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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04 08:19
 글쓴이 : 라라리베
조회 : 1374  

덕수궁 돌담길에 비가 내리면

                 

                                -신명

 

 

 

덕수궁 돌담길엔

흔들리는 것들이 모두 모인다

 

거리를 당차게 구르던 웃음도

가로등 흐린 불빛에 얼굴을 가리던

한 송이 장미꽃도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내느라

축축한 하늘을 더듬고 있다

 

은밀한 숨결마다 속살을 감춘 채

휘파람 장단을 맞추던 하이힐 소리

 

너의 시간을 지나 나의 시간이 된

오늘이 바람개비를 돌린다

 

스며드는 한기에

젖은 낙엽이 빼곡히 붙어 있는

큰 창을 가진 낯익은 카페에 앉는다

 

가장 빛바랜 잎을 떼어 찻잔에 띄운다

 

사랑을 목숨처럼 이어가던 그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향기 뒤로

측은히 나를 쳐다보는 올렌카*

 

먼 길을 떠나는 듯 묵직한 가방이

낙엽 소리를 울리며 지나간다

 

온종일 거센 폭우가 쏟아졌다

 

나는 비를

습관처럼 자꾸 털어내고

넘지 못하는 길은

비를 다 맞으며 흔들리다 또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 안톤 체호프의 단편 “귀여운 여인”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6-13 11:35:01 창작시에서 복사 됨]

고나plm 17-06-04 08:30
 
향이나는 좋은 시,
소설의 커피 향 나는
한편의 좋은 시를
휴일의 아침에 만나 기쁘군요
좋은 날 빚으소서
     
라라리베 17-06-04 08:57
 
안녕하세요 고나plm 시인님 반갑습니다

발걸음 멈춰 귀한 말씀도 남겨주시고
아침을 기분좋게 열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추억 하나 띄운 따뜻한 차 한잔 하시면서
늘 평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김태운. 17-06-04 09:04
 
로마의 휴일 같은 아침에 티파니에서 차 한 잔을....
은은한 시향에 취하여 문득 낙엽을 떠올려봅니다

귀여운 여인이라면 제겐 고작
줄리아 로버츠가 떠오르지만...

감사합니다
     
라라리베 17-06-04 15:07
 
오드리헵번도 줄리아로버츠도 다  개성이 강한  아름다운 여성들이죠
요정같거나 미소가 시원하거나 ㅎ
사람들은 누구나 저만의 매력은 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운 시인님

제주의 허브는 남다른 매력이 더 많을 것 같은데
허브향이 진한 차 한잔 하시면서
여유로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추영탑 17-06-04 10:19
 
덕수궁 돌담길에 나타난 올렌카 하고
온밤 비를 맞으며 걸어봅니다.

기왕이면 러시아 횡단열차도 그녀와 함께
타보고 싶어지는 밤,

가장 어두운 카페에서 가장 빛바랜
은행잎 한 장 동동 떠있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속 후련히 밤을 새울 수도 있겠습니다. ㅎㅎ

러시아의 극작가이며 단편소설의 거장인
안톤 체호프를 만나게 해 수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
     
라라리베 17-06-04 15:56
 
돌담사이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축축한 바람이 횡하니 쓸어가던 은행잎
트렌치코트 깃을 올리고 무작정 걷노라면 바로 영화 속 주인공이나 된 듯ㅎㅎ

지금은 광화문과 시청 언저리가 많이도 변했지만 기억속의 그곳은
정말 낭만이 많았던 곳이었지요
그 길을 같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이상한 풍설때문에 조금은 꺼려하기도 했지만요 ㅎㅎ

올렌카는 자아가 상실된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현대의 여성상하고는 너무나 동떨어진 삶을 살았지만 그 진솔한 열정만큼은
충분히 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추영탑 시인님
추억 한잎 띄운 아메리카노 한잔 하시면서
평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은영숙 17-06-04 12:47
 
라라리베님
세계적인 문호 의 명작 소설 안에 사시는 시인님!
지난 날의 젊음 속에서 잊었던 기억을 되 살려보는
휴일입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들과 걸었던 시절 교회당 종소리에 가슴 울리던
가수의 음성도 들리는듯 올렌카의 혼이 카페에 앉아 즐기는 듯
아름다운 시상에 취하다 가옵니다

즐겁게 감상 하고 갑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시옵소서
신명 시인님!
     
라라리베 17-06-04 16:09
 
은영숙 시인님도 혹시 많이 걸어보셨을지도 ㅎㅎ
광화문연가를 들을때면 저도 가슴이 아릿하니 먹먹해지곤 한답니다

지금은 일제의 잔재라 하여 철거되고 새로이 광화문이 서있지만
그때는 벽이 기둥이 조금씩 뚫어져 있어서 들어가서 놀던 기억이 어렴풋한데
덕수궁 돌담길도 그렇지만 그곳도 그 긴길 이 뒹구는 은행잎으로 장관이였지요

어쩌자고 세월은 이리 무상히도 흘러가는지요

감사합니다 은영숙시인님
늘 건강하시고 평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힐링 17-06-04 18:40
 
추억의 보물 창고였던 그 거리!
헤화동에서 사는 기간이 참으로 길었는데
늦은 밤 그곳을 걸어올 때가 많습니다.
늦은 가을 밤 무엇 때문에 그렇게 걸었는지
그 때 이 세상 고독을 혼자 다 마셨는지 모르지요.
이 깊은 시에 빠져들어 한 시절로 돌아가
다시금 한 생을 사는 것 같았습니다.
잊지 못한 순간이 우리 생의 나이테였나 봅니다.
이제서야 그 때와 지금의 시간의 나이테를 어루만지면서
거기 추억이 둥그렇게 그림진 것을 보았습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라라리베 17-06-04 20:47
 
그러고보니 저도 성대 정문앞에서 잠깐 공부했던 시간
처음 구경하던 오래된 명륜다방  외관이 온통 하얗던 이름모를 카페

광화문 삼청공원을 지나 비원을 지나 성대 뒷산인가? 이젠 희미해서
기억도 잘 안나지만 한참을 풀숲을 걸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웬만한 거리는 걷는게 일과였으니 참으로 나이테가 그려지듯
한걸음씩 걷는 걸음이 어느덧 여기까지 와있네요

그래도 조금의 조각난 추억이라도 공유할 수 있으니
정말 귀한 시간입니다

감사합니다 힐링시인님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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