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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9 11:21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169  

 

연휴 삼일째 콩나물 국밥집,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운행하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 통 세 개가 차고 넘쳐

임시로 꺼낸 드럼통만한 통 두 개 마저 간당간당 차고 있다. 어려운 시절엔 미군 부대의 잔밥통에서 건진

햄으로 부대 찌개를 끓였다는데, 당장에라도 건지면 만두국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만두와 오백 그릇은 족히

나을 것 같은 밥알과 콩나물이 겨울이라 상하지도 않고 담겨 있다. 손님들 보라고 켜 놓은 tv에서 유니세프

광고가 나오면 영양 실조에 걸려 온 몸이 풍선처럼 퉁퉁 부어서 터지고 갈라져 가는 아이들을 보며 밥 맛

떨어진다고, 다른 채널로 돌려 달라는 주문을, 셀프 코너에서 그릇이 넘치도록 퍼 온 오징어 젓갈과 국밥 안에도

한 공기 분량의 밥이 깔려 있는데 미리 한 공기 밥을 더 퍼 놓은 손님들이 하기도 한다. 연휴라고, 더 이상 버릴

통도 없는 이 밥알과 만두와 몇 젓가락 뜯다 만 메밀 전이며, 전병들, 한 대접만 퍼다 주면 면할 죽음들이

밥맛 떨어진다고, 먹방이나 연예인 보다 잘나가는 세프가 나와서 또 식탐을 부추기는 맛 있는 채널로 돌려

달라는 것이다.

 

지구는 하느님이 고안한 회전 식탁이다.

목숨 붙은 것이라면 아무도 상모서리에 앉지 말라고

모서리 둥글린 원탁,

팔이 짧아도, 앉은 자리 멀어도

다 배불리 먹으라고 자동으로 돌아가는,

불에서 멀어 식을까봐

지펴 놓은 태양 아래를 빙빙 도는 회전 식탁이다.

 

누구인가?

상 모퉁이를 붙들고 회전을 멈추는 자,

신의 기물을 고장 내는 자

신생아의 젓을 뺏아 피부에 바르는 자,

옷장에 천 벌의 옷을 걸어두고

여우와 오리와 거위와 토끼의 단 벌을 뺏는 자

세치 혀의 요사에 휘둘려

제비에게서 집을 뺏고, 상어에게서 지느러미를 뺏는 자,

내 한 목숨 스치는 콧김 같은 생기를 얻자고

바다와 구름과 하늘의 엑기스를 짜먹는 자,

다 먹어 치운 빈 접시와

뼈와 껍데기와 파 줄기 말라붙은 이쑤시개와

맆스틱 묻은 테이블 냅킨을 저 편으로 돌려 놓고

젓가락 가지 않은 접시를 이 편으로 돌리기 위해

다시 슬그머니 회전을 시작하는 자,

마침내 빈 식탁이 되면 계산도 하지 않고

아직 먹지 못해서 남은 자들을 잡혀 놓고 갈 자들,

 

누구인가?

새로 산 패딩에서 오리털이 미어져 나와도

털이 벗겨지며 꽥꽥 거리는 오리의 비명을 듣지 못하는 자

소, 돼지를 올려놓고 상다리가 부러져 가는 식탁에

전기 충격기를 잡은 손등을 핥는 개를 부르는 자

못 먹어서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먹어서 죽어가면서 또 살거라고

생 목숨을 잡아 약을 구하는 자,

 

무심코 턱을 괴고,

식탁이 회전하지 못하게 팔꿈치로 꼭 누르고 있었다.

내가!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12 13:43:25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창동교 18-01-09 17:29
 
거침없는 발상과 힘있는 진술,
역시 시인님이시군요
제목도 잘 뽑으신 듯하고. .

'지구는 하느님이 고안한 회전 식탁이다'

라는 문장도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공덕수 18-01-10 14:12
 
유니세프 광고가 뜰 때마다 몇 만원의 돈을 부쳐야겠다 하다가도, 송곳니(어금니?) 아빠처럼 엉뚱한 곳에 쓰이진 않나 싶은 불신이 열렸던 마음 지갑을 닫게 만듭니다. 새해에는 제가 쓴 마음을 먹고 영양실조를 면하는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당뇨병이다 비만이다, 너무 잘먹어서 생긴 병을 앓는 세상에 먹지 못해서 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무관심이 곧 살의라는 말 같습니다. 그런 말을 하고 싶었는데, 시가 산문이 된 것 같습니다.
동피랑 18-01-10 04:23
 
일상에서 입양한 시가 어마어마하겠습니다.
하나도 버리지 마시고 잘 키우면 공덕수님을 문단 상석에 올려놓을 것입니다.
     
공덕수 18-01-10 15:20
 
작년 겨울, 요구르트 장사를 할 때 전동카를 밀고 가는데 고라니 한마리가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 위를 질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119에 신고를 했는데, 고라니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이 연간 1조원에 육박한다고 들었습니다. 음식물을 버리는데 1조원의 돈이 들 정도로 먹을 음식들이 차고 넘치는데 산에 가서 청설모나 산짐승들이 먹을 도토리나 식물의 뿌리들을 모조리 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면 남의 것을 빼앗고 훔치고 남을 죽이는 것이 정신과 몸에 베여, 이제는 누가 죽든가 말든가 아무 감각도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래 놓고선 배고픈 멧돼지들이 산을 내려 오면 자기네들 목숨 위협한다고 서슴 없이 사살을 해버리죠. 인간이 지식이 있고 지혜가 있다는 것이 사랑을 위해 쓰이지 않고, 지 육신 배불리고 살찌우는데만 쓰이는 것 같습니다. 어디라도 인간이라는 종자가 퍼지는 곳엔 살인과 약탈과 폭력이 만연합니다.

가끔 시는 視로 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미처 보지 못한 것, 보여도 보려고 하지 않는 것, 애를 쓰서 보아야 할 것들을 보는 일이 시가 아닐까 생각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점을 향하여 주목! 주목하게 만드는 일 같은 것, 가령 무심코 밟고 다니는 아스팔트 사이의 하얀 별꽃 같은 것들(깨알처럼 작은 흰꽃인데 이름을 몰라서요) 세상일에 무심한 것을 시인의 덕목이라 여기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은데, 무감각은 시 뿐만 아니라 어떤 예술에도 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시가 무엇이냐는 질문 같은 것은 잘 하지 않습니다. 삶이 무엇인지 몰라도 살아야 하는 것처럼, 무엇인지 몰라도 쓰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그냥 적어도 쓰지 않으면 살지 않는 것과 같다면, 내 시가 내가 주목하거나, 누구의 싯귀처럼 머물거나 하는 대상들이 햇빛을 받은 식물이나 동물의 환부처럼 않 아파지고, 따뜻해지고,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고,
무참히 짓밟힌 자국 또한 드러나서 우리 모두의 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무조건 예쁜 꽃, 따뜻한 불빛이 아니라, 무참한 꽃, 무참한 화상들을 정면으로 보게 만들고,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들을 그 무참의 범인으로 의식 위로 소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ㅋㅋ 낼부터 백수 끝인데, 시간 많으면 잡념도 많아진다더니, 잠시 잡념으로 지면을 구기지나 않았는지 걱정 입니다. 제 술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 하면 저를 또라이라고 합니다.
이명윤 18-01-10 13:10
 
모서리가 없는 회전식탁..

맞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빙글빙글 또 하루가
수만가지의 얼굴로 돌고 있네요,,
공덕수 18-01-10 15:39
 
옛날에 어른들이 밥을 먹을 때 밥상 모서리에 앉지 못하게 하시던 생각이 납니다. 어디에 앉으나 밥만 먹으면 되지 했는데, 모를 안고 밥을 벌어먹는 편치 못한 삶을 살까봐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어디에 앉아도 모가 되지 않던 개다리 소반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저 북극곰의 밥을 누가 다 말아먹었는지,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온통 죄인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동물들이 멸종 되고 인간만 살아가는 지구, 인간들의 반찬이 될 동물만 우리에 갇혀 살아가는 지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모두 사라지고 가금류들만 닭장 속에서 자신의 날개가 왜 붙어 있는지, 날개를 부채로 쓰면서 살아가는 지구, 3D프린트기 같은 것이 성능이 좋아져서 사과나 달걀이나 바나나를 모두 프린트 해내서, 가축과 가금류 조차 사라져 버린 지구, 일식집 회전 레일처럼 돌며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사를 제공하고, 서로 먹고 먹히며 종을 보존해주던 먹이 사슬이 사라져 버린 지구,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극단적인 별들처럼..ㅎㅎ을 공상해봅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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