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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05 22:57
 글쓴이 : 鵲巢
조회 : 280  

鵲巢日記 180305

 

 

     비가 내렸다. 이 비가 한 달 이상 내렸으면 좋겠다.

     아침 일찍 방역업체에서 다녀갔다. 비가 오는데도, 기일 꼭 맞춰 오시는 방역업체다. 내부는 그렇다고 해도 바깥은 약효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옆집 문 닫은 지 며칠 됐다. ‘눈뚝을 걷는 소문 앞은 임대라는 팻말이 크게 나붙었다. 사장은 찜 관련 식당 한다고 대구에 나갔다. 이 도로변으로 오리고기 집은 옆집과 저 위쪽에 둘둘오리2252’라고 두 군데다. 둘둘오리는 옆집보다 한 달 더 일찍 문 닫았다. 오리고기가 잘 되지 않아 업종을 고깃집으로 바꿔 했지만, 역시 힘들었다. 100여 평 가게는 관리비가 만만치 않고 인건비에 죽어 나갔다. 고깃집 정도 운영하려면 또 100여 평은 되어야 한다. 서민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데 어찌 고기를 사 먹을 수 있을까! 사장은 그간 많은 고민을 했다. 매년 AI 파동은 쉬지 않고 일었으며 거기다가 경기 파동(메르스 외)까지 겪었다. 여기 문중 땅에 한 업체가 나갔으니 이제는 두 업체가 남은 셈이다. 두부를 전문으로 하는 콩-누리와 우리 카페 조감도다. 문 꽉 닫은 모습과 임대라는 팻말은 남 얘기처럼 보이지 않는 아침이다. 마치 전쟁에 함께 나선 옆 동무의 시체를 보듯 끔찍하다. 100여 평의 가게를 문 닫을 지경이면 그간 적자규모와 부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점심때, * 안 사장 오셨다. 점심을 함께했다. 안 사장 공장 얘기를 들었다. 군위에 자리한다. 콩 볶고 직원 월급 주고 이자 내고 나면 없다. 그러니까 사람은 돈 벌려고 갖은 생각을 다 하기 마련이다. 노후준비는 해야겠기에 조금이라도 젊을 때 돈은 벌어야 한다. 점심 먹고 본점에서 차 한 잔 마셨다. 차 한 잔 마시며 돈 버는 얘기를 서로 나누었다. 결국, 부동산이다. 공장을 팔려고 하니 아직 시일이 맞지 않다. 수치상으로는 몇 억이 될 수 있고 또 몇 십억이 될 수 있는 자산이다. 군위라 조금은 내키지 않지만, 부동산 업자는 돈이면 팔려고 달려드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안 사장은 부동산을 끼고 상황을 살핀다.

     올해는 부동산 가격이 제법 오르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돈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부동산이다. 마땅히 투자할 때가 실은 없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실물에 투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주식은 더욱 좋지 않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한동안 나팔 불 듯 떠들썩하게 세계를 흔들었으니 실물경제가 좋아질리 만무하다. 실물경제가 좋지 않을 것을 고려하면 금융은 더 위험하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젊은 사람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임금이 오르니 물가가 흔들린다. 소비는 더 위축될 것이다.

     안 사장은 해외 부동산도 언급했다. 늘 오시면 말레이시아 얘기를 자주 꺼낸다. 예전에 몇 번 다녀온 기억이 자꾸 지워지지 않는다. 안 그래도 요즘 베트남에 부동산 투자하는 국내인이 많다고 읽었다. 오늘 본점에 한 시간여 동안 앉아 부동산만 얘기하다가 갔다.

 

     오후, 청도 카페리* 에 커피 배송했다. 청도에서 바로 구미로 향했다. 친구 아버님께서 세상 달리하셔 문상을 갔다. 친구는 집안에 독자다. 위에 누나가 많다. 올해 아버님 연세가 85세였다. 지난겨울부터 물 한 모금 마시기 어려웠다. 병원에 모셔도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 집에 줄곧 모셨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암 말기 판정이 있고 그 후 몇 달 더 사셨으니 그간 꽤 고통스러웠겠다. 사람이 나서 죽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며칠 전, 부동산 중개소 소장도 마찬가지다. 암이었다. 췌장암 말기였다. 친구는 대구은행 다닌다. 내일은 또 급히 어디 출장 나갈 일 있다고 했다. 장지는 군위에 정했다. 장례문화도 요즘은 신속하다. 고인의 가족은 모르겠다만 고인은 고통스러운 이 땅을 홀가분하게 떨쳤다. 우주 한 자락에 자리하다가 우주가 되었다. 시간과 공간도 탈피하며 여정 없는 여정을 시작하는 새로운 출발이다.

     친구의 직장 상사였다. 은행 지점장으로 퇴임했다. 서로 인사 나누었는데 경산 사신다. 뭐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카페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어디서 하느냐고 물었는데 백자산에 있습니다. 카페 조감도요. 그러니까 모른다. 네이버 띄워 확인시켜드렸다.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요즘 무슨 계약직으로 일 나간다고 했다. 여러 말씀을 나누다 보니 퇴직한 지 얼마 안 되었고 몇 달 쉬다가 오늘 어딘가 처음 출근했다. 오십 중반 좀 안 돼 보였다. 피부가 살아 있었다. 조금은 거만해 보였고 굉장히 사교적이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건네고 여러 번 만난 사람처럼 우리는 대화를 했으니까! 카페 조감도를 모르다니. 오늘 확실히 인식시켰다. 언젠가는 오시겠다.

 

     20년 전이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다. 업계 고 사장이다. 고 사장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얘기다. 고 사장은 경산 와촌에 살았다. 팔공산 자락이다. 마치 울릉도 산자락 같은 동네다. 그때도 문상은 병원에서 많이 했는데 고 사장은 달랐다. 촌에 자리를 만들었다. 구불구불 오르막 몇 번 굽이굽이 돌아가 산 중턱도 아닌 그 위쯤에 집이 있었다. 마실 어른들이 꽤 많이 오셨다. 유막 아래 모여 앉아 소주 한 잔 마시며 화투를 치거나 얘기를 나누거나 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그러니까 동네 잔치였다. 아주머니도 꽤 많이 오셨다. 간이 블록에 걸쳐놓은 새까만 가마솥과 가마솥 국을 휘휘 저으며 한 국자씩 퍼 담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꾀죄죄한 한복에 앞치마 볼끈 매고 국 나르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가마솥 밑에는 장작 몇 동가리 활활 타고 있었다. 마당은 온통 자리였고 자리마다 사람이 즐비하게 앉아 있었다. 고 사장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웃고 있었다. 어여 앉으라고 보채는 고 씨, 막걸리로 한잔할 것인지 소주로 할 것인지 물었다. 그렇게 몇 시간 앉았다가 나온 기억이 오늘 새록새록 떠오른다.

 

     오늘 너무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정 충*도지사의 일이다. ‘미투행사에 피해자 김*은 씨는 jtbc 뉴스에 성폭행 사실이 있었음을 밝혔다. 차기 대통령 후보일 수도 있는 인물이 아닌가! 너무 충격적이라 뭐라 할 말을 잃었다.

     처음에는 피해자의 얘기가 진실성이 좀 없어 보여, 정치적 모략이 아닐까 했다. 피해자가 더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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