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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0 18:35
 글쓴이 : 이강로
조회 : 252  

푸른 집

 

             이 강 로

 

지번마저 허물어버린 그 방, 안팎이 훤하다

설령, 방금 새들의 시선이 날아간 저편 아스라이 숨처럼 떨어진, 그걸

구깃구깃 아이들은 악을 쓰며 울고 오줌먼지에 절인 두터운 솜이불 그 아래

아득히 우물은 더욱 깊어져서, 이젠 푸른 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아니다 새벽마다 가까운 저수지 위로 우리 기쁜 날들의 기억은

유년의 내가 부르던 서툰 동요가사처럼 나를 끝내 찾지 못한다 해도

내가 숨을, 아무래도 그 어둡고 축축한 기억의 동굴, 그 속, 그 푸른 물 안의 

다만 질퍽한 햇살을 이제 손을 펴서 흔쾌히 받는다

마르기전 우물의 푸른 언어들이 내 거친 손바닥 골을 유영한다

 

저길 봐! 저수지 둑의 헤진 송수신기와 수많은 전파의 고운 입들이 내게

일제히 눈인사로 온기어린 안부, 아이들은 고갤 젖치고 소리를 벗는 시간이다

객기를 부리려는 저 익숙지 않은 푸른 것들조차 정겹다

나는 숲에게 거짓으로 숨겨서 아껴온 의문들을 되묻는다

낮 익던 주소들은 이제 집 밖 길거리로 내몰려서 거리마다

새로운 길의 이름표 달아 희망은 노숙인 거리에 아직 없다지만

새벽을 달려온 유월의 저수지 그 길 위에 껍질을 마저 벗어던진

바람의 전신주, 헤진 면바지처럼 순한 바람에

녹의(綠衣)속 두 손 불쑥 내밀어 수갑처럼 덜컥 나를 순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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