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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07 08:15
 글쓴이 : 초보운전대리
조회 : 1350  

책장에 책

 

 

책은 문자의 감옥이다 종이 창살 안에서 탈출하여 세상의 빛을 보는 독서시간, 문장과 글씨들이 자유를 선언하면서 낭독되는 곳, 낱장의 백지에서 움츠려 잠들었다가 서로의 간격을 맞추어 걸어 나오는 시간, 책도 글자도 문장도 가슴열고 길을 나설 것이다

미개척지 오지 속으로 생각이 천천히 걷는다 걸어 온 문장의 빛이 눈앞에 조금씩 익어간다 나는 오랫동안 미개척지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귀로만 세상을 살았다 눈코입귀가 진실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 스스로의 최면에 빠지게 만드는 착각의 동물로 살고 있다 눈만 돌려도 글씨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세상에서 책을 펼치면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한다 지난 지천명, 한 남자가 까만 글자 속에 감금되었다가 해방되기 위해 노인 한글교실 문을 살짝 밀치고 들어간다 

   

세상으로 뛰어다니던 글자들이 눈앞에서 정지되어 쉽게 읽히던 시간, 글자들은 무럭무럭 생기 발랄한 미소가 주름진 얼굴을 쓰다듬어준다

여간해서 외출을 잘 안하던 글과 문장들이 두 손에 들려 있다 저 무게의 깊이를 들여다보면 생각의 말소리가 심장을 두드려 줄 것이다 외면과 무관심으로 지나쳐 버림은 늘 가까이에서 달려든다 단단했던 간격이 부드러워지고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한 장 두 장 한권으로 넘어가는 여행길은 늘 근육통이 따른다

 

책이 꼽혀 있던 자리가 여유의 공간을 내어준다 그 공간에 길이 하나 생겨난다 글짜들이 굳어버린 나의 머리를 공사하는 환청의 소리, 이제는 겨우 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심장이 흥분된다

 

문장과 글씨들이 거인의 크기로 내 안에서 걸어가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6-15 16:04:0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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