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17-01-03 14:5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791  

 

2017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두꺼운 부재(不在)

 

     추프랑카

 

 

 

   안 오던 비가 뜰층계에도 온다 그녀가 마늘을 깐다 여섯 쪽 마늘에 가랑비

 

   육손이 그녀가 손가락 다섯 개에 오리발가락 하나를 까면 다섯 쪽 마늘은 쓰리고, 오그라져 붙은 마늘 한 쪽에 맺히는 빗방울, 오리발가락 다섯 개에 손가락 하나를 까면 바람비는 뜰층계에 양서류처럼 뛰어내리고, 타일과 타일 사이 당신 낯빛 닮은 바랜 시멘트, 그녀가 한사코 층계에 앉아 발끝을 오므리고 마늘을 깐다

 

   매운 하늘을 휘젓는 비의 꼬리

 

   마늘을 깐다 한 줌의 깊이에 씨를 묻고, 알뿌리 키우던 마늘밭에서 흙 탈탈 털어낸, 당신 없는 뜰층계에서 통증의 꼬리 하나씩 눈을 뜨며 낱낱이 톨 쪼개고 나와야 할 마늘쪽들, 층계 갈라진 틈 틈으로 촘촘하게 내리는 비, 집어넣는 비, 비의 꼬리도 꿰맬 듯 웅크려 앉아 그녀가 마늘을 깐다. 묵은 마늘껍질처럼 벗겨져, 하얗게, 날아가 버리는 맨종아리의 육남매 비안에 스며 있는 그늘의 표정으로 여섯 해, 꿈속 수면에 번지던 당신 뜰층계에 불쑥 붐비는 당신의 이름, 아멘 아멘 아멘 마늘은 여섯 쪽이고 육손이 그녀 뒤뚱거리며, 오리발가락 여섯 개에 손가락 여섯 개를 깐다

 

   세 시에 한번 멎었다가 생각난 듯 쿵, 쿵 아멘을 들이받으며 아직 다 닳지 않은 비가, 다시 여러 가닥으로 쪼개진다

 

 

 

[심사평] 모호한 화법이지만 '여섯' 리듬의 변주 뛰어나

              장석주(시인), 장옥관(시인, 계명대 교수)

 

 

   책으로 묶인 예심 통과 작을 읽으며 시의 균질화 현상에 잠시 당황했다. 하나의 예로, 세계를 ‘책’으로 펼치고, 일상을 ‘열람’하며, 물의 ‘문장’으로 바꾸는 환유(換喩)들은 범상한 재능으로 상투형에 가까운 것이다.

 

   한 교재로 시를 배운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시적인 것’에 갇히면 ‘날것의 감각’과 낡은 작법(作法)을 깨고 부수는 신인의 예기(銳氣)를 드러내기 힘들다. 스무 명의 본심 대상작들 중에서 1차로 고른 것은 송현숙, 이도형, 김재희, 박윤우, 김종숙, 김서림, 추프랑카 등 여섯 분의 시다. 이 중에서 송현숙의 '박스를 접다', 이도형의 '구름을 통과한 검은 새의 벼락', 김종숙의 '파'를 눈여겨보았으나 상상력의 발랄함과 시적 갱신의 정도가 모자라다고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김서림의 '사해문서 외전(外傳)'과 추프랑카의 '두꺼운 부재(不在)'가 당선을 겨루었다. 김서림은 시를 빚는 조형력과 언어 구사가 좋았다. “물속에 파종된 햇빛” “달의 뒤꿈치에서 하얀 밤이 돋는다” “슬픈 거미들은 죽음의 전언을 행으로 옮긴다” 같이 의미를 감각화 하는 시구들은 반짝이지만, 낯익은 발상과 기성(旣成)의 영향이 어른거리는 것은 흠이다. ‘날것의 감각’이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추프랑카의 '두꺼운 부재(不在)'는 모호하고 화법(話法)이 낯설지만, 우리는 그 낯섦을 ‘날것의 감각’으로 이해했다. 여섯 쪽 마늘, 육손이, 여섯 해, 육 남매 등에서 ‘여섯’은 잉여고, 덧나고 아픈 상처다. 시인은 상처를 화석화하고 정적인 것으로 소모하지 않는다. 이 특이점은 까고, 벗기고, 날아가고, 스미고, 붐비고, 들이받고, 쪼개지고… 등등 다양한 움직씨 활용으로 나타난다. ‘여섯’은 여러 가닥으로 쪼개지고 끝내 셀 수 없는 빗줄기로 전화(轉化)한다. ‘여섯’을 리듬에 실어 여러 겹의 의미로 변주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두 심사자는 추프랑카의 '두꺼운 부재(不在)'의 낯섦이 다른 응모자들이 보여주지 못한 시적 새로움의 징후라고 판단하면서 기쁘게 당선작에 올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3 2018 <미네르바>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8-25 224
112 2018 <열린시학>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8-25 175
111 2018년 상반기 《시사사》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8-25 126
110 제 51회 현대문학상 작품상 수상작 관리자 08-25 150
109 2018년 상반기 <시로여는세상>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4-23 1229
108 2018년 상반기 <시인동네> 신인상 당… 관리자 04-23 1027
107 2018년 <시산맥> 신인상 당선작 / 이소현 관리자 04-05 1028
106 2018년 상반기 <시현실> 신인상 당선작 / 이강, 김예하 관리자 03-30 736
105 제2회 시산맥 <시여, 눈을 감아라> … 관리자 02-19 968
104 제8회 시산맥작품상 수상작 / 이재연 관리자 02-19 856
103 2018년 <대전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2-05 1148
102 2018년 <경상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2-05 780
101 2018년 <농민신문>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2-05 669
100 2018년 <광남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2-05 595
99 2018년 <부산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2-05 742
98 2018년 <경남신문>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2-05 608
97 2018년 <광주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2-05 637
96 2018년 <강원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2-05 684
95 2018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2-05 567
94 2018년 <불교신문>신춘문예 당선작 (1) 관리자 02-05 602
93 2018년 <매일신문>신춘문예당선작 관리자 02-05 650
92 2018년 <머니투데이경제>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2-05 515
91 2018년 스토리문학상 수상작 관리자 01-25 798
90 2018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11 1292
89 2018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11 1050
88 2018년 <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11 857
87 2018년 <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11 957
86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11 988
85 2018년 <세계일보>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11 809
84 2018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11 770
83 2018년 <문화일보>신춘문예 당선작 (1) 관리자 01-11 897
82 2017년 <시현실>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11-10 1266
81 2017년<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당선작 관리자 10-19 1521
80 2017년 <창작과비평>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10-19 1625
79 2017년 <시로여는세상> 하반기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10-19 1138
78 2017년 <시인동네> 하반기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10-19 1294
77 2017년〈문학동네〉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10-19 1765
76 제2회 정남진 신인 시문학상 당선작 관리자 08-17 1306
75 2017년 <문학들>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8-08 1216
74 2017년 <시인동네>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1871
73 2017년 <현대시>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1952
72 2017년 <애지> 봄호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1243
71 2017년 <포엠포엠>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1207
70 2017년 <현대문학>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1695
69 2017년 <문학과사회>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6-21 1791
68 2017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3-24 1611
67 2016년 문학선 신인상 당선작 관리자 01-09 2161
66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6) 관리자 01-03 3538
65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1) 관리자 01-03 2391
64 201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관리자 01-03 2213
 1  2  3  

 

select count(*) as cnt from g4_login where lo_ip = '54.161.71.87'

145 : Table './feelpoem/g4_login' is marked as crashed and should be repaired

error file : /board/bbs/board.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