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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미등단작가의 시중에서 선정된 우수작품입니다 

(이 중에서 미등단자의 작품은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됨)

 

                                 우수 창작시에 글이 올라가기를 원하지 않는 문우님께서는 '시로여는세상'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작성일 : 17-06-06 00:12
 글쓴이 : 활연
조회 : 426  

본제입납

     활



  이파리가 편편이네

  겨드랑이엔 너라는 꽃이 맺히겠군 
  꽃은 알아, 메아리가 데려간 널 잊어야 한다는 걸

  꽃 진 마음이라도 있단 거?
  마음이 그렇게 펄럭일 순 없지

  개는 마당을 후벼 파고
  여름의 심장이 쿨렁거리네

  오래전 사람이 가슴께로 나부끼는 꽃그늘
  등 굽은 품새가 기웃거리네

  마당 어귀 가마솥은 그을음만으로 여름을 난다지만

  이보게 이게 라일락이라네,
  라일락이 질 무렵을 들으려는 참이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6-15 15:57:35 창작시에서 복사 됨]

활연 17-06-06 00:23
 
순례자

 
  김준현
 

 

오늘도 돛과 닻의 모음이 운동하고 있다

고래가 울 때, 휴지의 성격이 변하는 변성기를 맞아서
몇백 년 전에 죽은 별들의 흔들림을 따라서

십대에는 편했던 침묵을 괄호 속에 다 집어넣자
비좁은 괄호가 자꾸만 벌어지고
햄릿의 대사와 김준현의 대사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발가락이 있지만 발가락이 보이지 않는
양말 속처럼

지시문을 따라 행동하고
표현하면
생각할 수 있다

태평양을 향해 구겨지는 이불보다 구겨진 어제를
집보다 창문이 많은 책들을
책의 지층을 더듬으면
내가 읽은 부분까지 나를 읽은 흔적들이 손목에 남아 있다
짧은 연대기 속에서

못 박힌 감정이
못의 감정이 되어가는 순간들

고래의 숨소리가 바닷물이라면 왜 사람의 숨소리는 보이지 않는지

흰 밥은 아무리 식어도 결백한 것인지
흰 것들에 대한 이해와
휴지로 타고난 색깔과 휴지로 덮은 것들의 색깔이 다를 때

고래의 시력은 저녁마다 떨어지는 해에 가닿았다
 
바다라도 붉은 것은 붉은 것
그렇게 죽기 직전까지 죽어가는 것을 생각할 때
사느냐, 죽느냐는
간단한 객관식 문제였다

내 머리는 언제나
바람 쪽으로 기울었다



`
활연 17-06-06 00:26
 
흰 글씨로 쓰는 것 2

  김준현

 
비밀은 더럽다 비밀번호에만 때가 묻어 있다
초인종에 묻은 지문이 더럽다는
말을 할 때마다 마스크의 안쪽이 더러워지는 것을

매일 딸의 전족을 감는 어머니는 모를 것이다
번데기 속의 애벌레가 얼마나 많은 발가락을 잃어버리는지를
나비의 무게와 나방의 무게를
쥐의 눈으로 본 박쥐가 천사의 모습인지 악마의 모습인지 모를 것이다
중력을 견디는 잠자리의 뒤집힘
붓글씨가 흐린 관념 속에서만 뚜렷해서 광해가 미쳤다는 것을
배우는 밤과 배웠던 밤을
바람이 미친 듯이 불 때도 미쳤다는 말을
쓰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를

모를 것이다
밤하늘의 비행접시와
관계없는 접시가 날아다니는 이웃의 집구석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알 수 없어
밤마다 이불 속에서 웅크리는 어린 것들이 독학으로 알게 된
기도하는 법을
집구석 같은 얼굴에서
인형의 눈알이 가득한 자루와 눈이 없는 곰 인형 사이의 악몽 사이에서
새로운 눈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수업 시간에 자주 한눈을 파는 너라면
한눈을 팔면 얼마에 살 수 있는지 알고 있을까?
자루 속에서 십 원짜리 눈알이 쏟아질 때
모든 비밀은 속에만 있다는 것을

몸속에 든 병이나
입속에서만 말로 변하는 혀의 생김새
찬밥보다 찬 소화기가 품고 있는 뜨거움을
구두의 굳은살은 구두 속에만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얼마나 숨어 있었는지를
모를 것이다



`
활연 17-06-06 00:46
 
나는 기쁘다     

  천양희



바람결에 잎새들이 물결 일으킬 때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비와 깊이를 느꼈을 때
혼자 식물처럼 잃어버린 것과 함께 있을 때
사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을 때
욕심을 적게 해서 마음을 기를 때
슬픔을 침묵으로 표현할 때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울 때
어려운 문제의 답이 눈에 들어올 때
무언가 잊음으로써 단념이 완성될 때
벽보다 문이 좋아질 때
평범한 일상 속에 진실이 있을 때
모든 것이 하나 안에 있을 때
하늘이 멀리 있지 않을 때
책을 펼쳐 얼굴을 덮고 누울 때
나는 기쁘고

막차를 기다리듯 시 한 편 기다릴 때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일 때
나는 기쁘다



`
오드아이1 17-06-06 09:13
 
^^....아....뜨거운 감자...의 " 시소 " 군요....

        김씨...보다...더 듣기 좋습니다..
     
활연 17-06-06 19:02
 
원곡도 좋지요.
공잘님의 시를 읽다가 무슨 노랜가 했지요.
그 차용이랍니다.
시엘06 17-06-06 14:14
 
마당에는 가마솥이 있고 꽃이 있고
개와 저녁이 있네요. 현대는 마당을 잃어버리는 나날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꽃이 지는 무렵을 잃어버리는 나날일까요.

서울 도시민에게는 어쩌면 마당은 미지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말 하지 않으면서 가슴에 말을 심어주는 시인은 뛰어난 시인입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갑니다.
휴일 잘 보내세요. ^^
     
활연 17-06-06 19:04
 
거인이 고갤 끄덕이면 지축이 흔들리겠습니다.
어느 한순간을 잡아챘는데 손엔 허공
한 자락만 있었습니다. 오늘은 하늘이 우시는 날인데
하느님도 촉촉하게 우시고 마른 땅을 적셔주시길.
마로양 17-06-06 16:56
 
마당 어귀 가마솥에 수제비를 떼어놓고 뜰방 밑에 덕석을 깔아 놓고 한 양푼씩 먹어도 행복했던
깔따구 모기들이 달려들어도
울타리에 쑥대 잘라다 모깃불 피어 놓으면 천국이 이보다 아름다웠던가요
하늘에 별들은 손에 잡힐듯하고 담장가에 단쑤시대는 저물녘 풍요를 누리던 아름다움입니다.
그 가난했던 날들이 지겹도록 먹었던 풀대죽도 지금은 그리움이고 오지개 갈구하는 고향집 추억이지요

아름다운시 감동으로 읽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이렇게 문장의 차이가 날까요
오랜만이네요 활연님
     
활연 17-06-06 19:08
 
댓글이 본문보다 훨 좋습니다. 처가에서
일박하고 농사일을 거드는 척했지만, 시랄 순간은 없었지요.
혼자 계시니 쓸쓸하겠다, 뭐 그런 감상에
젖었는데 그때 한편에서 라일락을 보았지요.
여느 때라면 나무든 꽃이든 관심이 그다지 없지만
그 순간 하트 모양의 잎새는 여러 느낌이었지요.
개와 라일락 나무 몇 그루가 독거를 달래줄지도 모르겠다
허망한 생각을 하였지요.
부재는 그 빈 자리엔 바람이 들이차고 물소리 개구리 소리
깨끗한 소음들이 창백하게 우글거렸습니다.
남도를 아름답게 빚으시는 마로양 형님
늘 건강과 쾌적한 생활 속에 좋은 일들 가득하시길 빕니다.
안세빈 17-06-06 17:28
 
먹잇감을 짐승에게 던져주면  아가리 벌리는 짐승이 어떻게 뼈를 씹어 먹느냐
그 방법론에서 달라지겠지요.받아들이는 독자의 시선도 마찬가지....

제 식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사랑도 뜨거움의 절정도 모두 한 철입니다.
그 향기만 맴돌겠지요. 나 자신에게 동봉하는 중얼거림입니다.
여하튼 저에게는 메아리가 있는 시, 손 글씨로 새겨진듯한 중얼거림을 수신받고
 물러가겠습니다. 남은 시간 찌인하시기를 바랍니다.
활연 17-06-06 19:12
 
천재 세자빈님도 홀연 출타하셨네요.
감수성과 이성의 눈, 깊고 그윽한 분이라 졸시가 쫄겠습니다.
한순간에 튀어나온 것들은 실패한 연애의 사생아 같아서
품을수록 뜨겁기만 하겠지요.
뜨거운 감자가 시소를 타는 날입니다. 여름은 열정, 해변, 그리고
내아(內我)가 까맣게 타는 때, 구릿빛 살갗같이 싱글 탱탱한 날 여시길.
나에게 부치는 편지 많이 받으시고. 편지란 결국
내가 수신하는 쓸쓸한 암호들이다, 는 생각을 합니다.
천재 랭보님도 습작에 여염 없어, 나들이 뜸하신데
곧 폭발적 에너지가 준동해서, 모두를 셧다운 시키리라.
내(네)편도 살뜰이 챙겨서 인류평화를 이룹시다.
쇄사 17-06-07 09:00
 
보기는 벌써 봤지요. 봤는데
몰라서
김준현과 천양희만 모셨지요.
눈 밝은 이가
'현대는 미당을 잃어버리는 나날이라고 할까요'라고 해서
우와, 미당을 잃어버리다니
다시 봤지요. 마당이었습니다. 암튼
구절구절 탁탁 무릎 치는데
막힌 것을 뚫으며 밥 먹고 사는 족속이라
끊임없이 일목요연을 헤맬 때
빈께서 가라사대
'향기만 남으리라' 하시니
렇구나
그렇구나
어렴풋 향기 쬐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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