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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22 14:31
 글쓴이 : 시몬이
조회 : 427  

[ 가을 단풍이 아름답지않은 이유 ]

 

  딸이 저녁을 먹으면서 한숨을 쉰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색맹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다. 딸은 간호원이다. 어떤 일로 아들을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도록 했단다.

검사책을 펴니 글자를 읽지를 못한다. 이상하다. 선명히 보이는 글자를 읽지 못하다니, 옆에 있는 동료 간호원도 의아해 다시 읽어보라고 한다. 그래도 멍하니 앉아만 있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고 한다. 아빠가 색맹으로 고추를 못 딴다는 것을 들은 바가 있었다. 그 놀라움을 오늘 부모한테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각한 표정이다. 


  나의 중학교 3학년 때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상담을 담임 선생님과 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생각지도 못햐고 있었다. 성격이 소심한 나로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업하여 돈을 버는 일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은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취업하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어디선가 책 한 권을 가지고 와서 펼치신다. 여러가지 색이 섞여 있었다. 아라비아 숫자를 몇자 읽었다. 또 다음 장을 펼쳤다. 동그라미 안에 여러가지 색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이 몇번  다구쳐도 모르겠다.

  "너는 적록색맹이구나. 공업계 고등학교는 갈 수 업다. 이공계대학도 갈 수 없다. 군인 장교, 경찰도 할 수 없다고 한다.

큰 낙담이었댜. 선생님의 한마디에 중학교에 함께 있는 고등학교 인문학과를 지원했다. 그 후에 공무원 시험을 보고 합격했다. 삼십년의 공무원 생활은 내 인생을 마치게 했다. 그런데 행정을 하면서 후회한 적이 없었다. 나의 적성은 이과가 아니라 문과이었던 것이다.

 외손주는 축구를 좋아한다. 국어 보다는 수학을 좋아한다. 나와는 성격이 다르다. 나는 문과 적성이어서 평생을 색맹으로 살아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외손주는 적성이 이과인지도 모른다.


  나는 고추를 따는데 애를 먹는다. 고추밭은 파란고추가 익으면 빨간 고추가 된다. 녹색과 적색의 구분을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적록색맹이니 고추를 따는 것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고추밭에 들어가면 앉아서 하늘을 보고 파란색 빨간색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신중을 기울여야 따낼 수 있다. 그래서 함께 시작하여도 아내 보다 3배 느리다.한동안 시간이 흐르면 내 자루에도 꽤 많은 고추가 모이기도 한다. 빨간, 파란 고추가 섞여는 있다. 고추를 땃다는 것에 만족한다. 나는 적록색맹이 아니라 정록색맹이라고 항변을 한다. 색을 구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구별에 약한 정록색약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나의 생활에는 별 문제는 없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우리가족은 색맹에 가족력은 있는가 보다. 장조카는 나보다 심하다. 어느날 질부가 울긋불긋한 단풍잎 같은 화려한 옷을 선물하였단다. 선물을 받고는 이왕이면 예쁜 옷을 사지 이런 옷을 삿느냐며 안 입는다고 타박을 주었단다. 또 가을 단풍구경을 가지 않는단다. 푸르뎅뎅한 산들이 음침하기도 하단다. 그러한 나무들을 보러 짜증나는 고속도로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고 한단다. 이 이야기를 가족 모임에 발표를 하여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나보다 색맹이 심한 것이다. 조카는 목사이고 박사이다. 살아가는 데는 조금도 불편함이 없다.


 적록색맹이면 운전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신호등 잘 보고 부산, 광주까지 고속도로 다녀오기도 하였다. 이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운전면허 취득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운전면허 취득 필기시험에 중학교 때 보았던 색맹 여부 책을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색맹이므로 운전면허 취득은 포기하였었다. 직장에 다닐때 옆 책상에 앉은 젋은 직원이 운전면허 시험 접수 하러간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도 아직 면허증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접수하고 온 그는 나의 운전면허 시험 접수도 함께 하였다고 한다. 색맹이라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는 이야가를 하지 않아 본인 신청 시 함께 한 것이다. 말은 못하고 혼자 고민하였다.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도전은 해보자. 서점에 가서 예상문제집을 한권 구입하여 필기시험은 합격을 했다. 살고있는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운전학원이 있어 등록을 하였다. 매일 출근하기 전 새벽에 실기연습을 했다.

시험에 색맹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시험보는 사람들이 한줄로 서서 들어갔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주변을 살피며 기웃거렸다. 내 차례이다. 시험관이 책을 펼치니 울긋불긋한 동그라만 있을 뿐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 확인 한 사람 바로 뒤에 있어 그가 말한대로 답변을 하였다. 통과이다. 상기된 얼굴을 숨긴채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그 후 실기시험은 어렵지않게 한번에 통과 하였다. 어찌하다보니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였다. 그때 그렀게 취득하지 않았다면 포기하고 지금도 운전 못하는 바보가 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위법은 했지만 이제는 공소시효도 지났겠지?


  직장은 정년퇴직하였으나 인생은 정년퇴직하지 않았다. 지금의 취미는 사진촬영이다. 산과들, 꽃과 나무,  바다를 바라보며 샤타를 누르는 재미는 쏠쏠하다. 지난 주말에도 덕유산 등산을 하며 사진 촬영을 하였다. 높은 산에서 보이는 청록의 아름다음을 많이 담아왔다. 그런데 가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때에는 다른 사진동우회 사람들과 차이가 난다. 빨강, 초록, 노랑의 단풍들로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산천이 아름답게 잘 그려져 있다. 그런데 내 카메라에 담기는 색은 노란색이 많다. 적록색맹으로 빨간색 보다는 노란색이 눈에 잘 띄고 더 예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나만 보기 좋은 사진에 피시체를 맞출 것이 아니라 빨간색과 초록색도 신경을 써야겠다. 좋은 사진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도 해야한다.


  이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찾아 보았다.
"색맹 안경"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 안경을 쓰면 내가 못 보는 색도 볼 수 있는가?
  또 "유전자 요법으로 색맹치료"라고도 되어 있다. 이번에 처음 접해보는 정보이다. 색을 볼 수 있는 안경도 있고,색맹치료도 할 수 있다는데 왜 지금껏 색을 못보고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외손주는 발달된 현대의학을 찾아보라고 해야겠다. 주변에는 안경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쉬운 방법이 있다면 색맹이라고 해도 걱정없이 살 수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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