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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29 15:48
 글쓴이 : 시몬이
조회 : 123  

칠보산(七寶山)을 바라보며,

 

  저멀리 뿌옇게 휩싸인 칠보산이 보인다.

지금은 안개에 묻혀 있지만 매일 창문 너머로 쳐다보는 산이다.

요즘은 창문 너머로 포크레인, 덤프트럭 등이 먼저 보인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둘러쌓아 봉담 택지개발 조성공사의 기반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매일 들려오는 중장비 소리는 얼마 후에는 아파트 숲에 가려 못 보게 되는 아쉬움에 젖을 것이다.

  산을 바라보고 살아 온지도 십여 년이 지났다. 건너편의 목장은 소똥 냄새로 고역이었지만 농부의 아들로서는 더 정겨움을 느끼며 살아왔다. 택지 개발은 소들을 모두 몰아내었다.

그동안 칠보산을 오른지도 꽤 여러 번이다. 나의 아쉬움은 바쁘다는 아내를 흔들어 등산화를 신고 또 다시 산에 오른다.

화성시는 서해안에 접해있어 높은산이 없다. 완만하고 울창한 산은 학생들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며, 여성들의 등산코스로 더욱 인기가 있기도 하다.

  이 산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에는 산에 여덟 개의 보물이 숨겨져 있어 팔보산(八寶山)이라 불리어 왔다고 한다. 보물은 산삼, 맷돌, 잣나무, 황계수탉, 범절, 장사, , 금닭이었다.

이 보물 때문에 산 주변에는 마을이 형성되고, 장사꾼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 보물을 쉽게 찾지 못하자 그들은 도적떼로 변하여 칠보산에 있는 버들치고개에서 행패를 부렸단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고개를 넘나드는 것이 큰일이었다.

당시에 장씨라는 장사꾼이 있었다. 장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버들치고개가 겁이 나서 다른 장사꾼들과 함께 모여 고개를 넘자고 하였다. 그런데 약속 시간을 놓쳐 혼자서 산에 올랐다. 두려움에 떨며 먼저 떠난 일행들을 쫓아가는데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나는 데로 가보니 샘에 닭이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두 팔로 닭을 구해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닭은 황금색이었다. 곧 이 닭이 팔보산의 금닭이리는 것을 알아차리고 보자기에 싸서 주막집으로 내려왔다.

주막집 주모는 이 닭이 많은 사람이 찾는 금닭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이 사실을 도적들에게 알려 주었다. 장씨는 도적들을 피해 여러 곳으로 도망 다녔으나 붙잡혀 돈과 패물과 금닭을 빼앗기고 도적떼에게 잡혀 죽고 말았다. 도적들은 장씨 옆에 있는 금닭을 잡으려 하자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내리쳤다. 도적들은 혼비백산 도망하였다. 한동안 후에 천둥번개가 멎더니 금닭은 목청 높여 울고는 보통닭으로 변한 채 죽고 말았단다. 그래서 팔보산의 여덟 가지 보물 중에서 금닭이 없어져 일곱 가지만 남아 칠보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칠보산에는 몇 개의 등산코스가 있다. 살고 있는 곳이 화성시로 대부분 천천리 마을, 또는 원평리 코스를 이용하였었다. 오늘은 수원시에 있는 천주교 공원묘지 코스로 들어섰다. 등산로 입구에는 약수터와 운동기구가 잘 되어 있었다. 직장에 다닐 때에 이곳을 지나간 기억이 생각난다. 수원시 경계를 탐방한다는 뜻에서 전 직원이 몇 팀으로 나누어 수원 북쪽 지지대 고개를 시작으로 서부, 동부 2차에 걸쳐 행군한 적이 있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긴 시간을 걸었었다. 이십오년 전이라 등산로도 없이 논두렁, 밭두렁, 산길을 헤치며 나아갔다.

지금은 곳곳에 수원 둘레길이라는 표지판과 계단 로프 등 안전시설이 잘되어 있다. 주변의 운동기구는 옛날 초등학교의 시설보다 더 좋았다. 산 아래 LG빌리지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그런지 등산객도 꽤 많았다. 높지 않은 산은 삼림욕을 하는 기분이다.

 

 이십여분 오르니 리기다소나무 조림지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1930년에 조성된 우리나라의 최초의 리기다소나무 조림지라고 쓰여져 있었다. 어릴적에 고향 뒷산에도 리기다소나무들이 많이 있었는데 왜 일본 소나무를 심었지 의구심을 갖기도 하였었다. 좀 더 오르니 제1전망대가 있었다. 가진바위라는 바위가 앞쪽에 있다. 보물을 가진 바위라고 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정자애 잠시 쉬었다 다시 올랐다. 몇 분 오르니 개심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산 아래로 내려가면 절이 있다. 이 절이 보물에 속하는지는 몰라도 대웅전 안에 있는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불상이 다른 절과 차별성을 느끼게 한다

     

  사십여분 올랐을까?  239미터라는 글씨와 함께 칠보산 정상이라는 화강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설치일자가 2013. 2. 3. 일로 되어있다. 표지판이 있기 전에는 이곳이 정상인지도 몰랐다. 옆의 쉼터에는 먼저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온 음식들을 먹는다. 점심도 준비하지 않은 터라 과자와 복숭아를 꺼내 아내와 함께 먹었다. 등산 준비도 없이 올라 온 것이 좀 아쉬웠다.

이 곳에서는 화성시에서 제일 높다는 328미터의 건달산이 보였다. 또 시야가 트이는 곳에 화성시 어천저수지가 있고, 그 위애 경부 고속철도가 놓여있다. 달리는 기차는 나를 태우고 멀리 부산으로 달리는 듯하다. 아래쪽에서 군가가 들려온다. 부대가 있기 때문이다. 훈련받는 제식훈련 목소리가 우렁차고 씩씩하게 들린다.

  저 앞쪽으로 제2전망대가 보인다. 멀지 않아 십여분 만에 도착하였다. 이곳 용화사 정상에는 그동안 많이 올라왔었다. 넓직한 전망대는 수원시가 내려다 보인다. 저 멀리 광교산부터 팔달산 숙지산과 수원 시내의 많은 집들이 보인다. 내가 살았던 영화동도 찾아본다. 삼십여년을 저곳에서 희노애락을 했으니 그 때를 다시 그려본다.

앞쪽으로 보이는 곳은 서수원이다. 수원 시세가 동쪽에서 남쪽으로 뻗다가 이제는 서쪽으로 발전하는 모양이다. 시작되는 도시는 아직 집들이 많지는 않다. 앞으로 이 지역이 발전하면 더욱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 같아 이사 가고 싶은 생각도 해본다. 여기서도 직장 다닐 때 생각이 떠오른다. 저 앞에서의 식목행사로 나무를 심었었다, 산불이 나 전 직원이 동원되어 산기슭에서 나뭇가지로 불을 끄던 일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심호흡을 크게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삼백여 미터 내려오니 네 갈래 길이다. 용화사 절로 내려가는 길, 칠보산 기도원으로 내려가는 길, 천천리 마을로 내려가는 길, 또 군부대로 올라가는 길이다. 용화사 절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으로 되어 있다. 칠보산 기도원길은 콘크리트 포장도로이다. 그래서 조금 내려가다가는 화성시 원평리 방향 산길로 들어선다. 화성시 매송면에서 설치한 쉼터가 저 아래 어천 저수지 와 그 위를 달리는 고속철도의 그림을 아름답게 그린다. 오후에 산으로 내려오는 석양은 카메라를 두고 온 것을 후회하게 한다. 계속 내려오는 산길은 동네 뒷동산으로 걷는 산책길 정도이다. 가끔은 교회에서 따뜻한 커피를 나누어 주며 선교 활동을 하기도 한다.

용화사 네거리에서 직진으로 산을 오르면 군부대이다. 우리집 창문에서는 군부대 막사가 보인다. 새벽에 아침 기상 나팔소리에 점호하는 씩씩한 군인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나팔소리도 씩씩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군부대 철조망 옆에는 계단이 놓여있다. 그 길을 오르면 비행기 헬기장이 있고 하산하는 코스이다. 좀더 내려가면 서수원이 보이는 제3전망대가 있다. 전망대가 높지는 않지만 북쪽에는 수원 시내가, 남쪽으로는 봉담 시내가 보인다. 그 중에는 내가 살고 있는 동남아파트도 있다. 잠시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작은 쉼터와 운동시설 옆에 수원 광명 도로 개설공사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자주 다니던 능선길이 아닌, 옆 골짜기로 내려가라고 표시가 되어있었다. 도로 개설로 등산로가 바뀐 것이다. 거의 다 내려오니 자동차 전용도로에는 차량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자주 이용하는 도로로서 수시로 차량 지체가 심한 구간이다.

  등산한 칠보산을 다시 쳐다 보았다. 오르내린 저 산이 오늘도 아내와의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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