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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12 22:04
 글쓴이 : 지명이
조회 : 1121  

해변에 앉아

김지명

 

   바다를 본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에는 희귀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무역선은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고 유람선도 노래를 흘리며 지나가지만, 통통배는 닻을 내리고 일렁거리며 텃밭에 내려간 선주를 기다린다. 은빛 윤슬이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수평선 위에 요트가 한가롭게 떠 있다. 밀물과 썰물은 하루에 두 번씩이나 해안을 찾아온다. 넓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을 다 읽기엔 하루가 모자란다.

   어부는 깊은 물속 푸른 텃밭에서 멋대로 자라는 해산물은 자주 들여다본다. 해가 뜨고 질 때 자연의 섭리 때문에 해변의 자갈밭은 바닷물에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한다. 해변에 앉으면 파도 소리는 배경음악으로 들려올 때 무상에 젖어 든다. 바닷가에는 실바람이 불어와 너그러운 물결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는 약하게 들리지만, 맞닿는 장소마다 다양한 리듬으로 연출한다. 자갈을 감싸 안던 파도가 밀려오다가 물러날 때 바다가 숨 쉬는 모습은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밀려오는 파도의 높이에 따라 들리는 소리의 감성이 다르기 느껴진다. 파도가 무서운 날도 있다. 태풍에 쫓기는 파도가 산더미 같이 밀려와 바위에 부딪히면 우렁찬 굉음은 공포심을 안겨주고 허공에 물보라를 흩날리고 살아진다. 부드러운 바람에도 파도가 밀려오면서 작은 돌멩이를 와르르 밀어내다가 다시 물속으로 끌고 갈 때 이색적인 소리가 난다. 자갈과 파도의 속삭임을 듣기 위해 발걸음 멈추고 쭈그려 앉아 작은 소리도 듣는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으로 바라보면 바다는 다양한 선으로 이루어진다. 수평선 위에 멈춰선 요트는 긴 막대로 수직선을 만들고 한가롭게 떠 있다. 광안대교는 수평선 위에 또 다른 평행선을 그렸다. 가로 선과 세로 선으로 이어져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 바다 위의 교량은 어디서 보아도 멋지다. 낮에는 다종의 차들이 대교 위로 달리고 밤이면 길게 누운 불빛이 선으로 이어진다. 그 아래로 유람선은 바다에 평행선을 그으며 달려갈 때 노래를 흩날리면서 관광객을 기분을 돋운다.

   경관이 좋은 해변의 바위에 앉아 사색에 젖으면 하루가 한순간에 지나간다. 계절이 바뀌거나 비바람이 휘몰아쳐도 풍광은 변하지 않고 늘 눈앞에서 일렁거린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바다와 산을 잇는다. 수평선을 감시하는 갈매기는 바다 위에서 끼룩거리며 사랑을 갈구하고 장끼는 해안가 숲속에서 높은음으로 까투리에 위치를 알린다. 다양한 미물들이 내는 자연의 소리가 내 심금을 울린다. 낮은 파도가 살며시 다가와 바위를 애무하며 포옹하지만, 시달림에 지쳐 본체만체한다.

   새벽에 해변의 높은 바위 위에 서서 활력의 기쁨을 만끽한다. 수평선을 부수며 치솟는 붉은 태양은 피바다를 만들어 놓고 세상 밖으로 치솟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를 찢어 피를 쏟아낸 아픔의 고통은 파도가 일렁거리며 감싸준다. 조업에 나선 배들은 바다 위로 마사지하듯 누비고 다니는 노햇사람들이다. 바다를 부수고 솟아오른 해를 보며 결가부좌로 앉아 엄숙하고 진지하게 풍요를 기원한다. 어민은 풍광이 뛰어난 아침노을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렁이는 텃밭으로 달려와 해산물을 건져 올리며 노햇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어민들은 계절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쁜 하루를 연다. 이른 새벽 삶의 고달픔도 잊은 채 잠을 설치며 푸른 텃밭으로 통통거리며 달려간다. 미역이나 다시마에 손질하려는 어부는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열정적이다. 잠수하는 어민들은 물속 물개처럼 유연하게 해산물을 건져 올린다. 고난도 잊고 즐겁게 일하는 어민들의 생활이 도시민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다. 간밤에 깔아 놓은 수 킬로미터의 줄낚시를 두근거리며 건져 올리는 어부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낚싯줄에 큰 고기가 많이 올라올 때 만선의 기쁨으로 항구로 달려간다.

   원거리만 바라보던 시선이 근거리의 작은 움직임으로 옮겨 유심히 바라본다. 고요한 날 고령의 해녀도 삶을 찾아 대기실로 모여든다. 노년의 해녀들이 계절의 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물속으로 잠수한다. 전복, 멍게, 해삼 등 다양한 해산물을 건져 올리는 노인의 모습에서 내 삶의 용기를 일깨운다. 해녀들이 물질할 때 휘파람 불면서 서로에게 안전함을 알린다.

   출렁이는 텃밭에서 기상에 이변이 없는 한 해삼이나 전복을 보살핀다. 푸른 밭에는 먹을거리가 지천으로 깔렸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을 건져 올리지 않는 해녀들이다. 한참을 지켜보아도 적당한 양만 건져 올리더니 모두 잠수복을 벗는다. 새로운 해산물을 건져 올릴 때 소비의 양을 보면서 적당히 조절하는 느낌이다. 일흔에 가까운 해녀가 차디찬 물속으로 잠수하여 건져 올린 해산물을 해변에서 직접 관광객에게 판매한다. 바다를 지키며 삶을 찾는 해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해변으로 걷다 보면 한가롭게 떠 있는 요트에 눈길이 간다. 작은 요트들이 무리 지어 순풍을 기다리는 모습은 더없이 한가로워 보인다. 바다는 어민과 해녀들에겐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유람선은 관광객을 태우고 여유를 즐기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하늘엔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었을 때 황금 윤슬을 부수는 요트가 한 폭의 동양화를 방불케 한다. 자연의 섭리로 인해 밀물과 썰물이 생겨나면 바람도 일어나므로 요트 동호인들은 이런 흐름을 잘 알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이용한다.

   무역선은 바다를 깊이 갈라 굵은 선으로 상처를 남기고 항구 찾아 달려간다. 노랫소리 흘리며 바다 위로 한가롭게 유람하는 관광객은 배 위에서 갈매기와 함께 즐기면서 해변의 풍경을 마음껏 조망한다. 거울같이 맑은 수면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무지개가 일곱 가지 색깔로 꽃을 피운다.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오륙도 등대는 하얀 바지 입고 빳빳하게 서서 부산항을 찾아오는 크고 작은 선박을 안내한다. 이른 새벽에 어둠을 헤치며 출항한 어선들은 하루가 저물어갈 때 모든 일을 멈추고 통통거리며 항구로 돌아온다.

   해변에 어둠이 내리면 바다에서 삶을 찾던 모두가 하루의 닻을 내리고 안식처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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