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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02 07:08
 글쓴이 : 동피랑
조회 : 487  

          깨어라, 가족

 

           
                        동피랑

 

 

 

1. 사각 링에서


유리창을 수없이 지어 박는 흰 펀치들

저렇게 해선 유리의 맷집을 이길 수 없지

차디찬 주먹을 뭉쳐 바람에 힘껏 던지면 모를까



2. 내가


그래서 장착한 건 세상에 없는 권장 사양

펄쩍펄쩍 줄넘기하듯 영역을 뛰어넘어 미션을 수행하지

나는 손가락과 쥐를 이용해 벌레를 잡고 있어

청동 창자에 맛있는 숫자가 흐르면 밤이 깊어서야 만나는 낯선 문장


00011011 00011100 00011101 00011110


이것은 우리 가정을 정조준한 명령문

알이 많은 걸 보아 벌레가 침투했군

쉬지 않고 부화하는 저 이진법 눈알들 좀 봐

가정을 해킹하는 버그잖아 

도대체 눈석잇길 방화벽을 누가 뚫었지

분명 내부 소행일 거야, 그렇다면 아빠?

맨날 랙(Rack)만 낳는 우리 엄마 불쌍해 어쩌지?



3. 엄마께선


에고,

꿈에도 자아는 프로이트 리비도

눈을 떠도 하루가 근의 공식

도무지 이놈의 숫자들 어떻게 돌봐야 정수가 되는 거야

사과 베어 문 잡스여 매킨토시 체제여

부디 나도 집안에서 루핑(Looping)만 돌지 않게

외장 메모리라도 늘려주면 안 되겠니?

이제 내 자궁의 DNA 개발 칩도 지겨워

내 하드웨어 몸뚱어리 

본체를 떼어내고 예전처럼 목련이면 모를까 어떻게 또 아이를 낳아

미치겠어, 누가 나에게 갱년기 백신이라도 놓아줘!



4. 이때 누나


엄마, 두두두(Do Do Do) 반복 실행 주사 어때?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혁신 같은 거

어제 했던 시뮬레이션 생각나? 가족 복구 게임!

자꾸만 미네랄이 빠져나가던 기억

소름 돋아, 다시 복원될 수 있을까

실패만 거듭하는 우리 아빠

오늘 네 번째 임신에 도전했데

그런데 새엄마 레벨이 장난이 아니래

머리와 심장이 견고한 A아이를 낳을 거래

난 사실 밥물 끓는 집이 좋아

겨울에도 식탁에서 꽃들이 깔깔 웃는

엄마, 난 세상 윈도가 싫어

끔찍해 창문을 깨고 말래

그러니 엄마, 우리도 눈발처럼 녹지 말고 똘똘 뭉쳐 주먹을 날리자고

한 방에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도록

그런데 왜 이렇게 눈썹이 저무는 거야

못 말리는 우리 아빠, 바이러스 

설마 가정을 종료?

팟, 전원 종료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2-12 15:48:25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서피랑 18-02-02 21:31
 
시의 스펙트럼이 장난 아닙니다 ㅎㅎ
윈도가 싫어 창문을 깨고 말래,

고리타분한 문단 유리창에
짱돌 던질 날이 기대됩니다..
동피랑 18-02-03 05:54
 
글이 안 자라면 호흡을 길게 하는 편인데 정확한 패스가 되지 못하고 역시 똥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서피랑님 박수에 놀라 공이 골 문을 향해 굴러가는 것 같습니다.
주말 즐거운 행보 새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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