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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3 07:59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67  

다시 나는 꿈을 이룬다.

아 나는 또 몇일이나 내가 이룬 꿈에 취할 수 있을까?

백수다.

생업의 휴유증으로 주먹을 쥘 수 없는 손으로 다시 자판을 칠 수 있는 시간이다.

어느 직장에 들어갔다 그만 두면 한번의 생애가 시작 되었다 끝나는 느낌이다.

환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래서 우리는 번번히 생에 빨려 들어가고 휩쓸리는 것이다.

 

어제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은 콩나물 해장국이 서른번 째 였던가?

"쓸데 없이 아가리 놀리면 썩돌로 주디를 뭉때삔다"라는 홀 서빙의 교훈은

내게 결정적인 승리를 안겨다 주었다.

자꾸 이상한 거짓말을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니는 간신배에게 결정타를 먹였다.

사실은 간신배에게 직접적으로 들은 이야기가 아니였다.

중국 아이와 술을 한 잔 마시다 중국 아이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였다.

"언니! 사장 엄마 남편이 젊어서 바람을 너무 많이 피워 사장 엄마도 같이

맞 바람을 피웠대. 그래서 지금 자식들에게 부모 대접 못 받는거래"

"누가 그래?"

"주방에 있는 부동산 이모가"

남의 보건증을 쓴다는 간신배의 이름을 알지 못해 그녀를 부동산 이모라고 불렀다.

사실 그 말을 들을 땐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남편이 바람 피워서 홧김에 서방질 할 수도 있지,

남편이 바람 피우지 않아도 허다하게 하는게 바람인데, 그런 이아기를 말꺼리로

삼는 간신배가 역시 인격 장애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나에 관한 거짓말을 하다 들킨 간신배를 사장 엄마가 두둔하려 들었을 때

문득 그 말이 생각났다.

"어째서  자신이 했던 말도 기억 못해요?

좋아요. 그럼 이 말을 저한테, 둘이서 이 천막안에서 파 썰면서 했던 기억은 나것네예,

큰 이모 남편이 바람을 너무 피우고 돌아다녀서 큰 이모도 맞바람을 피우고

그래서 늙으막에 자식들에게 부모대접 못받고 산다면서예?
"그래! 내가 했다 왜?"

고맙게도 그녀 스스로가 내 말의 증인이 되어 주었다.

하도 여러 사람에게 남의 험담을 늘어놓다보니 자신이 했던 말이지 하지 않았던

말인지도 모르고 시인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 말은 그녀의 입을 뭉개는 썩돌이 되어 주었다.

"그래? 이런 바닥에 일하러 기어 들어 온 니는 무슨 부모 대접을 그리 잘받고 있는데?"

나는 서로 간이라도 빼 줄 것 같던 두 늙은 여자가 목청 돋우고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주방으로 와버렸다. 그녀들은 주방에 와서도 싸웠다. 한 사람은 분을 내고 한 사람은

그게 아니라고 변명을 했다. 그 뒷날 여사장은 내게 물었다.

"언니, 언니가 더 일해주면 안되요?"

"싫어요. 저 사람과는 일 못합니다. 더 이상 저에 관해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을

떠들고 다니는 것 견딜 수 없어요."
"저 언니를 자를께요. "

 

다 된 밥에 코 빠뜨리기는 내 전문이다.

그 다 된 밥이 먹기 싫었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말해도 된다면 불의에 대한 거부감이였을 뿐 그녀의 일자리를 뺏고 싶은

생각은 아니였다. 나는 호시탐탐 백수를 꿈꾸지만 그녀는 그곳이 순교를 하고 들오 온

천국인듯 목숨을 거는 장소다. 그녀가 사장에게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긴장하면 할수록

많은 실수를 해가며 지키는 절실함이 내게는 없는 장소다., 삼십일 째 콩나물 국밥을 먹고

또 한 달을 더 먹고 싶지 않았다. 이 곳이 생이라면 나는 또 한번의 자살을 더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만두기로 하고 , 그러니까 죽기로 하고 생을 뒤돌아 보듯

그 장소의 그 간신배를 돌아보니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영문인지 가장 쉬운 일을

겁내고, 가스불 앞에만 서면 허둥대는 그녀에게 말했다.

"언니! 제발 차분하게 집중을 하세요. 불 앞을 못 지키면

야시 같은 년들 들어오면 언니는 언제나 뒤치닥꺼리만 해야되요."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있는 자리다툼이다.

그런면에서 가장 편한 일을 피하고 궂은 일만 하는 그녀가 차라리 순수했다.

콩나물과 김치 두개만, 불 앞에 가만히 서서 포스 찍혀 나오는대로 끓여 내면

무거운 것 들면서 골병도 들지 않고 폼도 나는 일이다.

그말이 고마웠던지 갑자기 돌변한 그녀가 꼬리에 불을 매단 쥐처럼 동동 거리며

내 일을 이모저모로 도와주었다.

"언니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세요

사이드 메뉴는 저에게 시키면 되고, 사장이 올 때까지 뒷 일은 미뤄두면 되요."

 

어쩌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단순하고 착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대로 자기방어를 한다는게 저렇게 뒤틀린 모습이 되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걸레처럼 마지막 한방울까지 사람을 비틀어짜는지도 모른다.

홀서빙의 교훈대로 썩돌로 주디를 문질러버려서 그런지 그녀는 나를 겁내었다.

아니,모두를 무서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 그녀가 먹는 약은 60만원짜리 염소중탕이 아니라 어느 약국에서 조제한

감기약이였다. 그렇게 미움을 받고도 튼튼하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였다.

혼자서 끙끙 마음 앓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다시 일하자.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지, 그냥 다시 일한다 케라.

내가 말해주까? 사장한테"

걸핏하면 사장한테 전화해서 나를 자르겠다던 그녀가 "저아랑 다시 일했으면 좋겠다"

고 사장에게 말해준다고 했다. 왜 나는 좀 더 일찍 그녀의 손을, 시어머니 간병비

이백 오십만원을 간병인에게 주고 우울증 치료를 나올 정도로 부유하다면서

여기서 잔뼈가 굵은 여느 손들 보다 더 심한 닭발인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던가?

마음이 명치 끝에서 부터, 소주 첫잔을 삼키는 것처럼 짜리하게 아팠다. 나를 돌대가리가

하면 어떤가? 사실 난 좀 돌대가리이지 않은가? 내가 김칫통을 엎질렀다 하면 또 어떤가?

매사에 그렇게 남의 수고를 헛되게 만드는 그녀를 불의로만 봤어야 했던가?

그녀의 무능을 드러낼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떡갈비를 구워주고, 부추전을 구워주며

말 없이 그녀를 도울수밖에 없지 않았던가? 그래도 내가 그녀보다는 나은 인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던가? 난 결정적으로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는 사람이였기 때문인가?

 

몇 일 손을 쉬게 해야겠다. 네번째 손가락은 다른 네 손가락보다 늦게 구부러지고 늦게 펴진다.

오른손이 그렇다. 종일 고무장갑을 끼고 뜨거운 것을 만졌기 때문에 약지의 반지 밑이

다 짓물렀다. 이젠 반지를 빼도 손가락에 반지가 남아 있다. 그와 나의 반지는 지하 상가에서

세일 가격으로 산 18케이 반지다. 재혼이나 삼혼이나 결혼은 내게 무의미하다. 일부종사도

일업종사도 나는 모르는 이야기다. 한 명이면 어떻고 백명이면 어떤가? 그대가 대한민국 밖에

모른다고 그대는 순결한가? 세계 일주를 했다면 그대는 불결한가? 다만 누구에게이건 사랑은

약속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서로 사랑하는 한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가는 약속이다. 한 때

그와 영원히 살라고 엄마가 맞춰 주었던 반지를 팔아 술을 사 마신 적도 있었다. 그 손가락에

다시 그와 함께 산 반지를 끼며 나는 세상의 모든 서약과 맹세를 비웃기도 했다.

 

스무살 때인가? 쟈가드 방직기가 있는 직물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봄이 오고 있었고, 새벽도 졸음도 함께 오고 있었다.

어느 방직기가 고장이 났는지, 공구함을 든 기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고

아직 찬기운이 남아 있지만 완연한 봄 공기가 확 들이쳤고

기계 위에 매달아 둔, 떨어진 실을 잇는 실가닥 묶음이 바람에 날렸고

유난히 길게 빠져 나온 한가닥은 성감대 같은 것을 알고 있는 손가락처럼

느리고 둥글고 유연하게 바람을 탔다. 물론 그 때의 나는 몸의 그런 것들을

이 세상 누구에게도 읽혀 본 적이 없던 나이였지만 그 나긋한 실가닥의

움직임에 잠을 깨고는 화장실을 간다며 괜히 새벽의 공장 앞 마당을 한바퀴

돌고 왔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그런 얋고

반짝이며 부드러운 실크 이음실 한 가닥 같은 것이다. 연민은 늘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빠뜨리고마는 콧물이다.  이기고 싶었던게 아니라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홀서빙 말처럼 그 주둥이를 다물면 당신이 얼마나 착하고 순수한 사람인가를.

 

또 어디론가 살아가겠지.

아무 걱정도 말자.

다만 밤새 어디론가 마실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어미를 기다리며

서로의 몸을 포개고 밤새 오들오들 떨고 있는 고양이 걱정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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