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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문은 블랙홀이다 / 남상진 시집
  
 작성자 : 허영숙
작성일 : 2017-07-14     조회 : 554  



 

 

출판사서평

 

세상이 비극적이라는 인식은 이 시집에서 빈도 높게 나타난다. 거친 세상과 고달픈 인생에 대한 인식은 이 시집의 많은 시편들에서 도드라지는 특징에 속한다. 시인이 보는 세상은 “눈덮힌 솔가지 뭉텅한 붓 자루/ 바람의 방향을 분주히 적는데/ 세상은 바람 따라 눕기만 하는”(『불이선란도』) 곳이다. 이처럼 진정성과 주체성을 상실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견고한 조임으로 누수를 막는 일”(『망가진 나사 산』)이라고 할 정도로 “누수”처럼 빈틈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가령 “장삼 자락 끄트머리 매달린/ 티끌 같은 생애여”(『면벽좌선』)에서는 삶의 허무감을 드러내고, “구겨지고 상처 나기 일쑤인 삶”(『다림질 하는 여자』)에서는 “상처”투성이의 삶에 대해 노래한다. 시인이 보는 세상은 “눈 덮힌 솔가지 뭉텅한 붓 자루/ 바람의 방향을 분주히 적는데/ 세상은 바람 따라 눕기만 하는”(『불이선란도』) 곳이다.
더구나 오늘날 인간이라는 존재는 하루하루를 허공에 매달려 살아가는 존재이다. 현대인은 뿌리 뽑힌 존재로서 그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노마드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첨단 문명이 인간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자본이 인간의 진정성을 넘어서는 시대인 것이다. 인간 이외의 외적인 요소들에 의해 인간의 실존적 가치가 위협을 받는 시대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인간의 정체성을 시인은 허공에서 살아가는 거미에 빗대어 드러낸다.

그가 등을 구부려 침묵의 밀도를 재는 동안
나는 허공에 문을 내고 어둠의 모서리를 당겨
밤새 젖은 세상에 혓바닥을 대 본다
공중에 부침하는 것으로도
삶의 의미는 충분하지만
입술을 열어도 말이 되지 못한 생각들은
햇살이 비치는 아침에도 캄캄하다

따로 문이 없는 세상에서
바람의 방향을 읽지 못한 내 걸음은
훤한 낮에도 절뚝거리고
높이 걸린 눈동자들
밤이 되면 지상으로 내려와
이슬방울로 거미줄에 걸린다
반짝이며 몰려온 것들이
허공에 손금으로 박히는 하루
돌아서면 식어버릴 온기로
고독을 뽑아 허공에 걸고
공중에 발자국을 남기는
저 깊고 선명한 허공의 손금(『거미의 손금』 전문)

시의 화자인 “나”는 “거미”의 생리에 인간의 실존적 의미를 투사한다. “허공에 문을 내고 어둠의 모서리 당겨” 살아가는 “나”는 “밤새 젖은 세상에 혓바닥을 대 보”지만 결국은 “공중에 부침하는” 생애의 주인공일 따름이다. “나”는 또한 “입술을 열어도 말이 되지 못한 생각들”로 살아가는 “침묵”의 생애를 살아가기에 “아침에도 캄캄하다”고 한다. “바람의 방향을 읽지 못한 내 걸음은” 정서적 불안감으로 “훤한 낮에도 절룩거리고” 살아갈 뿐이다. 다만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높이 걸린 눈동자들”처럼 “이슬방울로 거미줄에 걸린다”. 그러나 거미는 거미줄에 내려앉은 별빛에도 불구하고 “돌아서면 식어버릴 온기로/ 고독을 뽑아 허공에 걸고” 살아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나”가 거미를 통해 그러한 고독과 허무한 삶의 실존적 의미를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거미의 생리처럼 거미줄이라는 “깊고 선명한 허공의 손금“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허공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지상에서의 안정감을 상실한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허공에서 뜬 삶을 산다는 것은 중력이 없는 삶과 같”기에 “살아가는 것은/ 허공의 한 귀퉁이 엉성하게 밟고 앉아/ 이슬에 젖은 새벽과/ 허기에 젖은 생각을 말리며/ 깊은 우주로 추락하는 일이다”(『중력은 없다』). 인간의 한계 상황이다.
세상에 대한 비극적 인식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이루어진다. 매일매일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기사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비극으로 가득 차 있음을 증명해 준다.

어제는 불을 끄다가 블랙홀에 빠진
어느 가장의 이야기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죠
도심 속 행성으로 소방차를 몰고 나간 그가
우주의 미아가 된 이야기 말이에요
집을 나서는 일은 은하계를 벗어나
안드로메다 어디쯤 떨어져
까맣게 애를 태우다 돌아오는 일이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모두 집을 나선 사람들이에요
아이들은 베란다, 혹은 마당에 둘러서서
엄마 아빠의 무사귀환을 빌기도 해요
현관문을 나서면 우리는 모두 별이 되지요
어두운 밤길을 걸어본 이들은 알아요
얼마나 많은 별이 길을 잃고
둥근 절벽에서 혜성으로 추락하는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새벽의 그물에 갇혀서
여명의 이마에 낮별로 박히는 이들은 말하죠
인생은 블랙홀을 통과하는 일이라고
이 좁은 행성에서 별의 모습으로 줄타기하는 당신
당신의 별은
오늘도 무사하신가요?
----『현관문은 블랙홀이다』 전문

이 시집의 표제작인 이 작품은 상상의 진폭이 매우 넓다. 이 시의 모티브는 화재의 현장에서 “불을 끄다가” 희생된 “어느 가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신문의 헤드라인” 기사이다. 소방관의 희생과 관련된 이 기사의 내용을 보면서 시인은 “블랙홀”을 상상한다. “블랙홀”은 우주의 죽음을 의미하는 물리학적 개념으로서,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흔적 없이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존재이다. 화재 현장에서 화마가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현장에서 블랙홀이 우주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현상을 연상한 것이다. 그래서 소방관의 희생과 관련된 사연은 “도심 속 행성으로 소방차를 몰고 나간 그가/ 우주의 미아가 된 이야기”이고, 소방관이 “집을 나서는 일은 은하계를 벗어나/ 안드로메다 어디쯤 떨어져/ 까맣게 애를 태우다 돌아오는 일”이라고 보는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방관이 출근을 위해 통과하는 “현관문”을 블랙홀이라고 보는 것은, 현관이 위험이 가득한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라는 인식 때문이다. 아무튼 그가 “현관문”과 그 밖의 세상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어둠을 밝히는 하나의 “별”처럼 저만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인생은 블랙홀을 통과하는 일”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남상진 시인의 {현관문은 블랙홀이다}에서 사회적 차원의 비극을 노래하는 시구들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그 가운데 특히 우리 사회를 한동안 슬픔의 블랙홀에 빨려들게 했던 세월호 참사를 호명하는 시구는 주목할 만하다. 즉 “유리창의 안쪽에서/ 이승의 발자국을/ 옷소매로 닦았지만/ 유리 속 얼굴은 지워지지 않았다/ 두른거리던 팽목항 목소리들은/ 발자국보다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중략…/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질주하는/ 이 팅팅 불은 슬픔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몽유』)고 노래한다. 극단적인 슬픔의 장면을 두고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느 유흥주점 화재 사건을 두고 “푸른 희망이/ 안구 속으로 타들어가며/ 화면을 채우는 세상/ 비. 상. 구/ 미처 피하지 못한/ 굵은 고딕의 절규가/ 가슴에 못을 박는다“(비상구는 없다』)고 하여 ”비상구”조차 없는 사회적 소외자의 비극을 노래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노동 현장의 소외자에 대해서는 ”정리해고 통지를 받은 지 일곱 달// 한 평 남짓한 방 안에 갇혀서/ 벼룩시장 구인란을 헤엄치는 김씨/ 출구도 없는 벽을 향해/ 몸 말리며 누운 등이/ 멸치처럼 휘었다“(『죽방렴』)는 비극적 이미지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저자 소개

남상진은 1967년 경북상주에서 출생했고, 경남대학교를 졸업했으며, 2014년 {애지}로 등단했다. ‘시흥문학상’, ‘민들레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마을 숲동인, 마산문협회원, 시산맥회원, 영남시동인, 애지문학회회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현관문은 블랙홀이다}는 그의 첫 번째 시집이며, 그의 비극적인 세계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전개된다. 첫 번째는 실존적 차원이고, 두 번째는 사회적 차원이다. 그 어디에도 비상구는 없고 어렵고 힘든 삶 뿐이지만, 그러나 그는 “어둡고 깊은 곳엔/ 늘/ 단단한 뿌리가 자란다”([뿌리는 닫힌 문이다])라는 시구에서처럼, 삶의 지혜로서 모든 역경을 극복해나가고자 한다. 남상진 시인의 첫 시집 {현관문은 블랙홀이다}는 ‘지혜의 시인’이자 ‘의지의 시인’의 예사롭지 않은 ‘서광’의 총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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