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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13 09:19
 글쓴이 : 공덕수
조회 : 370  

아침이 춥다

그런데 자주 추워보면 추위도 정든다.

추우면 추운데로, 더우면 더운데로,

햇빛이 비치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

살아 있는 시간이 좋다.

 

겨우 숨도 못 쉬는 기침병이 나은 난이는

여러가지 병들의 순서와 목록이라도 짜여져 있는 것처럼

이제는 한 쪽 눈이 목선 위로 내복이 드러나듯

흰자위가 반쯤 싸이고 벌겋게 충혈 되어 눈꼽이 끼였다.

저번처럼 잡아다가 동물 병원에 데려가기도 번거럽고

내가 쓰던 안약을 몇 방울 넣어 주었다.

사랑하나보다. 이 병약한 고양이를

 

새로 다니겠노라고 출근 했던 식당은 다시는 다니지 않게 되었다.

주방 직원 스물 다섯명, 홀 직원 열 다섯명,

출근 시간에 우루루 몰려드는 그녀들을 보고 속이 울렁거렸다.

건내받은 유니폼을 갈아 입고, 무릎을 두 팔안에 가두고

담배라도 한 개피 피우듯, 웅크리고 앉아 한참을..울고 싶었다.

나는 사실 그녀들이 무섭다.

너무 당차고, 당당하고 튼튼하고, 딱부러지는 그녀들이 나는 무섭다.

나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는거다 라고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는데

그녀들은 거의 취미처럼 지적하고 충고하고 가르친다.

난 그저, 아, 예, 예, 한다.

매사에 안다이 박사들 같다.

함께 술을 마셔도, 태어나면서부터 결론을 갖고 태어난 것처럼

단호하고, 완강한 의견과 소신들을 들어주며 견디는 것이다.

그런 그녀들이 무려 40명이라니,

게다가 직원들 마시는 커피까지 자기 돈 주고 사먹으라는

사장이라니,

 

내게도 가끔 취미 같은 것이 있다.

인터넷 무료 이미지 같은데 굴러다니는 붓다의 사진들을 보거나 모아서

내 까페의 시와 함께 올리는 것이다.

중국의 어떤 부처님은 산 하나를 통째로 깍아 만들었는데

부처님의 발톱 밑으로 유람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캄보디아에는 문어나 오징어 다리처럼 나무가 뿌리로 집어 삼키는 것 같은 사원이 있는데

그 뿌리에 끼여 목이 졸리고 있는 부처님도 있고

뼈째 말린 육포처럼 깡깡 말라비틀어진 부처님도 있다.

돌부처 금부처 나무부처,  누운 부처 앉은 부처, 선 부처

난 무슨 다급한 일이라도 있으면 예수님께 기도를 하지만

마음이 평화로울 때는 부처님 사진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난 그 중에서도 우리 조상님이 만든 반가사유상이 제일 좋다.

왜냐 하면 반가를 하고, 대웅전에 앉으시기엔 좀 불량한

자세로 앉아, 군기가 풀린듯 얼굴을 손으로 받힌 부처님은

세계의 어떤 부처님 사진에도 잘 없다. 처음엔 반가사유가

뭔가? 반 출가 상태에서 생각하는 것인가? 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부처님의 앉은 자세를 말하는 것이였다. 이 것을 서양의 생각하는

사람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쩐지 로댕의 조각에서는

푸줏간의 고기 냄새가 난다.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생각의

사용처를 생각하면 붓다가 생각이라고 한 것은 거의 생각의 혁명

이기 때문이다. 뒤엉킨 번뇌망상의 덩어리를 나라고 인식하는 생각과

그 번뇌망상의 덩어리를 나와 별개의 벌레나 곤충이라고 인식하는고

연구를 하듯 해부하고 관찰하는 생각은 관점부터 다른 것이다. 그래서

한손을 괴고 무너질듯 앉은, 생각하는 사람과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턱을 괴고, 어디에 짓눌리지 않은 듯이 앉은 붓다는 사유의 무게부터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회충을 내 뱃속에 넣고 배앓이를 하는 것과

회충을 핀셋으로 뽑아내어 불빛 밑에서 관찰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으로 나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나를 자유롭고

가볍게 만들기 때문에 나는 반가사유상이 좋은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그냥 보면 기분 좋은 사람처럼 좋다. 그렇지만 어떤 부처라도

보면 기분이 좋다. 두꺼운 이끼옷을 초록색 빌로드처럼 입고 앉은

돌부처의 미소라기 보다는 어둑한 육신안에 빛이 들어서 그 빛이 입술

에 비춰져 나오는 것 같은 표정도 좋고, 금동, 청동 부처들의 빛나는

미소도 좋고, 절 마당에 올랑졸망 앉은 자갈 크기의 꼬맹이 부처님들도

좋다. 종교와 아무 상관 없이 좋은 건 좋은거다. 신의 힘을 빌지 않고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 평생을,(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생을) 싸운 투사를 사탄이라고 부르는 것은

살아계시는 예수님을 너무 째째한 신으로 만드는 일 같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뭔데요? 라고 나도 부처님께 자주 묻지만

구도라는 전혀 새롭고,  하늘을 향해 낸 길처럼 우리들이 이전에 가져

보지 못한 길을 제시하고 그 길을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이라는

종의 위대함을 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왜 그가 오체투지의 자세로 절을 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마주보아야 할 친구라고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이구, 이놈의 화상아! 왜 사냐? 왜 살어?

 

난이의 눈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하루 일한 나의 일당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임금 체불 때문에 공장을 그만두고

노동청에 신고한 큰 아이의 임금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코를 곯고 있는 남편이 빨리 일어나

내가 놀고 있는 것과 상관 없이 일을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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