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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29 10:41
 글쓴이 : 김해인.
조회 : 569  
 

아주 어렸을적기억으로는 여름날 저녁상을 흐릿한남포(램프)불아래에서먹고 졸리워칭얼댈적에

울엄마는 저녀석이 또잠투정한다고 어르고는하셨다.

오남매의 둘째로태어나 아랫동생과 두살터울이라 두살도되기전에 할아버지 할머니품에서컷기에

엄마 아부지에 정 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정이 더살갑게느껴지던 어린날 

칭얼대며 할아버지무릎으로 기어올라기대면 "불아 불아"하시며 들려주는 자장가노래소리에 스르르 잠이들곤하였다.


산속 외딴집이라 앞산 뒷산할것없이 노상 산에서 고욤따먹고 잔데캐먹다 할아버지께서 밤따러가시면

지게에 소쿠리얹어지고가시는 할아버지따라 기다란 소나무장대가무거워 울러메지는못하고 질질끌고따라나서

떨어지는 밤송이에맞을세라 저만치 비켜나있으라시는데도 귀찮게 알짱거리고 말썽을피워도 

야단한번들어본기억이없이 그리도 인자하시던할아버지 여든다섯되시던 그해 83년에 

스믈여덟살손주가 스믈셋먹은 손주며느리를데려오니 큰절받으시던할아버지 

너무좋으신지 밝으신모습으로 사돈되실분 안부부터물으시는것이었다 

그해 이른봄에장가들어 추석쇠고난 며칠후 아버지께서 벼베러오라시기에 십여리떨어진 할아버지계시는시골집으로

빌린오토바이에 새색시를태우고 일꾼밥준비하는 엄마에게색시는맡기고 낫갈아들고 종일토록 벼를베는데, 

색시보고싶은마음은커녕 이놈의 논배미는 왜이리넓은가, 일꾼을 좀 많이얻어베면 일찍끝날텐데하는 생각뿐.


공무원으로 임용되기전 농사일은 볏짐,꼴짐,두엄짐지고 보리타작 콩밭매기석건 안해본일없이 해보았던터라

농사일에 이골이난 나지만 3년가까이 사무실에근무하는동안 쓰지않던 팔다리 어깨근육은 끊어질듯아파오고 

허리는꺽어질것만같은데,힘든하루일을마치고 집에들어오니 엄마가 사색이되어계시는것이었다.

대청마루 한가운데엔 할아버지께서앉아계시는데 그렇게 노여워하시고 화나신모습을 본적이없었다.

색시는 부엌에쪼그리고있고

아버지가 뒤따라들어오시니 할아버지께서 하시는말씀이

"쌀두가마니 냉큼 리야까에실어라! 내 포천에끌어다주고올테니"

"어린애기가 제대로먹는지 굶는지도모르고지내더란말이냐! 고얀것들하고는!"


할아버지께서 밭에나가셨다 밭두렁새에서늙은 호박을 하나따안고들어오셨단다.

색시가 이걸보고는 반가운기색으로"할아버지 이거 제게주세요" 그러면서 

호박을받아 쑤세미로겉을씻고 꼭지를떼어내고 모지랑숫가락으로 속을긁어내더니

커다란 베게만한호박을 옹솥에겅그레걸쳐놓고삶아 푹꺼진호박을 소반에바쳐 

이웃집할아버지도 와계신마루에 수저를올려드리며 잡수시라고하더란다.

할아버지는물론 이웃할아버지도 늙은호박은 쇠죽가마에 대충썰어넣어 소여물에섞어주거나, 

고자리로말려 콩,호박버무리로,시루떡으로,호박푸랭이란 죽으로나 가끔드셔보셨던것을 

새로본 손주며느리가 날호박 푹 삶아놓고 잡수시라고하니 기가막히셨던가본데 

두분이 잡숫지도못하시고 멀거니 서로바라만보시다가 이웃할아버지는가시고 

수저자국하나 나지않은 호박상을물려놓으시니 색시가 받아들고는 툇마루에앉아 맛있게 파먹더라는것이다.

이웃할아버지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것은둘째치고,

배가 남산만한손주며느리가 먹을것이 얼마나시원찮았으면 날호박을삶아먹으려했를까 생각이드셨던모양이다.

뒤미쳐 새참내가셨던 엄마가들어오시니 입안가득호박을물고 "어머니 호박좀 잡숴보세요" 하는것을보시던 

할아버지께서 그만 노여움이 폭발하셨던가보다.


아부지 엄마 나 색시함께 할아버지앞에 꿂어안아 색시를다그치니 

조치원이친정인 충남지방에선 가을날 늙은호박을따면 솥에쪄놓고 친정엄마는 이웃집아주머니도부르시고 

저도 맛있게먹었기에 여기도 그런줄알고 호박을삶아 잡숴보시라고 드렸다는것이다.

하루벼베기도와드린댓가아닌 할아버지덕에 품삯으로 햅쌀두가마니를받은 그해 

가을이갈때쯤 내새끼 내가봐도 참 못생겼구나 그랬는데 삼칠일지난 증손녈안으신할아버지 

"둥글둥글하니 호박같이튼실하구나" 하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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