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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6 09:35
 글쓴이 : 밀감길
조회 : 456  

화양연화(花樣年華)



저녁을 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그냥 달이 예뻐서 달이 너무 예뻐서 맥주가 마시고 싶었습니다

아파트 입구를 나와 편의점으로 가는 골목길에도
달은 구름에 가렸다가 나왔다가
또 가렸다가 나왔다가 마치 나를 놀리는 듯이 맥주가 마시고 싶었습니다.

주차금지 구역에도 차는 주차되어 있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퀵보드를 탄 어린이가 엄마보다 앞서서 달려가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편의점 앞에는 한 쌍의 연인들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열심히 다투고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 가면 무안해 할까봐 얼른 지나칩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고단한 듯이 전공책을 덮고 계산을 합니다
오래전 내 모습이었고 
언젠가 당신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냥 달이 예뻐서 달이 너무 예뻐서 맥주를 마시겠습니다

비닐봉지가 앞뒤로 흔들릴 때마다 맥주 두 병이 서로의 차가운 몸을 열심히 훑어댑니다
그냥 달은 예쁜데 저기서 저렇게 예쁜데
여기는 달그림자만 자꾸 아른거립니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1-09 20:41:14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강북수유리 17-11-06 09:47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엔 맥주도 맛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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