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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09 09:39
 글쓴이 : 스펙트럼
조회 : 105  

 

 

버무림의 미학 / 스펙트럼

 

 

새벽안개 차곡차곡 시간으로 쌓이는 동안

모퉁이에 누워있는 배추의 등이 여립니다.

마지막까지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여윈 배추 위로 겹치는 낯익은 얼굴하나.

 

한 장의 지폐를 지불하고 얻은 배추를 보며

그 쓰임새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겉 저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마음먹습니다.

먼저 배추에 소금을 뿌려 숨이 죽는 동안

함께 버무릴 갖은양념을 양푼에 쏟았는데

낯익은 손바닥이 나보다 먼저

양푼 속에 양념들을 버무리고 있습니다.

맛깔난 겉 저리가 되기 위해서는

배추의 흰 살은 소금의 뜨거움을 받아들이고

양념은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어머니와 나 사이에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떨어져 있으면 무심해지고,

함께 있으면 섞여 묵은 맛이 우러나는 삶.

오래 숙성된 김치를 내놓던 사람을 보면서

그 마음의 버무림이 참 아름답다 여기다가

가끔씩

갓 뽑은 배추가 날 파랗게 세워가며

양념과 등 돌리듯 서로 등을 돌릴 때면

우린 낯선 사람처럼 서먹해지곤 했지요,

그럴 때마다 나는

멀리 계신 이, 제가 알던 어머니입니까?

가까이 계신 이, 제가 알던 어머니입니까?

라고 질문을 던지곤 하였지요,

이런 질문들이 어리석은 것이었음을

나는 너무나 뒤늦게 깨달았지요,

 


오늘은, 배추를 정성껏 버무려

예쁜 그릇에 담아 저녁식탁에 올릴까 합니다.

 


한뉘 18-08-09 13:56
 
말씀 그대로
버무림이 하나의 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ㅎ
따뜻함 속에 깃든 눈물이
더욱 파래지는
오늘 저녁식탁에 놓인 버무린 배추의 빛깔이
더욱 선명히 느껴집니다
예쁜 그릇에 담긴 시인님의 마음
일상의 신선한 호흡으로 담아갑니다
드릴게 없어 죄송하다는 마음만
놓고 갑니다^^
스펙트럼 18-08-09 15:10
 
한뉘시인님, 들러주시고 고운 마음 놓고 가시어
너무 고맙습니다. 시인님의 좋은 글 읽으며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어
가르침 주시기 부탁드림니다.고맙습니다.^^.
서피랑 18-08-10 15:25
 
조곤조곤 속삭이는 서술의 목소리가
시를 대하는 진정성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스펙트럼님은
그것을 뛰어 넘는 감각도 가지고 계신 분,

하긴 시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인 폭염의 날들..^^
저도 많이 헤매고 있습니다~ㅎㅎ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조금 더 타이트해지실, 서술의 칼날도 기대해 볼게요,
스펙트럼 18-08-10 19:20
 
넵, 시인님 다녀가셨네요,
가을이 오면, 감성이 조금 더 살아 날까요?
시인님 말씀처럼 , 천천히 시를 낚아 가겠습니다.
여름이 가려나 봐요, 오는 가을엔 좋은 일만 생기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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