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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2 00:08
 글쓴이 : 안희선
조회 : 390  





초상(肖像)의 디자인, 그 어떤 날 / 안희선


기울어 가는 지평선을 뒤로 하고 마음 설레이는
바람처럼 사람들이 지나간다 길 위에 흔들리는
그림자들은 저마다의 잿빛 옷을 입고,
그 중의 몇몇은 짧은 하루의 강한 사슬에 묶여
허우적거린다
미지근한 도시의 공기가 햇빛을 받아 안개로 부풀고
잠에 취한 눈꺼풀 마냥 깜박이는 계절의 모습이
확대되는 동공의 커다란 캔버스 위로 곤두박질 친다
이따금, 머리 위에서 열리는 창문
그것은 이미 떠나간 사람들의 우수(憂愁)로 가득해
덜컥이며 이상한 정적을 만들어가고,
누군가의 뺨위를 스치는 눈물 !
끝내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해 저 홀로 서성이는
희망의 도로에는 검은 꽃이 까만 향기로 얼룩지고,
떠들석한 도시의 자동차들은 기나긴 부고(訃告)의 경적을 울린다
태양은 구름 뒤에 숨기 바쁘고 그렇게 또 다른 세계를
비추는 동안, 암전(暗轉)하는 거리 위에는 그래도 분주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의 눈물을 따라온 추억 하나가
아련히 기다리는 시간을 삶의 한 가운데 풀어 놓는다
쌓인 고된 일거리 가운데 도시의 얼빠진 구석에서
흔들리던 바람이 잠시 멈추면, 간혹 돌아보는 발걸음
하지만, 사는 일밖엔 달리 알 길 없는 사람들은
징그럽도록 차가운 세상이 오히려 정겹고,
그래서 또 삶의 신열(身熱)에 휩싸이고,
죄 없던 거리를 전설로 회상한다
사뭇 불안한 짐이 저마다의 어깨 위에서 흠씬 눌러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중 몇몇은 마치 그들이 아닌듯
어디론가를 향해 반가운 인사도 하고, 다정히 웃기도 한다
하루를 걷는 거리 위에서 버릴 수 없는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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