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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2 04:16
 글쓴이 : 무의(無疑)
조회 : 531  

 

노량진 

         - 조성국


죽음도 물에 빠지면 한번 더 살고 싶다
바닥은 끝이라는데 파면 또 바닥이다
한강을 건너왔는데 부레가 없어졌다

씹다 뱉은 욕들이 밥컵 속에 붙어 있다
눈알이 쓰라린데 소화제를 사먹는다
위장은 자꾸 작아지고 눈꺼풀은 이미 없다

안부를 고르라는 전화를 또 받는다
안쪽을 물었는데 자꾸 밖이 보인다
옆줄을 볼펜으로 찍었다 적절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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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봉洞 세한도

               - 김수환



동네  점집 댓잎 끝에 새초롬한 간밤 눈
먼발치 새발자국 저 혼자 샛길 가고
귀 닳은 화판 펼치고 바람이 먹을 간다


전봇대 현수막보다 더 휘는 고갯길을
리어카 끌고 가는 백발의 노송 한 그루
수묵의 흐린 아침을 갈필로 감고 간다

맨발의 운필로는 못 다  그릴 겨운 노역
하얀 눈 위에서도 목이 마른 저 여백
누대를 헐고 기워도 앉은뱅이꽃 옥봉동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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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팔레트


                  - 신준희


알코올이 이끄는 대로
너무 멀리 와버렸다

내려야 할 정거장을
나는 자주 까먹었다

날마다
다닌 이 길은

처음 보는 사막이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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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순



설마에 
속아 산 세월
어느 덧 팔십 여년


태워도 
안 타더라
끓여도 안 익더라


아파도 
끊기지 않는 너 북망산은 끊어 줄까


세상에 
질긴 끈이
천륜 말고 또 있을까


노구의 
어께 위에
버거운 짐 덩이들


방하착(放下着)
할 수 없으니 착득거(着得去) 할 수 밖에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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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와온

 

          ㅡ장은해

1.
물과 뭍 진한 포옹 순천만에 와서 본다
잗주름 굽이굽이 하루해를 업은 바다
붉지도 희지도 않은 갯내 살큼 풀고 있다
우련해진 개펄 끝을 찰방대는 파도소리
오뉴월 함초 같은 슬픔의 싹 돋아나도
갈마든 밀물과 썰물 그 아래 잠이 든다

2.
말뚝망둥어 뒤를 좇던 달랑게 한 마리가
붉덩물 둘러쓴 채 물고 오는 해거름 빛
저들도 가슴 뜨거운
사랑이 있나 보다
손에 손 마주잡은 연인들의 달뜬 눈빛
밤바다에 등을 달 듯 별 하나씩 켜질 때
따뜻한 남녘 바람이
내 어깨를 쓸고 간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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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를 하다
                 최광모


벽속에 숨어버린 얼룩진 독거의 세상 
행복했던 기억들은 미라가 되었지만 
남겨진 꽃의 흔적이 허공을 물고 있다 
그 불면 증명하듯 누렇게 부푼 벽지 
말할 수 없는 침묵 목숨처럼 그러안고 
어제 또 장편소설을 어둠에 새겼을까 
화석 같은 외로움 안 아프게 매만져서 
눌어붙은 한숨을 긁어내고 닦아내면    
하얗게 피어난 벽이 햇살처럼 웃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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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거미

             - 성정현

 

 

내 집은 공중그네 어둠에 주추를 놓고

아무도 깃들지 않은 바람으로 엮은 처마

벼랑을

짚고 짚어도

하루살이만 숨죽이고

 

언제쯤 우리도 남루한 저녁 한때

끼니 걱정 하나 없이 마음의 빚도 없이

단 한 번

사랑을 위해

날아오를 수 있을까

 

바지랑대 선회하던 그림자 길어지면

너를 포획하기 위해 중심에 붙박인 몸

뎔두 번

허물을 벗어

허공으로 길을 낸다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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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고서를 읽다

                  - 박경희

 

 

소나무 그리움은 기린처럼 목이 길다
쓰린 몸 향기롭게 그늘도 감아올려
하늘에 얼굴을 묻고 늦가을 헤아린다

   

화첩의 여백으로 허공 깊이 살피면서
삼릉*에 얹혀사는 풀잎들 가슴 속에
바스락, 속지인 듯이 흰 구름 들앉히고

더러는 메마른 몸 바람에게 내어준 뒤
조릿대 쑥부쟁이 그 앞섶 쓰다듬어
잘 익은 풍경 하나를 남산에다 잇댄다

한 세월 갈고닦은 갑골문의 필법같이
어디선가 날아온 한 마리 딱따구리
오늘도 화엄의 세상 푸르게 음각하는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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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의 노래

               - 김현주



갑옷도 투구도 없이 전장으로 오는 장수
식당 문 왈칵 열며 "칼 좀 가소, 칼 갈아요"
허리춤 걷어 올린 채 이미 반쯤 점령했다
 
무딘 삶도 갈아준다, 너스레를 떨면서
은근슬쩍 걸터앉아 서걱서걱 칼을 민다
삼엄한 적군을 겨누듯 눈은 더욱 빛나고 

칼끝을 가늠하는 거친 손이 뭉텅해도 
날마다 무림고원 시장골목 전쟁터에서 
비릿한 오늘 하루를 토막 내는 시늉이다 

적군이 퇴각하듯 자꾸만 허방 짚는 
가장의 두 어깨가 칼집처럼 어둑해도 
생의 끈 날을 세우며 바투 겨눈 하늘 한 쪽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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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초꽃 사설

 

                - 박미소

 

 

 

모내기 끝난 논 갈아엎는 개구리처럼

울 엄마 서러움이 서성거린 강둑에서

남몰래 그러안은 밤, 물소리에 잠기고

오늘도 밝은 달이 세상을 비추었지만

혼자서 못 건너갈 넓은 강 바라보며

하얗게 쪼그려 앉아 울먹이는 그림자

다 식은 그리움이 내다버린 마음같이

버리고 싶은 기억 한 잎씩 뜯어내며

점자로 떠오른 엄마, 다시 읽는 8월에

 

(한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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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사용처

              - 김제숙



한 자락 달빛 당겨 머리맡에 걸어 두고

읽던 책 펼쳐서 떠듬떠듬 길을 가다

내 삶의 빈 행간 채울 밑줄을 긋는다

한눈팔다 깨진 무릎 상처가 저문 저녁

난독의 삶 어디쯤에 밑줄을 그었던가

헛꽃만 피었다 스러진 내 사유의 빈 집

기울은 어깨 위에 허기 한 채 얹고서

다 닳은 더듬이로 하나씩 되짚어가며

접어둔 밑줄을 꺼내 내 미망을 꿰맨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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