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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06 10:34
 글쓴이 : 동피랑
조회 : 309  


와려(蝸廬)

 

   

                     동피랑

 


   꿈틀, 이파리 행 뒤꿈치가 막 출발합니다 제발 제 발 밟지 마세요 누가 알아요? 무른 걸음이 지구를 휙 돌고도

운행을 더 할지, 그러려면 아가, 부디 등짐을 내려놓아라, 안 무겁니? 어머니는 늘 길바닥에 반짝반짝 잔소리를

늘어놓죠 저보다 더 큰 집채를 업고서 말입니다


   후훗, 중요한 건 기척을 재빨리 무는 거, 먼지가 일면 그땐 늦어 안테나를 세운들 무슨 소용돌이가? 잘만 하면

나는 옆구리 은행을 끼고 강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하늘로 부풉니다 그리하여 나의 지붕이 여우를 두르고 벤츠를

타고 애인과 신나라로 갑니다 친구들이 나를 통째 식탁에 올려본들 만찬은 싱겁지 말입니다


   야호, 누구보다 먼저 도착한 내가 꽃의 견적을 살핍니다 꽃자루는 튼튼한지, 꽃턱은 안 높은지, 씨방은 몇 개,

꽃잎의 도배, 꽃밥의 조명, 꽃의 이웃들, 나는 꽃의 전문가를 데리고 죽어라 묻습니다 그 사이 나비들이 단물을

빼 갑니다 벌들이 꽃가루를 실어 갑니다 개미들이 뿌리를 먹습니다 기어코 꽃을 등기 못 한 저녁은 옵니다

이자에 이자로 밟힌 그림자로 말입니다


   아하, 자기 한 몸 눕힐 공간만으로도 꽃자리거니, 500에 30 기름보일러 탱자나무면 어떻습니까 가시 담부랑도

촉촉한 느낌표만 있으면 탱자 꽃을 피울 거라, 낮에도 희디흰 뭇별에 묻혀 더는 떠돌지 않을 거라, 마침내 필생의

업장마저 떨치고 그대로 누워도 좋을 거라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6-14 10:03:06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마황a 18-06-06 10:50
 
말입니다/가 자꾸 즐거운 가독성을 방해합니다..
참으로 프로를 뺨치는 놀라운 필력을 자랑하시네요..
오늘은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글을 두고 갑니다만..
만 35세에 국가요원 2명을 놓고 한 명과 결혼하려니 난감..
기실 고맙게도 영감을 주지만 죽지도 않고 시하려니 피곤함..
좋은 시귀와 시어로 풋풋하고 싱그러운 이슬 같은 시를 봅니다..
Thank you ~
     
동피랑 18-06-06 10:57
 
음, 들켰군. 역시 마황님이네요.
말입니다는 훗날 엉덩이를 걷어차서 쫓아버릴 작정입니다.
청춘이 결혼에 드려고 하는군요. 좋은 결실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뉘 18-06-06 12:52
 
달팽이처럼
천천히 간들 그 무엇이 뭐라 하겠습니까
화려한 무늬의 하루보다
작은 움박 일지언징 오롯이 내 그릇에
채워지는 하루면 족하지 않을는지요
잘 지내시죠 동피랑 시인님^^
같은 재료라 해도 오르는 식탁에 따라
천차만별인 세상인지라
시인님의 시가 더더욱 와닿습니다~^^
좋은 시 조금은 느리게 머물다 갑니다
그래서 더더욱 좋습니다ㅎ
더위가 시작되었네요
건강 유념하시고 초록이 싱그런
나날들 이루어 가십시요~~~^^
     
동피랑 18-06-08 08:08
 
굼벵이 댄스 추느라 이제 왔습니다.
한뉘님의 정감있는 말씀 감사합니다.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좋은 작품 꼭 살작꿍 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옵길 빕니다.^^
최정신 18-06-06 19:23
 
달팽이 말을 언제 저리 다 경청해 구슬언어를 꿰었을까요
달팽이에게 시인은 차렸, 경례 해야하지만
이 시로 말하자면 달팽이가 시인에게 경의를 표해야 겠네요
참 좋습니다, 피랑님 건강은 필수,
동피랑 18-06-08 08:16
 
제가 이래도 한때 벌레들과 놀았다는 거 아닙니까?
시방은 시방에서 기며 헤매지만 시인님이 최근 반짝이는 작품으로 등대가 되어주시니 고마운 일입니다.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늘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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