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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7 12:24
 글쓴이 : 피탄
조회 : 730  

<근본 없는 아이>


그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다만 이 세계는 그가 거하기에는 지나치게 밝다는 사실을 압니다. 눈은 허허벌판 광야에 두고 있습니다. 비슷한 것은 그림자입니다. 그는 빛의 미움을 사 커다란 차양같은 나에게로 도망하였습니다. 바야흐로 내가 유일하게 사랑해 마지않는 바입니다. 이따금 나는 그를 안고 흥분에 가득 차서 속으로 새된 비명을 지릅니다.

그 병인지 모를 이름을 총천연색 불쾌함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 누군가의 학문이나 이론도 아닌 온전한 나의 것입니다. 나는 폐허를 사랑합니다. 번화한 시가지를 꺼려합니다. 겉으로는 기름에 축축히 젖어 속살이 건조한 시대를 참을 수 없는데, 연유는 나와 같기 때문입니다. 내 동족은 끊임없는 혐오감의 발로입니다. 그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사랑하라 하였기에 나는 더더욱 증오할 뿐입니다.

공허는 아픔을 버리는 곳이고요……나는 통증의 근본이지만 그 근본의 근본이 없기에 나는 근본 없는 아이입니다. 나는 그와 더불어 공허로 도망갑니다. 이따금 내쫓겨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가차없는 입국 심사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지금만은, 나는, 비로소 잔뿌리도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절망의 한가운데 내 유일한 희망의 사유입니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1-09 20:48:43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추영탑 17-11-07 14:07
 
근본 없는 아이라 하였지만, 그 근본이라는 게
바로 눈 앞에 다가와 있는 듯합니다.

사유 속의 은유가 돋보이는 글입니다. *^^
     
피탄 17-11-07 14:42
 
너무 추상적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제 평상시의 사고에 대해 갖은 비유를 버무렸지만, 효과적인 전달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부족함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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