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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4 10:05
 글쓴이 : 동피랑
조회 : 618  

 

(蜂)

  

                                        

 

    동피랑 

 

 

 

서고금 수많은 국가 있었다 하나

과연 꿀맛 나는 나라 있었던가?

나는 아버지와 함께 오동나무 궤짝으로 벌통을 만든다

한나절 망치질 소리 저물어갈 때

얘야, 모양만 잡아서 되겠니, 불을 지펴야지

나는 마른 쑥을 태워 연기를 피운다

숨었던 숨들이 연기를 마시고 죽었다

개미, 노린재, 돈벌레, 쥐며느리

나는 재와 주검들을 신문지에 쓸어 담는다

이때 지면에 이우는 역사의 편년체

진시황이 이울고, 히틀러도 이울고,

스탈린도, 김일성도, 이승만도 이울고 이운다

모두 이울고 국가가 완성되면

누가 내 눈시울을 데우는가?

학연, 지연, 혈연과 연결된 지름길은 아니요

가슴팍 훈장 치렁치렁한 별도 아니요

양복에 반짝이는 금배지는 더욱 아니요

천 족(千足)으로 돈을 빠는 대왕문어는 정말 아니요

오직 화염 속에 사라진 그 이름, 쑥·더·미

그래서 오월이면 벌도 박차고 외치는가?

대낮 채마밭 공중에 가득 찬 분봉

나는 오동나무 집 한 채 그들에게 건넨다

날개를 저어 벌들이 모인다

한 민족이 뭉친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10 14:54:44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童心初박찬일 18-01-04 10:49
 
높은 나무에 밧줄로 매다는 벌집인가요?
아니면 바위틈 양지바른 곳에 벌통만 갖다놓는 토종벌 방식인가요?

오동나무 벌나라가 벌써 풍성한듯 합니다.
벌레 죽이는 쑥향기.이울다(-시들다 )
땅에 씌이는 지는 오염의 역사-이울다.
깨끗한 나라 만들어 건네는 마음이 벌의 봉국 아닌 국민에 헌신하는 봉국이었음 좋겠습니다.
감사히 읽습니다.(__)
     
동피랑 18-01-05 01:15
 
아버지가 하시던 양봉 일을 도와드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사회성을 가진 생물이라 그런지 인간 사회와 닮은 점들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력 좋은 분이 성을 축조한다면 훌륭한 건물이 세워질 수 있을 텐데 저는 여전히 야맹쪽이라 끝없이 더듬고 다듬어야 합니다.
부족함에도 자주 오셔서 군불을 놓아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우수리솔바람 18-01-04 12:16
 
가슴으로 그려내신 그림이 마음에
깊이 와 닿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동피랑 18-01-05 01:25
 
밝게 해석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필명만으로도 피톤치드가 마을을 건강하게 하는군요.
새해를 맞아 건안하시길 바랍니다.
이명윤 18-01-04 13:11
 
소재가 좋네요^^
행간의 거친 숨만 좀 고르면
좋은 시가 될 것 같습니다.
     
동피랑 18-01-05 01:31
 
두세 차례 지심을 매었지만, 여전히 며느리밑씻개가 근절이 안됩니다.
팔을 걷어부쳐 피가 나도록 노력을 안 한 탓이지요.
다음에 또 손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명윤 시인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문정완 18-01-04 15:47
 
달달한 나라 누구나 꿈꾸는 것인데 벌에 제대로 쏘이 본 늠만
꿀맛 같은 나라를 만들지 않겠나
제대로 쏘여 본 늠이 없으니.

오늘 남녘의 하늘은 맑음입니까
     
동피랑 18-01-05 01:42
 
봉침이 신경통 치료를 위해 민간요법으로 이용되기도 하죠.
어르신들이 가끔 오셔서 봉침을 원하시면, 벌을 핀셋으로 잡아 환자의 아픈 부위를 향해 침을 놓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많이 쏘여 보고 이녀석들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겁이 안 납니다.
그러므로 진짜 꿀맛은 꿀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까지 포기하고 쏘는 봉침입니다.
날씨도 좋은데 한 번 쏘여 보실래요?~^^
하올로 18-01-04 23:02
 
강호무림에서는 3할을 숨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강호에서 ‘나려타곤’으로 바닥을 기든
‘동귀어진’의 결기이든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이 강자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전작 ‘달려라 중앙시장’은 ‘논두렁/삼거리점방’의 소란이 있어서...
좀 거시기하구요
이 시는 ‘참깨를 털면서’의 고전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숨겨둘 만한 구석이 많아 보입니다.

‘꿀맛 나는’ ‘쑥더미’의 중의에 의한 언어유희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시는 리얼리스트 혹은 리얼리스트를 추구하던 사람들이나
그 경향의 사람들이 성장통처럼 앓았던 오류가 고스란하여
제 눈에는 한 편의 시로서 완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이 시만으로 국한하여 말하자면 ‘당위’가 그것 중의 하나입니다.
시 속에서 독자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없애버립니다.
도덕 선생님의 설법에는 ‘교훈’만이 숨 쉴 수 있고....
....'건국 서사시'에는 신성함만 가득하니까요..

그 ‘당위’와 ‘신성함’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시의 본분은 아닙니다(그러는 시도 있고 있을 수 있지만)
‘신성함’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시의 영역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19행부터는 파탄입니다.
굳이 들이댄다면 ‘삐라’입니다.

이 시를 몇 번이고 읽었습니다.
충분히 그만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시입니다.

첫째는, 위에서 말한 ‘꿀맛 나는’ ‘쑥더미’의 중의에 의한 언어유희가 아름답고

둘째는, 시인이 오래 매만진 시의 골격을 갖췄다는
그래서 목소리에 힘이 있고 명명백백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언어를 부리는 능력과 더불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덕목이 ‘세계관’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이 시인이 등단만을 목적이 아닌 생존능력이 있는 시를 쓰고 있구나 하는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상을 오래 끌어안고 맨살로 부비며
진주로 만드는 과정을 수행했다는 흔적이 드러난다는 것만으로도
이 시인이 얼마나 시와 삶 앞에 겸손하고 성실한 것인가를 증명해 보인 것입니다.

 셋째는, 동병상련입니다.
 제게는 이 부분이 제일 컸는데요...시대에 대한 부채의식인지 소명의식인지...
 스스로에 대한 염결성인지...뭐..그런 것들의 교잡의 어느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월’이 있는 것만으로도 저의 가슴은 벅찹니다.

언젠가 문단의 한 모서리에 앉아 있는 후배가 그러더군요
‘형, 시는 좀 보수적이어도 돼’
그리고
‘끝까지 가’

묘하게도 시에서는 예단하여 스스로 염결한 것은 미덕이 아니더군요.
조금 더 보수적이어도
조금 더 빠다 냄새가 나도
조금 더 반동적이어도 좋을 듯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변절이나 훼절이 아니라
진짜 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길이 아니면 어쩌겠습니까
누군가 걸어간 흔적이 길이 되기도 하니....

시에 대한 어떤 애정은
주례사보다는(어쩔 때는 그 주례사가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요)
뜯고 씹고 즐기는 데에 있기도 하여
초면에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이 시와 이시를 쓴 분에 대한 애정을 제 방법으로 드러냈습니다.

문자가 가지는 함의가 하도 다양하고
그것으로 인해 쓸데없는 드잡이질이 하도 많아...
저어하는 마음이 큽니다.

스스럼없이 서로의 시에 대해 ‘지적질’하는 아름다운 만남이었으면 합니다.

새해...건안,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꾸벅~
활연 18-01-05 01:50
 
텍스트나 댓글이나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는 이하동문.
동피랑 18-01-05 03:20
 
하올로 님 버선 발로 반깁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적질(^^)을 질펀하게 쏟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문자의 함의가 아무리 다양해도 예의와 좋은 품격이 내면을 흐른다면 화자는 분명 수심 깊은 강이겠지요.
논두렁, 삼거리 점방, 깨를 털면서와 같은 구체적 예를 들면서 고언을 던져주시다니 초면에 너무 큰 선물을 받습니다.
은혜는 갚는 게 도리겠지만, 사실 제가 문학적 밑천이라 해야 시마을이 전부라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성층권 정도는 쏘아야 그래도 숨길 무기라도 될 터인데 저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문외한에 머뭅니다.
다행히 이곳에는 시를 돌보면서 마음씨 고운 분들이 계셔서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계속 바닥을 견디는데 주력할 것이어서 시력은 나아지기 힘들 것입니다.
서로 도움을 주어야 공평한데 일방적으로 저만 혜택을 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저를 편달하셔도 좋습니다.

새해를 맞아 하올로 님의 가정에 낮이면 햇살이 밤이면 달빛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놀라운 문장, 놀라운 품위의 소유자
활연 님께는 말이 필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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