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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8 23:30
 글쓴이 : 활연
조회 : 1126  


하늘을 걷는 남자
─ 내가 만약 죽는다면, 그건 황홀한 죽음이다.*

              활연



  외줄이 장대 날개 펼친다
  폭 2cm 천국의 밑단에서 죽음을 길들이는 사내를 본다 

  허공 넝쿨손
  멸절의 좌우가 흔들린다

  바람 꼭대기 매지구름 물들이다
  빗방울 한 방울로 퉁겨져도 좋다
  예고 없이 불어닥치는 바람의 날을 엿가락 꼬듯 조롱하는 목숨엔 복선이 없다

  막장에 닿아야 비로소 트이는
  외길
  쇠줄을 발바닥으로 탐독하는, 
  시 한 가닥 

  발아래 깊숙이 고요하다
  높이 솟은 그림자 까마득히 고요하다 소요와 소란으로부터 멀리 왔다

  공포의 뺨을 후리고 죽음의 골짜기를 걸었다

  깊이를 경험한 자는
  낮은 쪽으로 휜다



   * 필리프 프티(Philippe Petit, 1949년 8월 13일~ ): 412m 높이, 42m의 간격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 쌍둥이빌딩 사이를 안전장치 없이 약 45분간 총 8번 건넜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1-17 10:24:23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시엘06 17-11-09 14:41
 
하늘을 걷는 자야말로 고독하고, 눈부시고, 인간적일 것 같습니다.
곡예가 운명의 물길을 트는, 지난한 몸짓임을 포착하는 시인의 눈이
참 맑고 깊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안희선 17-11-10 06:24
 
외줄에 몸을 싣고, 하늘을 걷다..

마치, 면도날 위를 걷는 인생의 아슬한 노정 路程인 것도 같고

詩語가 지니는 이미지가 영상 이미지와 더불어, 강렬함과 함축으로
감명의 깊이를 더 하고 있네요

" 막장에 닿아야 비로소 트이는 외길.."

" 깊이를 경험한 자는
  낮은 쪽으로 휜다 "

아, 여기까지 깊이 사색을 끌어올린 형이상적 形而上的 사변 思辨

그 체계의 완숙경에 어떤 엄숙한 정서를 느끼게 합니다


참, 좋은 시..

오래 머물다 갑니다
활연 17-11-10 13:25
 
가을을 느끼려하면 꼬리를 보이려하고
사뭇 시간의 나뭇잎은 물들기 바쁘다 싶습니다.
몇 자 더하거나 빼서
각색하는 정도로 시를 연명하고 있습니다.
두 분,
쾌한 가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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