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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2 10:12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477  
세상이 참 유치하다.
나는 또 잘릴지 모른다.
그 간신배 이모가 시켜 준 짬뽕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신배 이모는 날마다 먹을 것을 가져 오는데
사장이나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먹어라고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먹어라고 하지 않는다
그녀의 마음에 드는 날은 먹고 싶지 않아도 그녀가 가져 온
감이나 귤 따위를 먹었고,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은
다른 사람 다 모여 서서 무엇인가를 먹는데 나는 혼자
돌아서서 모르는체하고 일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주는
무엇도 먹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그런데 그녀가 점심 겸 저녁
식사를 짬뽕으로 주문 한 것이다. 내가 먹지 않겠다고 하자
사장 엄마가 "너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랑 같이 일 못한다"라고
말했다. "먹는 음식을 가지고 지랄 용천을 떤다"고 간신배 이모가
사장에게 전화하겠다고 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뭐..짬뽕 먹지 않는다고, 잘려야 하면 잘리죠, 뭐"
간신배 이모는 뱀띠라고 했다. 나이가 육십이 넘었다.
자신이 엎지른 깍두기 통을 내가 엎질렀다고 사장에게,
사장 엄마에게 고자질 했다.그리고 내 면전에 대고 돌대가리라고 말했다.
"언니나 저나 돌대가리 같던데요,
일년이 넘었다면서 콩나물과 김치 뿐인 국밥도 못 끓여내시쟎아요?"

나는 잘리고 싶다.
사람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서
사람 축에 끼여사는 버러지랑 한 솥밥 먹는 것이 싫다.
사람의 형상을 한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어떤 중노동, 막노동보다 힘겹다.
앉았다 일어서기가 힘들정도로 허리가 아프도록
일하는 나를 "통 하나만 들어도 힘들다 아프다" 하고
꾀만부린다고 사장에게 고자질 했다고 한다.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세상은 갈수록 가관이다.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영혼이란 정신이나 마음과 달라
무엇인가 학습하기 이전이 이미 완전한 어떤 것이라고 나는
믿어왔다.
그런데 사람이 저렇게 저열하고 더러울수 있다니,
내가 자신이 시킨 짬뽕을 먹지 않겠다고 하자
사장에게 전화해서 말해야 겠다고 했다.
하 하 하, 정말,,,난 왜 이렇게 유치한 별에서 생존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무엇인가를 잘못 배워온 것일까?
저 간신배 이모가 싫은 것은 내가 속좁은 그녀랑 다를바 없는 인간
이기 때문일까? 
염소가 몸에 좋다고, 염소 농장에 직접 가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살아 있는 염소를 골라 약을 짜 먹는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그녀가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
그녀는 정말 튼튼하다.
17인치 텔레비젼 같은, 물이 가득차 있는 통들을, 혹은 김치가
반이나 들어있는 욕조 같은 통들을 번쩍번쩍 든다.
나는 빈혈이 있어서 그런 것들을 들고 나면 머리가 핑 돈다.
그녀는 누웠다 하면 잔다고 자랑했다.
무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 빼고 직원들 모두가 그녀 자신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렇더라도 상관이 없는듯 했다.
그녀는 입을 딱 네 가지 용도로 쓴다.
남을 욕하거나,
자신을 자랑하거나,
몸에 좋은 것들을 말하거나,
몸에 좋은 무엇인가를 계속 쳐먹는데 쓴다.
나는 그녀가 더럽다고 계속 생각한다.
그녀가 내 옆에 오는 것이 소름끼친다.
나는 남을 욕하는 것도 싫고
나를 자랑할 것도 없고
몸에 좋은 것보다 몸에 나쁜 것을 즐겨한다.
몸의 욕구들을 줄이는 것이 몸 안에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내용물들을 좋게 할지도 모른다고 믿는다.
나는 아무런 권모술수도 모른다.
아니 내가 대통령이나 정계 거물도 아니고 도대체가
그런것을 쓰고 살아야 할 까닭을 나는 모른다.
식당 주방에 일하면서 그런 일들을 해야하다니...
어처구니가 상실된다. 
그래 잘려야 한다면 잘리자. 나는 그녀가 가져 온 음식을,
그녀가 돈 많다고 자랑하듯, 시켜주는 배달 음식들을
먹지 않을 것이다. 더럽기 때문이다. 

또 내 호주머니 속의 전지 가위를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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