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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16 11:35
 글쓴이 : 길벗514
조회 : 278  
2025년 세계 생물학계의 최대성과는 식물의 감정을 판독하는 센서를 완성한 일이었다.
이른바 '식물교감 센서'로 불리는 이것은, 식물의 컨디션이나 감정의 상태에 따라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와 반응들을 여러 실험을 통해 종합하고,  딥-러닝형 인공지능이 판독을 하여 구글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해 문자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라이터 불을 식물의 잎 가까이 가져가면 식물은 미세하게 몸을 떨면서 방어 페르몬을 배출하게 되고 이것이 센서에는  '가까이 오지마!'로 표기되는 방식이다.)

식물학자들은, 정확도 99.97%를 자랑하는 이 획기적 센서를 통해 인간과 식물 사이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식물-인간 관계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이 센서가  '인류와 식물간의 갈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 오리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였다. 

문제의 발단은 인간에 대한 식물의 반응에 있었다.
한 번이라도 인간을 겪어본 식물이라면, 그들은 인간이 접근해 왔을 때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다른 동물들이 접근했을 때보다   무려 9,865배나 많은 양의 방어 페르몬을 내뿜는 것이었다.  이것은 구글 모니터상에 "꺼져! 개××야."를 무려 1,000번을 외치는 정도의 반응이었다. 방출되는 독소의 양도 대단하였다.
더구나 톱이나 낫을 든 인간이 접근을 하면, 저항을 포기한 듯 스스로 광합성 활동을 포기하는 식물들도 많았다.
식물도 자살을 한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인간의 심기를 가장 불편하게 한 것은 꽃 병에 꽂힌 장미나 백합 등 이른바 '절화류'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줄기가 잘렸음에도 약품처리가 된 물에 담가져 생명이 연장되고 있었다.)  그들은 인간을 무서워하는 단계를 넘어서 경멸 또는 멸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마치 나치에 잡혀 고문을 받는 레지스탕스나 민주화 운동을 하다 정보기관에 검거된 열사들을 연상시켰다.

이런 사실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인간 사회는 두 가지 부류로 갈라졌다.
첫째, 반성파 혹은 동정파는 그동안 인류가 식물에게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 반성하고, UN을 통해 식물-인간 관계에 대한 새로운 윤리규범을 수립하자고 주장했다.

둘째, 응징파는 지구상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식물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며, 인간을 향해 독소를 내뿜는 식물들은 모두 식별하여 베어버려야 한다고 외쳤다.

두 부류 사이의 논쟁이 격화되어 전세계적으로 갈등을 겪는 사이, 식물들은 참혹한 수난의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인간들의 보복행위가 무자비하게 자행된 것이다. 너도 나도 센서가 부착된 구글을 사서 쓰고  적대 반응을 보이는 식물들을 자르고, 찍고, 부러뜨리고, 불지르기 일쑤였다.

그리하여 2035년, '식물-인간관계 복원에 관한 UN선언'이 채택되었을 때에는 이미 지구상의 식물은 10분의 1만이 겨우 살아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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