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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舊. 우수창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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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20 10:18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338  

한번도 어디론가 떠나 본 적이 없어, 나무는 뒷모습이 없다.

 

엎혀라!

앞모습의 짐을 지려고 주저 앉힌 뒷모습, 남자는 제대로된 뒷 모습 한 벌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내가 눈물 콧물로 아버지의 뒷모습에 그려놓은 앞모습을 드라이 크리닝하러 가는 엄마의 뒷모습에는 수백개의 앞모습들이 보풀로 맺혀 있었다. 오늘이였던 별에게 등질 뒷모습이 없어

눕지도 못하는 나무에게는 떠나갈 내일이 없다. 바람이 감았던 눈을 뜨기만 해도 화르르 깨어나는 수만장의 얼굴들이 한결 같은 표정으로 바람을 몰아 내고는 시계추처럼 제자리로 돌아와 두런두런 속삭이는 말들이 금간 새의 알 속으로 스며들었다. 밤새 물병 자리 별들에게서 한 잎 한 잎 물을 받아 세수를 하는 아침이 금새 마르고, 헤아릴 수 없는 앞모습을 드러낼 햇빛이 주식인 잎새들의 배는 항상 등과 붙어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예리해져 가는 돌도끼처럼 달이 자주 치는 가지를 붙들고 새들이 앉아 주문을 발랐다. 앞만 보고, 앞모습만으로 산다는 것은 온 세상과 맞장을 뜨는 일, 제 자리 지키는 일이 남의 자리 지켜 주는 일이라며, 선자리에 반쯤이나 흰 뼈를 묻으며 서 있는 나무가 단벌의 뒷모습을 꺼내입었던 날,

 

한 켜 한 켜 톱날이 지나간 단면들, 한번 떠난 나무는 뒷모습으로만 살아간다. 밥을 차리면 식탁이 되고, 책을 펼치면 책상, 등을 깔고 누우면 우드륨이 되는, 나무의 나이테는 한 권 한 권 둘둘 말아 내면에 숨긴 나무의 뒷모습들, 그 밤 저 만큼 가다 돌이켜 온 골목길 가로등 불빛이 모여 나이테의 내용을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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