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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02 09:34
 글쓴이 : 강북수유리
조회 : 178  

 

수직의 사내

정호순

 

 

우리 집 골목길 앞에는 비쩍 마른 멀대같은

전봇대 하나 구걸하듯 서 있다.

 

아침저녁 수시 때때로 마주치며

수인사를 나누지만 고된

미로의 모퉁이에서 첫인사를 나눈 지는

꽤나 오래 되었다.

 

처음 이사 올 때는 말끔한 옷차림으로

바쁘게 서로 지나쳤는데

언제부턴가 구직 광고판을 목에 걸더니

애써 시선을 피해 외면을 한다.

 

이십여 년째 계단 꼭대기

늘어진 전깃줄처럼 비스듬히 서 있는

사내의 온 몸에는 갚을 수 없는 빚처럼 각종 전단지

일수 도장 찍듯 나날이 늘어 가는데

 

수학 야간 과외를 하다가

영어 시간 강사를 하다가

어떤 때는 복덕방 영업사원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구멍 난 할부처럼 질질 새는 다리 가랑이에는

지하 단칸 셋방 얼룩진 빗물처럼

침투한 지린내가 배여 있다.

 

누가 앗아간 것일까

 

목을 조여 오는 카드빚처럼 너덜거리는

바람은 엄동설한 문풍지처럼 울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7-10 16:04:58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임기정 18-07-02 19:04
 
맞습니다
전봇대는 동네 광고판이지요
자신의 몸에 덕지 덕지 붙여도
늘 한결같은 마음
키다리 아저씨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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