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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7 10:58
 글쓴이 : 라라리베
조회 : 1098  

70~80, 광화문 뒷골목과 사람들

 

 

                       신명

 

 

 

그곳엔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골목마다 서까래 냄새가 그윽했고

열두 대문을 가진 집은 전설로 서 있었다

아침이면 벽에 걸린 카라얀이

곱슬머리에 눈을 부릅뜬 운명을 지휘했다

환희의 송가가 잠든 땅에 입을 맞추면

붉은 장미꽃이 만발했다

거리엔 재수, 삼수의 청춘들이

토끼 눈을 비비며 학원 문을 들락이고

다이아몬드 바늘을 팔던 레코드 가게에선

시대를 말해주는 음악이

고뇌를 접수하며 발길을 잡아끌었다

새 바늘을 매단 날렵한 엘피판에선

살아 숨 쉬는 하루가 흘러나왔다

빨간 별을 켠 낡은 전축은 카페의 이별을

예감하듯 상심한 눈을 감겨 주고

멜라니샤프카의 The saddest thing

킹크림슨의 Epitaph가 서둘러 저녁의 문을 닫았다

밤이면 그 골목엔 속눈썹이 긴

데생 선생님이 술 취한 조각상을 그리곤 했다

그 옆엔 나의 푸른 물감이

풋사과를 조금씩 베어 먹고 있었다

사거리를 밝히던 동상도 잠든 새벽

공중탕 첫 마중물에 젖어 들던 꿈처럼

나이는 나이의 주인을 늘 앞서갔다

별빛은 밤새 문살 사이로 흘러내려

심장에 쩍쩍 붙은 파편을 떼어내던 바람이었다

그 바람의 땅은 이제,

오피스텔 숲속에 낮은 하늘로 저물고

광화문 뒷골목엔 여전히

그때의 얼음알갱이가 발자국마다 박힌다


두무지 17-12-07 11:12
 
직장생활을 광화문에서 시작, 끝을 낸 저는
남다르게 눈이 번쩍 뜨입니다.
지금은 도시 개발로 많이 변했지만 옛 정서를 글로 올려주신 시인님에게
각별한 감사를 전 합니다.
어쩌면 세밀한 관찰을 기울이기라도 하듯, 광화문 뒷골목 풍경이 물씬 풍깁니다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평안을 빕니다.
     
라라리베 17-12-07 11:26
 
그러셨군요
좋은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셨네요
저도 광화문은 제 젊은시절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죠
예전엔 중앙청이라 그런거 같은데 그 길에 뒹글던 은행잎은
아직도 눈앞을 아른거립니다
이젠 작은 골목들은 거의 사라졌으니
세월의 흐름이 무상합니다
두무지 시인님 귀한 발걸음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십시오^^
정석촌 17-12-07 11:29
 
세종 문화회관 뒷  동네
여러생각납니다

풋사과를  조금씩 베어 먹는  푸른 물감
술 취한 조각상

라라리베시인님  뭔가가 푹 들어앉는  느낌입니다
시각의  파편인가요
석촌
     
라라리베 17-12-07 11:49
 
조각상과 친구하며
긴 속눈썹을 들여다 보며
물감을 풀어 하루하루를 채색하던 날이 있었지요

이젠 하루가 십년보다 더 긴날만
남은 것 같습니다

정석촌 시인님 감사합니다^^
김태운 17-12-07 12:15
 
광화문 뒷골목을 서성이는 연가가 낙엽처럼 밟히는 시향입니다
역사의 거리에서 풍기는

그 주변이 모두 중심이지요
감사합니다
     
라라리베 17-12-07 19:50
 
지금도 광화문을 중심으로 역사가 이루어지지만
그때도 주변으로 불빛이 모여들었지요
서울의 거리,골목마다
서민의 애환이 모여 지금의 거대한 도시가
심장부를 지키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김태운 시인님
이장희 17-12-07 13:08
 
[나이는 나이의 주인을 늘 앞서갔다
별빛은 밤새 문살 사이로 흘러내려
심장에 쩍쩍 붙은 파편을 떼어내던 바람이었다]

레코드가게 정겹게 느껴지네요.
LP판으로 듣던 음악이 참 좋았는데...
광화문에 가면 골목이 늙어 있더군요.
그때 그시절 난 어려서 잘 모르지만 시인님 시를 통해 조금은 알것 같네요.
묵직하고, 사람의 맘을 움직이는 시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추운 겨울이 이어지는 날입니다, 건강조심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라라리베  시인님.
     
라라리베 17-12-07 19:57
 
이장희 시인님은 강산이 한참 변하고 난 뒤니
잘 모르시겠네요
그때는 광화문 종로 명동등을 중심으로
청춘의 문화가 출렁거렸었죠
레코드 가게나 음악감상실도 많았었구요
지루하지 않게 느껴주시고 맘을 움직여 주셨다니
제가 감사합니다
이장희 시인님도 건필하시고
건강히 아름다운 겨울 보내십시오^^~
추영탑 17-12-07 15:37
 
이젠 세월이 너무 흘러서 옛 광화문을 연상할 수가 없네요.
50여년 전에 무슨 정부 청사가 두 동 나란히 있었는데 그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생각이 납니다.

숙명여고와 맞붙어 있는 xx 고교가 제 모교였거든요.
청진동 해장국 골목도 가물가물 하고요.

그 근처에 안 가본지가  그만큼의 세월이니 상상이 잘 안 되는 군요.

점심시간이면 운작았이 작았던  우리 학교를 빤히 내려다 보던 그 여학생들은
모두 잘 사는지... ㅎㅎ

광화문 하니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
     
라라리베 17-12-07 20:05
 
나오신 모교가 어디인지 알 것 같네요 ㅎ
광화문 내수동 내자동 종로 청진동 수송동 안국동 낙원동
명륜동 가회동 재동 무교동 인사동 명동 퇴계로..
다 광화문 주변인 곳이죠
어쩜 추시인님하고 저는 연배가 비슷하다면
한번쯤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었겠군요ㅎㅎ

추영탑 시인님 귀한 추억으로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영숙 17-12-08 02:46
 
라라리베님
사랑하는 우리 예쁜 시인님! 방가 반갑습니다

그리움으로 점철된 거리의 이름 입니다
재동에서는 우리 큰어머님이 사셨고  가외동에선
우리 모친과 막내 여동생이 살았고

낙원동은 한때 나의 직장이 있었고
종삼 거리에 유명한 골목이지요  ㅎㅎ
오랫만에 그 골목 답사를 시심 속에서 멋지게 하고 갑니다

시인님! 50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곳에 서 있는 듯 합니다
잘 감상 하고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고운 밤 되시옵소서
사랑을 드립니다 하늘만큼요 ♥♥
     
라라리베 17-12-08 23:21
 
시인님도 인연이 많이 깊은 곳이네요
어쩜 저하고 스쳐 지나갔을지도 ㅎㅎ
정말 하루하루가 늦게 가서 지루할 때도 많았는데
세월이 언제 흘러갔는지 돌아보니 아득합니다
어느새 회상 하는 시간이 더 많아져 버렸지요

은영숙 시인님 귀한 시간 들러 주셔서 감사해요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사랑 많이 많이 드릴께요~~
최현덕 17-12-08 14:23
 
그 뒷골목엔 유정낙지 집이 있었지요.
매콤한 맛에 우리 작당들은 그곳에 들러서도 각자 써온 원고에 대해 합평을 끝낸 작품에 대해서 옷신각신
의견이 분분 했드랬지요.
추억의 광화문 뒷골목...
참 아련합니다.
그 골목엔 지금도 시가 넘치고 사설이 넘치고....하겠죠?
     
라라리베 17-12-08 23:26
 
유정낙지집 저도 무척 좋아했었는데
명동 칼국수집두요 ㅎ
광화문 무교동 지금은 정말 많이 변해서
상징적인거 빼고는 거의 옛모습을 찾을 수가 없지요
시인님과는 같은 시대를 살아왔으니공통분모가 많겠습니다
최현덕 시인님 아련한 추억에
같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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