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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9-13 10:12
 글쓴이 : 소드
조회 : 131  

`

                                      사랑에 대하여 08



해바라기 샤워기 아래 흐르는 콧노래가 싱그런 아침

르네상스 미술사의 특징을 골고루 갖춘 가죽 더미를 바라본다

프라이버시에는 가닿을 수 없는 칸막이 슬픔이 흐른다

쓸쓸한 구석으로 쏠리는 물방울 안개튀김 가루옷이 그렇다

남 주기는 아깝고 자기가 갖기 싫다는 거야 뭐야

얼마나 근사한 년을 꼬불쳐 두고 꼬리를 감추는 건데

문앞에 어서 오세요 깔개를 닮은 무심한 표정으로 맞섰다

가슴에 온기를 올리는 걸 생각하자며 해바라기를 끈다

작은 낙엽들의 감정을 고갤 내미는 타월로 찝어내는 감촉

그게 어디에 좋은데 같은 그런 실용성의 페퍼민트 향

창가의 아침 햇살은 무보수로 반짝거리고

자기를 기쁘게 해주려면 나는 누가 되어야 하는 거야

진정한 물음표가 깊숙이 구부러져 있었다면

입술은 제멋대로고 논리는 술취한 걸음으로 비틀거릴 것이다

지난 밤 이젤 위 캔버스에 철퍼덕 던져넣던

팔레트 나이프가 가닥가닥 문장을 찍어내며 들어 올려진다

크리스털 샐러드 드레싱 그릇에 아침이 담겨져 기다리는데

나는 나름의 원근법을 분실하고 창가에 여자를 바라본다

발기부전을 겪을 만큼 멀리왔다면 철수를 준비할 때인가? 싶은

혓바닥에 구부정해진 시간이 마요네즈 빛깔로 누워 있다

나, 화, 다, 안, 풀, 렸, 거,든, 같은 토막난 정지 화면 한 컷

하지만 환하게 켜진 창문 안쪽에는 알 수 없는 성분이 떠돌고

토스터 속에 누운 딸기쨈은 무수한 색깔과 향기로 성숙된

어느 하우스 들판을 속속들이 훌쩍 들어올린다

꿰뚫는 친근한 눈빛으로 슬쩍슬쩍 곁눈질이 오가는 사이

본질적인 견고한 겉모습으로 팔짱 낀 새침함이 빙그레다

푸르름이 파산 선고를 받고 미신적인 믿음을 끌어안은 여자의

어깨 너머 9월의 잔디밭은 추억을 굴리고 있다

가장 죄 많은 부위에 모든 힘을 걸고

새드 무비 팝송을 흘려 보내는 것이 서브플롯인가 싶어졌다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무관심을 포장한다 남자는

흥얼흥얼 허밍으로 다가오는 길들어진 입술을 꾹 누르고

하지만 멜로디는 흩어짐을 잊은듯 가슴에 착착 달라붙는다

아른아른 차오르는 물안개 구역을 제대로 짚어낸 저 여자

쉬쉬 빠져나온 사과나무 가지 사이로 아침이 차려져 있다

끝마침을 애도하는 묘비 꽃다발이 가슴속에 흔들릴 때마다,

말 없는 아침 햇살속에 끌어당겨진 그녀를 존중하는 일

, 사랑이란? ,

 

 

 

`


자넘이 18-09-13 11:07
 
ㅎㅎㅎ 여전히 즐거운 소드님

얼마나 근사한 년을 꼬불쳐두고 ㅡ

문앞 어서 오세요 깔개를 닮은 ㅡ

아!  정말 즐겁습니다.  하루키는 현관깔개에게도

누워지내는 일에  반대급부로

회한은 있으리라, 했다지요.

산이 있으면 있는 거니까요.

좋은 글 감사드림.
멋진풍경 18-09-13 21:44
 
사랑에 대하여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짧지 않은 글이네요~ 씁쓸한 느낌도 들구요~
어쨌든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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