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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26 11:18
 글쓴이 : 최경순s
조회 : 592  
싸리비 / 최경순

돗바늘처럼 꼿꼿하던 싸리비,
한 번도 거스르지 않고 세월을 쓸다 보니
싸리 끝이 뭉툭하니 헐거워진 빗자루 하나,
된서리를 이고 지고 뜨락에 세워진 모습이 처연하다
귓불이 얼얼하도록 밤바람은 차갑게 울고
달빛은 이유를 품은 듯 은은한데
어디선가 유성처럼 한 움큼씩 떨어진 낙엽들,
울긋불긋 별나게 뒹구는 놈
혓바닥처럼 빨갛게 드러누운 놈
노란 가랑잎 벌려 엎어진 놈
사명을 다한 주검들이 마당에 널브러져 있다
쓱싹쓱싹 정겨운 소리가 시린 새벽을 깨운다
창문을 열고서 서릿발 선 땅거죽을 보니
코끝에 닿는 싸한 냄새가 상쾌하다
밥 짓는 냄새를 닮았다
널브러진 주검들을 빗자루가 쓸고 지나간 선들이
이랑처럼 가지런하다
선들을 물끄러미 보노라면
도를 닦듯 마음이 차분하니 머리도 맑아진다
고적한 산사에서 스님이 풍경 소리에 맞춰
묵음 하듯 싸리 빗질을 하고 있다
어라, 마당 바깥으로 쓸어 내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쓸어 모으고 있다
그래서 묻노니,
스님 왈,
가랑비에 속옷 젖듯
낙수가 바위에 구멍 뚫듯
낙수에 지반이 파여 산사가 무너질까 봐
지반을 평탄하게 하고
복(福) 또한 붙들어 놓기 위함이란다
그런 마당은 콘크리트가 깔리면서 세월은
이기적으로 변했다
플라스틱 빗자루에 떠밀려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간
싸리비의 향수를 행간에 담아 보니

그립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1-03 09:36:50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한뉘 17-10-26 12:42
 
그립다라는 향수의 행간에
틈이 있다면 들어가 봅니다^^
뭉툭하다는 둥근 말과
일상을 빗질하시는 시인님이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느낌입니다
밥 짖는 냄새처럼 스님의 말씀처럼
안으로 모으는 모든 따스함이
시인님의 행간속으로 온전히 보존되리라
느껴집니다
싸리비의 뭉툭함
그 시간에 남겨질 시인님의 그리움에
온기가 변함없이 유지되길 바랍니다
따뜻한 마음까지 모아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최경순s 시인님^^
     
최경순s 17-10-26 22:30
 
우와!
지가요, 무척 좋아하거든요
남자끼리 흐메 그건 아니고요
우짷든, 존경한다는 둥
부럽구요, 늘, 배우고 싶습니다
시에도 테크닉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저는 글렀습니다
한뉘 시인님은 올 문학상을 기대해 봅니다
먼저가십시오
저는 흙을 모아 흙이 아닌 시로 만들어 놓고 떠나겠습니다
백발이 될 때 까지만 기다리십시오 ㅎㅎㅎ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이장희 17-10-26 13:20
 
시가 촘촘하면서도 내용이 꽉차
감상 내내 흐뭇해 지는 느낌 입니다.
싸리비 저도 한 번 다루고 싶은 시제 입니다.
싸리비로 이런 근사한 시를 엮으시다니 부럽습니다.
싸리비의 향수와 스님의 싸리비질 그림이 그려집니다.
정성이 담긴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시입니다.
이 가을 행복한 계절 맞이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최경순시인님.
     
최경순s 17-10-26 22:49
 
꽉 차다니요
어불성설입니다
싸리비는 추억이죠
21세기 에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20세기의 유물처럼
깊이 있고 심도 있는 추상적인 뭔가를
그리려고 했는데
그냥 크래파스로 유치하게 그린 그림입니다
사설이 깁니다
아직 깊이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더 오래도록 묵음으로
싸리 빗질을 해야 깨달음을 알 듯 합니다
이장희 시인님!
복운 가득하십시오
정석촌 17-10-26 14:23
 
어느 고승께서
이놈아 !  비질 살살해
흙은  거저 생기나

하셨답니다

빗자죽에
초승 눈썹 멋과  바지런함이  가득  든

최경순시인님  참으로 싯적입니다
싸릿대 까슬함도  함께 느끼고 갑니다
석촌
     
최경순s 17-10-26 23:01
 
맞습니다
깨달음이란 그 깊이를 가늠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항상 정석촌 시인님의 시에서 깨달음을 배우고 싶습니디
많은 가르침 주소서
싯적 표현은 아직 깨닫지 못하였나이다
싸릿대처럼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까슬한 미련 덩어리입니다
정석촌 시인님의 시처럼
초승 눈썹 멋과 바지런함을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늦은 밤 행복한 꿈 꾸십시오
추영탑 17-10-26 14:58
 
싸리비 대신 대빗자루 들며 날마다 도를 닦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복이 달아날까 낙엽을 화단의 퇴비로 모으는 사라도 여기
있고요.

그래서 결과저그로 잃은 것 없는 가을,
부자 되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최경순 시인님! *^^
최경순s 17-10-26 23:11
 
추 시인님!
도를 아십니까?
저에게도 쫌,
빗짜루들면 뭔가 쫌,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허울 좋은 빛 좋은
이세상을 다 내려 놓고 마음을 비운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합니다
허황된 꿈이었습니다
비워야 채워지는 순리를 무시하고
깨달음은 얻고자 하니 답답합니다
과유불급이죠 뭐!
늦은 밤, 캔 맥주라도 짠!
답답한 속이라도 시원하게
안녕히 주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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