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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17 06:55
 글쓴이 : 공백
조회 : 226  

저녁이 없는 저녁이었다 / 공백 

저녁을 굶은 저녁이었다 어두운 방 마른 멸치처럼 누워 고양이를 기다렸다 오늘 밤에는 까끌한 혀로 핥아줄까 어제 네가 물어뜯어놓은 흰 실뭉치가 창밖에 매달려있어 밤의 내장은 왜 이리 구불구불하고 길지 골목길의 잊힌 음식물 쓰레기통처럼 나는 기다렸다

낡은 나무 문에 기대어 문고리를 돌리면 매번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너에게 붙인 이름 적막, 현관문부터 냉장고 화장실 티브이의 빈 채널음까지 사뿐사뿐 발소리가 들렸어 말랑한 발바닥으로 나를 한 번만 만져주겠니

적막의 식도와 기도가 이어져 있다는 걸 아니 허기지다는 건 숨이 가쁘다는 이야기 먹고 마시고 취하고 쓰러진 날들이 등을 들썩이며 기침을 했지, 한 줌의 들숨과 날숨이 기침을 했지, 길게 내쉬는 한숨도 기침을 했지, 기침을 한다는 건 야위어간다는 거야 마른 멸치 같은 등을 쓸어주며 내 방은 네 방이 네 방은 우리의 방이 되고 우리는 그것을 하얀 방이라 불렀다 적막에게는 색깔이 없었으므로

자취를 감춘 적막은 여전히 적막이었다 저녁이 없는 저녁이었다





연못속실로폰 18-04-18 00:02
 
처음뵙겠습니다. 고양이의 이미지가 적막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말랑한 발바닥을 보드랍게 느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공백 18-04-18 21:03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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