈련을 통해 얻어진 것으로 보이는 까닭에 앞으로 그의 시적 성장의 귀추가 기대된다 하겠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이명선의 자라는 턴테이블이방인, 스테인드글라스, 이니셜을 새기는 일, 맹반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기로 하였다.

 

 

심사위원 : 문정영 (시인)

김윤정 (, 문학평론가)

원탁희 (시인, 본지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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