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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0 08:13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734  

고래심줄보다 질긴 간신배의 체질에 졌다.

열리는 창문 하나 없는 통유리 밖으로 은행잎이 떨어졌다.

사장 엄마가 "은행잎이 떨어지네!"하고 잠깐 눈이 부셔졌다.

"언니! 은행잎도 삶아 먹으면 몸에 좋대요"

살아 있는 염소들 중 눈이 새까만 놈을 한마리 골라서

60만원 주고 약을 해 쳐먹었다더니, 간신배의 눈에는 온

세상이 먹이 같다. 그렇게 몸에 좋은 것만 먹어서 그런지

그녀는 몸도 마음도 튼튼한 것 같다. 모든 직원들이 그녀

에게 공통적으로 느끼는 기분은 더러움이다. 어제 그녀가

국밥에 들어가는 밥을 다섯 덩어리 뭉쳐 놓았는데, 그녀의

손이 닿은 밥덩어리를 만지기 싫어 다른 밥을 새로 뭉쳐 썼다.

나랑 동갑인 여자도 그녀와 눈을 마추치지 않고 말한다고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더러운 느낌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모두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그녀는 끄떡 없다. 지금껏 보았던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체질 이였다. 11시가 넘어도

아침 겸 점심을 주지 않아서 사장에게 물었다.

"사장님! 혹시 배 고프지 않으세요?"

홀에 있는 동생들이 배가 고플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그녀가 아주 공손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괜찮아요. 배 안고파요"

 

정말 죽이고 싶었다.

몸에 좋은 것들만 쳐먹고 살면 저렇게 마음은 무뎌지는 것일까?

왜 딸 같은 아이들의 허기진 배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것일까?

 

나는 사장에게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 간신배를 하루라도 더 느끼는 일이 전이 될 것이 분명한 암세포를

내버려두는 일 같다. 그런 여자와 이인 삼각경기 같은 하루를

비좁은 주방에서 같은 도마를 쓰며 보내는 것이 신에게 무슨 의도를

가진 일인지 나는 이해하기 싫다. 그녀가 내 옆에 오는 것이 소름끼친다.

모두 농담하고 웃고 있다가도 그녀가 옆에 오면 따뜻한 방에 냉장고 문을

연것처럼 공기가 싸늘하고 이상한 냄새에 물든다.

"그러니까, 트럼프 같은 돈 많은 영감을 물어야 하는기라"

이 식당에 와서 살이 5 키로나 빠졌다는 중국 아이가 하는 농담에 모두가

웃고 있었다.  간신배 고래심줄이 입을 열었다.

"주은아! 그래도 늙고 병든 너그 신랑이 더 낫다.

아이들 한테 아빠가 얼마나 힘이 되는데"

또 나는 그녀가 죽이고 싶었다.

중국 아이보다 그녀의 남편은 스무살이 많다고 한다.

그녀는 중국 연변에서 꽤나 잘 사는 집 딸이였는데 코리안 드림에 속아서

한국 남자에게 시집을 와서 열 손가락이 닭발처럼 되도록 고생만한 아이다.

간신배 고래심줄이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아이들 때문에 온갖 고생을

참으면서 정도 없는 늙은 남자랑 살고 있는데, 그런 농담이라도 하며

잠시 웃고, 그런 그녀의 운명으로부터 잠시 놓여 나는 것인데

좋은 것만 쳐먹어서 청력만 좋은 귀로 농담 진담 구분도 못하는 것이다.

자신은 60만원짜리 약을 늘 해 쳐먹으니까 무거운 것들을 번쩍번쩍 들어도

골병이 들지 않는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밥도 겨우 먹는다. 혼자만

딸 같은 사장에게 좋은 직원으로 보여서 천년 만년 그 식당에 다녀야 하

는 이유를 알 수 없으나, 그녀는 매사에 오버를 한다. 출근도 남들보다

한시간을 빨리 하고 천천히 해도 될 일도 덜거덕 거리며 소란을 떨고,

손님이 없는 시간엔 좀 쉬면 서로 좋을텐데 각성제 먹은 개처럼 혼자

주방을 들쑤시고 다닌다. 도대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곤

없다. 교대 근무라 엄연한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있고 적정선의 노동량이란

것이 있는데 그녀 하나 설치므로해서 모든 근로 기준이 달라진다.

우리는 모두 몸 사리고 시간만 떼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녀는 직원이라기

보다는 사장 엄마의 몸종이다. 가엾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사장과 사장 엄마가

아닌 동료들에게 하는 짓들을 보면 울화통이 치미는 것이다.

남자 사장은 간신배 고래 심줄 때문에 번번히 괜찮은 직원들이 그만두는 것을 보고

"그 이모를 자르면 이모, 일 하실래요?"

하는 것이였다. 그런데 간신배 고래심줄이 저렇게 비굴하게 굴면서 까지 오버하는 것은

꼭 이곳에 다녀야 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아

"아닙니다. 몸도 좀 아프고, 제가 그만두겠습니다" 그랬다.

월급을 현금을 받는 것을 보았다.

모두 일년이 지난 그녀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고, 보건증이 남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자신의 형제간 중 가장 못사는 동생이 혁신 도시에 8층짜리 건물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또한 자신은 간병비 250만원을 주고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맡기고, 우울증이 걸려서

식당 월급 210만원을 받고 다닌다고 말했지만, 그녀가 늘 자신의 집이라도 주장하는 한보

아파트는 이 식당에서 걸어가면 되는 거리인데 퇴근할 때 시내버스를 타고 우리 도시의

빈민가인 옥봉동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는 말을 들어보아도 행동을

보아도 본데도 들은데도 없어 보인다. 분명 그녀를 왕따 시키는 우리들 모두 보다도 절실한

사연이 있을 것 같다. 난 어차피 어디든 오래 있고 싶지 않다.

그래, 간신배 고래심줄, 어떻게든 천년 만년 버텨라

난 너랑 이인삼각경기를 도저히 견딜수가 없다.

너와 비슷한 호흡을 하게 되는 것이 싫다.

 

한 일주일 쉬고 싶다.

마당에 이젠 제법 살이 토실토실 오른 고양이 새끼들을 바라보며 춧담에 앉아 난이와

놀며 햇볕을 쬐고 싶다.

천왕봉이라도 한번 다녀 와야겠다.

눈이 내렸을까?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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