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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舊. 우수창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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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작성일 : 17-10-26 13:16
 글쓴이 : 와이파이
조회 : 177  

두 번째 잔 비우기

 

 

 

사내가 맥주를 따르고 있다

거품이 맥주의 맛이 날아가지 못하게 잡고 있는 것처럼

사내의 맥주잔 위에 거품이 가득하다

어쩌면 뻥일 수도 있는

 

여자의 빈 잔은 술 따위엔 관심이 없다는 듯 미동도 없다

사내가 술을 따라보지만

반은 흐르고 술보다 거품이 더 많이 생긴다

 

눈치 빠른 사내는 자리를 옮겨 다른 컵을 찾는다

세상의 반이 컵이며 세상의 반이 잔이다

 

이번 빈 잔은 빠르게 잔을 받쳐 든다

하지만, 수직으로

사내가 반색을 하며 허리 숙여 맥주를 따른다

사내는 자신을 옮겨 붓는다

거품이 먼저 주르르 쏟아지면서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

잔을 채우고 있다

이번에도 술을 따를 수 없다.

 

자리를 옮겨가는 사내의 뒷모습을 보며 빈 잔이 난감해한다

 

술잔이 다가오는 것을 본 빈 잔이 이번엔 서둘러 일어선다

술잔의 높이만큼

빈 잔이 키 높이를 맞춘다

술잔이 기울어지기 시작하자 빈 잔도 따라 같은 각도로 기운다

 

거품이 거품을 만들지 않는다

넘치거나 흐르거나 하지도 않고

있던 거품도 반으로 나뉘었고 술도 반으로 나뉘었다

 

같은 온도로 취한 두 잔이

첫 번째 잔의 기억들을 까마득히 잊고

같은 속도로 비워지고 있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1-03 09:38:24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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