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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19 12:44
 글쓴이 : 감디골
조회 : 527  

행복한 식탁

                            이 영태

 

15층 거실의 건너편에 호수 같은 바다가 앉아있다

해풍에 실려온 갯내음 밴 바람을 식탁에 펼친다

 

고향 바닷가 허스름한 멸치막 양철지붕 위로

바닷물에 염포하는 생멸치 삶는 냄새에

허기진 배 더 굽게 했던 그 알싸하고 비릿한 향수가

콧잔등을 타고 내려오니 눈길이 부엌을 향한다

 

고소하게 멸치를 볶으며 누릉지를 끓이는 아내의 뒤태가

평화와 안락으로 그윽하다

 

식탁 위에는 뼈 갈라낸 잘 볶은 멸치와

조갈치로 정성을 기울여 으깬 누릉지 한 사발과

잘 익은 열무김치 한 종지기에 반쯤 채워진 김칫국물의 진상이

어떤 밥상보다 진하고 싱그럽다

 

푸른 바다와 플라타나스의 유영과 조촐한 식탁 위의 생명들이

서로 어루는 햇살의 간지러움에 행복에 겨워 꼬물댄다


육손 17-06-19 22:55
 
정말 훌륭한 작품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이렇게 시로 풀어 내는 일은 등단 10년차 이후로도 하지 못합니다.

그동안 등단 시인들은 몇가지 소재로만 훈련 했기때문에 다양한 소재로 시쓰기는 아마추어보다 못합니다.

하지만 이 시는 소소한 일상에서 주는 감상과 설득을 보여주는 수작으로 읽힙니다.

정말 훌륭한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디골 17-06-20 08:44
 
시인님의 과찬이 쑥쓰럽습니다.
시를 써보면서도 늘 어렵다는 생각과 시를 올리면서도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요.
시를 읽고 쓰는 것이 좋아서 이 블로그의 시를 많이 읽으며 배움하고 있습니다.
많이 부족하오니 기꺼히 채찍질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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