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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12 22:16
 글쓴이 : 장의진
조회 : 828  

내가 새긴 밤

 

넙적한 벼루에 먹을 갈고 닦다보니

지문이 새겨진 붓을 검게 물들인다

검은 붓을 들고 하늘을 휘휘 저으니

점차 검어지는 하늘에 먹은 닳아간다

별빛 한 점 없는 검은 밤을 만들자

내가 서 있는 이곳은 하늘이 되었다

 

이제 수그렸던 허리를 피고 걸으니

내 땀방울 발자국이 하늘에 번지고

땀방울을 밟고 미끄러진 별똥별 끝

내가 넘어진 자리는 밝은 달이었다

아마 내 아래는 시골인지라 밝지만

먹 냄새 모르는 도시 촌놈은 모른다

별빛을 수놓은 내 발 냄새를 모른다

 

하늘 위에 하늘이 내 밤을 씻기고

흘러가는 빗물에 층층이 옅어진다

넘어진 자국은 남아서 해를 밝히고

떨어지는 밤을 타고서 먹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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