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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14 12:54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701  

거룩한 변절

 

무슨 거룩한 일이 있어

허름한 산들이 구름 보따리에 싸두었던 흰 옷들을 꺼내 입는지,

나는 발밑을 파먹으며 거룩한 직물에 구멍을 내는 좀이다

 

결혼식 날 누이는 눈 덮힌 산길처럼

바닥까지 닿는 면사포를 쓰고 평생 질퍽이지 않을듯 걸었다

상조회에서 산 수의를 미리 입어 보시던 할머니는

이내 녹아서 땅속으로 스며 들었다

가랑이 사이에 한 뭉치 눈을 차고  울던 조카는

건장한 눈사람이 되어 봄이 오는 길모퉁에 서서 오줌을 쌌다

 

진창을 두려워하는 눈송이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하얗고 깨끗한 세상을 향해 투신한 좌우명들이 이내 얼어 붙고

길 잃은 반성들이 에이포 용지 위에서 몇 발자국 못가 멈춰섰다

백미 같은 눈을 허리 굽혀 수확해서 우상의 배를 불리고

햇솜보다 포근한 풍경의 위선에 치를 떨며 맨손을 무장 했다.

냉기의 결속력이 동네 아이들 편을 가르고 싸움을 붙이면

동네 개들도 길길이 날뛰며 뺏은 깃발처럼 눈길을 짓밟았다

 

진창이다. 엉망진창이다. 만신창이다

저 시린 포부가 누더기가 되고서야 벗어 던지는 겨울,

봄은 알몸의 산야를 덮치는 욕정이다

거룩한 예식이 끝나지 않으면 오지 않는 밤,

속수무책으로 들고 일어나는 상것들,

풀 죽은 누추에 스며든 결벽의 거룩한 변절,

봄은 가래 끓는 주례사에 지친 꽃들의 하품이다


정석촌 18-01-14 19:04
 
봄이  화들짝 
꽃들이  아니 벌써  하겠습니다

대한도  어머나  하겠고요
석촌
     
공덕수 18-01-15 07:09
 
ㅎㅎ한 오십년 사니까 무엇이 무엇보다 좋다 보다, 무엇은 무엇대로 좋다에 가까워집니다.
겨울은 겨울대로 봄은 봄대로, 흰 것은 흰 것대로 얼룩이는 얼룩이대로 좋은 것 같습니다.
인간은 태초에도 세상을 바꾸어야 겠다고 생각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와는 선악과를 범했을 것입니다.

단번에 백지가 되기를 꿈꾸어 로베스피에르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머리와 몸을 분리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일들은 러시아에도 중국에도 우리나라에도 일어 났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이상이라고 부르는 것도
가만히 끝을 따라가보면 하얀 욕심 같습니다. 눈이 녹아 질퍽이는 길을 따라 봄이 오는  것 같습니다.
늘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시를 생각하다 잠들면 잠결에도 꿈결에도, 문득 문득 깬 숨결에도 시를
쫓게 됩니다. 참 몸에 해로운 것 같습니다.  아침입니다. 우리 생의 일력은 몇 장이나 남았을까요?  그것을
한 장 한 장 째는 아침 입니다. 일력을 쓰본지도 오래 되지만, 장사를 치르는 기분으로 찢게 됩니다.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숫자로 적힌 오늘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한마디 건내시면
열마디 하는 수다스러움이 부끄럽습니다. 외롭다보면 생기는 병 같습니다.
동피랑 18-01-15 06:08
 
이 분은 비장 수술 안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단칼에 사유를 베다가 문장에 말리고 있으니 비장한 각오로 읽힙니다.
간절한 무엇이 시를 쓰게 하나 봅니다. 다시 월요일 힘찬 출발 응원합니다.
공덕수 18-01-15 07:24
 
아! 그렇군요.
오늘 오후 다섯시부터 아는 동생의 소개로 해물탕 집을 나가기로 한, 그 월요일 아침이군요.
제 생존의 메뉴가 콩나물 해장국에서 해물탕으로 바뀌었습니다. 미역국, 돼지 국밥, 탕수육,
생선회, 숯불 갈비, 한우, ,,참 자주도 바뀝니다. 그래도 음식을 만들고, 먹게하는 일은
생명을 연장하는 신성한 의식을 치러는 일 같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생계가
힘에 겹지 않을까요?  만나는 무엇에나 열렬한 사랑을 잃지 않는 것이 힘겨움을 즐거움으로
바꿔주는 것 같습니다. 얼음을 물로 만드는 것처럼, 굳은 것을 흐르게 만들고, 무거운 것을
한 바가지씩 가볍게 만들고,  새우와 꽃게와 조개와 가재와 문어, 쭈꾸미와 그것을 먹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겠습니다.  아침부터 말이 많아 죄송합니다.  그 안에 시가 흐르는 사람들을 만나면
끊겼던 전선이 이어지는 것 같아 저도 어쩔수 없습니다.  전 생애에서 가장 뜨거운, 그리고 빛나는
설령 뜨겁지도 빛나지도 못할지라도, 전 생애 한 순간 뿐인 하루를 소중하게 만나시기 바랍니다.
자운0 18-01-15 09:18
 
시에 대한 열정이 이곳까지 물들이는 아침입니다.
이른 봄 내음이 물씬 번지기도 하고요.
콩나물 해장국과 해물탕이,
새우 꽃게 가재 문어 주꾸미...... 모든 신성한 것들이 시로 승천하는 나날 되시기를 바라며
가장 뜨거운 시를 쓰고 계시는 공덕수 님, 시와 함께 행복한 한 주 시작하세요.
공덕수 18-01-15 10:12
 
너무 뜨거우면 시들이 숯이 되거나,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을텐데..걱정입니다.

봄날 아직 모를 심지 않은 빈 논에 자욱한, 아니 그렁그렁한,분홍보랏빛 사랑 같습니다.
논은 벼를 품을 때보다 자운영을 품을 때 첫 사랑을 하는 사내처럼 달콤한 홍조가 도는 것 같습니다.
봄비가 내리면 우산을 받히고 강뚝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던 꽃이군요.

그래서 시들이 들떠지 않고, 논물에 풀린 봄처럼 따뜻한 수분감이 느껴지나 봅니다.
장님의 눈으로 시인님의 향기를 봅니다. 장님의 눈으로 시인님의 소리를 봅니다.
참 고운 분이군요.(우리 아이들이 읽으면 손발 오글거린다 하겠지만 사실 입니다)

자운영님도 봄 논 같은 하루 되십시요.
서피랑 18-01-15 11:28
 
봄은/ 주례사에 지친 꽃들의 하품이다/
멋진 구절입니다.

건장한 눈사람이 되어.. 오줌을 쌌다/ 는 표현도 재밌습니다,

서술의 생동감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공덕수 18-01-15 12:10
 
요즘은 겨울이 술이라도 마시고 다니는지
춥지도 않고 미지근 합니다. 이 곳에선 눈구경하기 힘들어요.
사람들은 축복 받은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
왜 지리산 너머의 저주가 겨울마다 부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춥고 시린 장벽들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보면
결국 인생이란 추억의 보따리를 이고 지고 가는 피난 같습니다.
흰 옷을 입은 거룩한 예식장이 겨울 같습니다.
지리산 이쪽 우리들의 산들도 예식의 옷을 나눠주면 좋겠습니다.

눈을 기다리면 아직 아이라고 하던데
눈을 귀찮아해야 어른이라고 하던데
적설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은행 잔고가 많지 않다는 것보다
크게 와닿는 슬픔이라니..ㅋㅋ 사람 되기는 글렀나봅니다.
그런거라면 눈사람이라도 되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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