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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20 13:24
 글쓴이 : 이기혁
조회 : 193  
살해하는 담장


  가로지르는 가시넝쿨, 몸이 없는 목들이 걸려있고 굶주린 사람들이 몰려들어, 채찍질로 완성되는 표정, 울퉁불퉁한 먹구름, 비가 내리지 않아도 먹구름은 장마로 호명되고, 무너지는 담장, 가시에 찔리는 사람들,

  담장이 건축되던 때 담장의 종말을 예언했던 사람들은 없었겠지 혹은 모든 담장은 언젠가 무너진다는 은유니까 담장을 당장 끝장낼 필요는 없었겠지 가시넝쿨을 손질하고 담장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사람이 있다

  담장은 무너져도 여전히 담장일까

  총소리가 나면 오후는 멀어지고 새벽의 천장에는 바람구멍이 뚫렸어 자물쇠를 걸어 잠근 집, 굶주린 가족을 위해 집을 나와 담장으로 향하지

  총소리를 조심해야 해
  너는 무너져도 담장이 아니니까

  비가 내리지 않아도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려, 총소리가 잘 들리지 않겠지 창문에 커튼을 치는 사람들을 보고 총소리를 짐작할 수 있겠지

  커튼에는 채찍으로 아이들을 때리는 실루엣이 있어
  이 새벽이 지나면 담장에는 목이 늘어나 있을까

  담장은 무너뜨려도 여전히 담장인가 담장에 자물쇠를 걸어 두면 자물쇠는 여전히 자물쇠인가

  해가 뜨면 저 목들은 먼지처럼 흩어지겠지 새벽이 가기 전에 목을 가져와야 해 그러니까 이 굶주림들이 내일에는 끝나게 된다면 좋을 텐데 굶주림이 계속된다면 이제 누구를 끝장내야 하는 거지?

  저 집의 자물쇠를 부숴야만 해
  품속에 숨겨둔 총으로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7-23 16:59:49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서피랑 18-07-20 16:57
 
시의 눈빛이 파릇파릇 익어,
예전에 보던 시가 아니군요,

열정적으로 문학에 임하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멋진 시인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이기혁 18-07-21 14:04
 
서피랑님 감사합니다
응원에 부응하도록 노력할게요 ^^
이장희 18-07-20 18:36
 
그러고 보니 담장으로 저는 시를 쓴 적이 없네요,
매일 담장을 지나쳐 가는데도 참~
시가 끌리는 매력이 있네요.
젊으셔서 그런지 시원시원 합니다.^^*
오랜만에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자주 뵙길 바래요.
더운데 건강조심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이기혁 시인님.
     
이기혁 18-07-21 14:05
 
이장희 시인님 감사합니다
담장이란 소재가 다양한 형태로 변주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합니닷
시인님도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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