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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12 22:04
 글쓴이 : 지명이
조회 : 439  

갈맷길 걸으며
                                                                                                                                             김지명


  바다를 읽는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위에는 희귀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무역선은 푸평선을 가르며 항해하고 유람선은 노래를 흘리며 지나가는데 통통배는 닻을 내리고 일렁이는 텃밭에서 일한다. 은빛 윤슬이 눈부신 수평선 위에는 요트도 한가롭게 머물러있다. 밀물과 썰물은 하루에 두 번씩이나 해안을 찾아온다. 해가 뜨고 질 때 해변의 자갈밭은 자연의 섭리 때문에 간만차로 바닷물에 젖었다 말랐다 한다. 어부는 바다 속 푸른 텃밭에서 자연산 해산물을 자주 들여다본다.
  해변에서는 파도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들려온다. 낮은 파도라도 동굴 속에서는 우렁찬 소리가 난다. 해변에서는 가느다란 파도가 부딪치는 장소마다 크고 작은 소리로 연출한다. 밀려오는 파도의 높이에 따라 들리는 소리의 감성이 다르다. 파도는 해변에 길게 누운 모래사장을 포옹하다 물러설 때 소리를 낸다. 자갈을 애무하고 감싸 안던 파도가 밀려오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한다. 파도는 작은 돌멩이를 와르르 밀어내다가 다시 물속으로 끌고 가면서 이색적인 소리를 연출한다. 자갈과 파도의 속삭임을 듣기 위해 발걸음 멈추고 쭈그려 앉아 작은 소리도 듣는다.
  바다는 다양한 선으로 이루어진다. 수평선 위에 멈춰선 요트는 수직선을 세워놓고 한가롭게 떠 있다. 수평선 위에 또 다른 평행선이 그어진다. 활처럼 휘어진 수평선을 몇 개의 수직선과 연결되어있다. 광안대교다. 선과 선으로 이어져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 대교는 어디서 보아도 멋있다. 낮에는 다종의 차들이 대교 위로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밤이면 차량은 보이지 않고 길게 누운 불빛은 수평선으로 이어진다. 유람선은 바다를 가르며 평행선을 그으며 달려간다.
  경관이 좋은 전망대에 앉아 사색에 젖어들면 하루가 한순간에 지나간다. 계절이 바뀌거나 비바람이 휘몰아쳐도 풍광은 변하지 않고 늘 눈앞에서 일렁거린다. 수평선을 감시하는 갈매기는 바다 위에서 끼룩거리며 사랑을 갈구하고 해안선 넘어 장끼는 숲속에서 높은음으로 까투리에 위치를 알린다. 해변에 앉으면 산과 바다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가 내 심금을 울려준다. 해변에 오면 파도가 무섭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태풍에 파도가 산더미 같이 밀려와 바위에 부딪히면 우렁찬 물보라는 온 산에 흩날린다. 눈앞에서 펼쳐진 풍경은 바다와 산을 잇는다.
  새벽에 갈맷길 걸으면 탄생의 기쁨을 만끽한다. 수평선을 부수며 치솟는 붉은 태양은 피바다를 만들어 놓고 세상 밖으로 치솟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를 찢어 피를 쏟아낸 아픔의 고통은 파도가 일렁거리며 감싸준다. 조업에 나선 배들은 바다 위로 마사지하듯 누빈다. 바다를 부수고 솟아오른 해를 보며 결가부좌로 앉아 엄숙하고 진지하게 바다의 풍요를 기원한다. 어민은 풍광이 뛰어난 아침노을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안개를 헤치며 달려간다. 일렁이는 텃밭에서 해산물을 건져 올리려고 달려간 노햇사람들은 하루가 시작한다.
  노햇사람들은 날씨를 골라 바쁘게 하루를 연다. 삶의 고달픔도 잊은 채 잠을 설치며 푸른 텃밭으로 통통거리며 달려가는 어민들은 하루의 노동을 시작한다. 미역이나 다시마에 손질하려는 어부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열정적이다. 어민들은 추위도 잊은 채 물속 물개처럼 해산물을 열심히 건져 올린다. 고난도 잊고 즐겁게 일하는 어민들의 생활이 도시인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다. 간밤에 깔아 놓은 수 킬로미터의 줄낚시를 이른 새벽에 두근거리며 건져 올리는 어부의 심정은 희비가 엇갈리는 날이 많다. 노햇사람들은 낚싯줄에 큰 고기가 많이 올라올 때 만선의 기쁨으로 항구로 달려간다.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고요한 수평선에 은빛 윤슬이 눈을 부시게 한다. 짐을 가득 실은 선박은 태평양을 건너 목적지를 향해 항해한다. 큰 물체를 바라보던 시선이 바다 위의 작은 움직임으로 옮겼다. 고령의 해녀도 삶을 찾아 물질하기 위해 해녀 대기실로 모여든다. 노년의 해녀들이 계절의 변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닷속으로 잠수한다. 전복 멍게 해삼 등 다양한 해산물을 건져 올리는 고령의 해녀 모습에서 용기를 얻었다. 해녀들은 물질할 때 휘파람 불면서 서로의 위치를 알린다. 고령의 해녀들이 내 삶에 용기를 주지만, 대가 끊어질 위기에 놓여 안타깝다.
  해저 텃밭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푸른 밭에는 먹을거리가 지천으로 깔렸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을 건져 올리지 않는 해녀들이다. 한참을 지켜보아도 적당한 양만 건져 올리더니 모두 잠수복을 벗는다. 새로운 해산물을 건져 올릴 때 소비의 양을 적당히 조절하는 느낌이다. 노년의 해녀들이 성취감과 자부심으로 물질하여 생계를 이어간다. 일흔에 가까운 해녀가 잠수하여 해산물을 수학하는 모습은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바다를 지키는 갈매기는 공중을 배회하면서 끼룩거린다. 따뜻한 봄날 상춘객을 실은 유람선은 노랫소리 흘리며 텃밭에서 일하는 어부 곁으로 바다를 가르며 지나간다. 거울같이 맑은 물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바다에 뿌리내리고 일곱 가지 색깔로 꽃을 피운다. 수많은 선박이 온 바다를 찢어놓아도 자연의 섭리로 인해 가볍게 수습된다. 탐욕을 버린 어부들은 통통배에 적당한 양을 싣고 항구로 달려가면서 오늘도 무사했다고 즐거움이 출렁거린다.
  갈맷길로 걸으면 노햇사람들의 삶이 보인다. 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과 해녀 등 일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어업에 종사하는 노햇사람들은 바다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 바다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갈맷길 언저리에는 농부의 삶도 보인다. 대도시 부근의 농촌은 신도시개발로 일터를 잃은 농투성이가 도시로 밀려 근본적인 삶을 그리워하면서 산에서 봄나물을 채취한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땅에서 치솟는 새 생명을 찾아 헤맨다.
  갈맷길에 어둠이 내리면 삶을 찾던 일꾼들의 하루가 닻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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