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미등단작가의 시중에서 선정되며, 월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작성일 : 18-01-26 22:34
 글쓴이 : 활연
조회 : 337  

담쟁이 내간

   활연





   석탄 광부처럼 남자가 내 몸을 파낼 때 나는 고생대에서 잠들고 썩어왔던 것들을 떠올리는 중이었어. 나를 다 파낼까, 파다가 다시 묻을까. 검은 얼굴에 희디흰 이빨이 인상적이지만 남자가 답답한 갱도를 걸어나가며 내 비사를 한 바지랑이 지고 가다가 슬쩍 버린다는 걸 알아. 그 남자도 석탄기 사나운 짐승이었는지도 몰라. 오래도록 외롭다는 까끌한 감정이 누적된 진폐를 앓겠지.

   기담이라는 마을엔 기담이 살까. 담은 설은 풍족해, 다 먹어치우기 힘들어. 우린 이야기에 둥둥 떠다니잖우. 우리가 버려둔 것을 잊으려 각자의 각도로 서로 겨누기도 하고 등허리 땀을 핥기도 하지만 냉화와 잡기쯤으로 그 밤은 묻힐 거야. 언니는 담벼락 기어오르다가 장미 냄새를 맡곤 하지만 가시에 찔린 냄새에 질려 있지만,

   언니의 폐광엔 눈먼 물고기 모여 살고 얼음 이전의 물들이 부푼 결정을 어쩌지 못해 얼음송곳 서로 찌르기도 하겠지. 얼음이 평평해지는 건 가시들이 겹쳐서 파묻힌 걸 거야. 나는 불야성에 깃들며 이 시대의 종족들이 쓸쓸해하던 먼지도 언젠가 깜깜한 갱도를 걸어 나오겠구나 하지. 언니의 슬픔은 편년체로 가고 나는 수언이나 야승이나 광사로 갈 거야.

   녹슨 철길에 서 있으면 꽃잎은 고갤 젖히고 갈바람 불곤 하지. 그림자가 철로에 서서 기우뚱거리기도 해. 철로를 딛고 잠시 무쇠처럼 서 있는 순간을 위해, 마음의 허구를 기록할 백지를 떠메고 가서 푸른 이파리 출렁거리며 무성했던 여름을 기억하려 하겠지.

   빗물이 마른 바닥으로 아무 주저 없이 뛰어내리고 있어.
   그렇게 살을 쓰나 봐.
   물방울 편지는 물 위에 적고,
   나뭇잎 우표 붙이고.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2-05 12:03:54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동피랑 18-01-27 04:03
 
내간체라 하여 쉽게 읽다가는 담쟁이 넝쿨에 친친 감켜 숨도 못 쉴 듯.
갱을 다 빠져나온 사람들 가슴엔 폐광 하나씩 있다면서요.
녹슨 곡괭이 옆으론 모로 눕기 시작하던 꽃들이 높새 타고 떠나기도 했다는데
검정이 싫어 불야를 밀어넣으면 대박이 터지기도 한다는...

역시 창은 활연사 절창이 쵝오!
     
활연 18-01-27 08:00
 
새벽4시, 시방에 계신 분.
철책 근무도 아니고, 우야튼지
국경은 무사하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682 새해 소원 (1) 요세미티곰 02-16 148
3681 한 번도 빵꾸 안 난 가계부 (7) 동피랑 02-16 250
3680 (이미지11) 빈집 (2) 은린 02-13 207
3679 [이미지1] 독거미가 박새를 물고 가는 일몰 무렵 (2) 민낯 02-13 145
3678 (이미지 10) 그 많던 불빛은 어디로 갔을까 (18) 라라리베 02-13 276
3677 (이미지9) 강철봉의 파동은 상습적이다 (9) 한뉘 02-13 204
3676 【이미지13】바지게 (8) 동피랑 02-13 284
3675 [이미지 12] 로맨티컬리 아포칼립틱 (1) 피탄 02-12 118
3674 (이미지 13) 아버지 (2) 샤프림 02-12 167
3673 ( 이미지 11 ) 신생은 느린 걸음이어야 한다 (2) 라라리베 02-12 175
3672 <이미지11>용의 등을 타고 다니며 꽃을 모아서 가장 아름다운 꽃집을… (4) 시엘06 02-12 240
3671 【이미지15】빨래의 맛 동피랑 02-12 224
3670 【이미지10】신은 왜! (1) 잡초인 02-12 188
3669 <이미지 14> 나쁜 운명처럼 해가 저문다 그믐밤 02-11 166
3668 (이미지5) 20세기 (3) 한뉘 02-11 178
3667 【이미지14】모래의 문장 활연 02-10 273
3666 (이미지3) 봄이 만들어질 때 썸눌 02-10 169
3665 <이미지 7> 메아리 없는 환성 초심자 02-10 141
3664 【이미지7】그리하여 (1) 잡초인 02-10 203
3663 [이미지 6 ] 어느 여류시인의 죽음 (2) 민낯 02-09 238
3662 (이미지15) 아득한 말 (4) 자운0 02-09 229
3661 【이미지10】 돌침대 (8) 동피랑 02-09 256
3660 【이미지2】돌올한 독두 (3) 활연 02-08 292
3659 <이미지 5> 어느 경계인의 절규 초심자 02-08 160
3658 (이미지11) 폐가 목헌 02-08 157
3657 [이미지 10] 왜 거꾸로 차나요 (12) 최현덕 02-07 216
3656 ( 이미지3 ) 아이스 블루 (10) 라라리베 02-07 225
3655 (이미지11) 마침내 폐허 (2) 자운0 02-07 187
3654 ( 이미지 13 ) 가마솥 (8) 정석촌 02-06 348
3653 <이미지10>아버지의 발 (2) 자운0 02-06 199
3652 (이미지11) 아파트 썸눌 02-06 139
3651 [이미지 13] 등에게 미안하지 않소 (14) 최현덕 02-06 268
3650 [이미지 5] 겉장을 가진 슬픔 (4) 그믐밤 02-06 221
3649 【이미지2】당랑 일짱 (7) 동피랑 02-06 247
3648 <이미지 6> 조청 (1) 구십오년생 02-06 220
3647 씨 봐라 (7) 동피랑 02-15 245
3646 동구 나무 (1) 목헌 02-15 108
3645 걸어가는 인도 (2) 부산청년 02-15 132
3644 산채 일기 우수리솔바람 02-14 111
3643 사마귀의 슬픈 욕망 (12) 두무지 02-14 201
3642 퍼스트 미션 하얀풍경 02-14 118
3641 담석 (2) purewater 02-14 113
3640 간고등어 (2) 은린 02-10 215
3639 사당역 (1) 초심자 02-05 243
3638 러브레터 (1) 조현 02-05 228
3637 후조(候鳥) (6) 동피랑 02-05 292
3636 통영 (12) 활연 02-04 427
3635 밤과 아침 사이 (14) 정석촌 02-04 421
3634 겨울 산 목헌 02-03 232
3633 차분하다는 것 (1) 감디골 02-03 178
3632 마령서(馬鈴薯) (6) 동피랑 02-03 271
3631 슈뢰딩거의 꿈 (20) 라라리베 02-03 285
3630 둥근 뿔난 별의 빈칸 메우기 (14) 한뉘 02-02 254
3629 (10) 고나plm 02-02 307
3628 깨어라, 가족 (2) 동피랑 02-02 239
3627 하루의 배후 (10) 라라리베 02-01 272
3626 감기 (10) 최경순s 02-01 277
3625 사해 (3) 그믐밤 01-31 333
3624 목하 (1) 활연 01-31 374
3623 대나무밭에는 음계가 있다 (14) 최현덕 01-31 358
3622 나는 슬픈 詩農입니다 (2) 요세미티곰 01-31 227
3621 (2) 동피랑 01-31 226
3620 해안선 (10) 정석촌 01-30 398
3619 눈이 오는 길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0) 라라리베 01-30 271
3618 갈대 부산청년 01-30 176
3617 단상 (6) 문정완 01-30 363
3616 주안상을 내밀 때는 이렇게 (5) 동피랑 01-29 319
3615 투명인간 (3) 활연 01-28 361
3614 비석을 쓰다듬으면 (2) 부산청년 01-27 237
3613 크로키 (2) 활연 01-27 34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