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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13 16:18
 글쓴이 : 이기혁
조회 : 121  

 

 

뱀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아래로 등이 구부러진다

가까이 보면 오래전에 벗은

피곤한 몸이 있다

 

배고픈 뱀이 고슴도치를 바라본다

뱀은 가시보다는 고슴도치를 삼킬 수 있는

튼튼한 가죽을 가지고 싶다 어젯밤

코끼리를 삼킨 친구의 임신을 전해 들었다

중절모처럼 부푼 친구의 배를 떠올리면서

뱀은 고슴도치의 반대편으로 기어간다

 

그날 밤, 꿈속에서 발을 가진 에덴의 뱀이

과일이 열리는 나무를 향해 걸어간다

발을 가진 채로는 선악과를 먹을 수 없다

발을 자르고 허물을 벗는 뱀의 하복부에서

따뜻한 피가 흘러나왔다 이제 뱀은 부끄럽다

 

뱀의 예전 몸이 나무 아래로 떨어진다

숲을 헤매던 아이가 뱀의 몸을 발견한다

뱀은 과거의 자신이 장난감이 되기 전에

아이를 향해 기어간다 한입에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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