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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8 11:25
 글쓴이 : 도일운
조회 : 667  

가을의 문턱에서


                                                                     황정환   


죽은 자는 살아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좋은지를 모른다. 살아있다는 것은 더할 수 없는 행복이며 축복이다. 그러니 삶에 집착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사실 살아있는 순간이 매순간 다 행복하기만한 것은 아니다. 괴로울 때도 많다. 살아있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끝없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여간 힘들 지가 않다. 옛날 같으면 전답을 일구어놓고 인격수양을 위해서 책이나 읽으면 그만이었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매사 남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개발을 끝도 없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경쟁자에게 뒤처질지 모른다. 그러니 한가하게 좋아하는 책이나 붙들고 있을 여유가 없다. 눈만 뜨면 시간에 쫓긴다. 그 때문에 살아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는 사실을 잊고 가끔씩은 괴로워한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살아 있을 때가 좋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옛말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었을까. 

살아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은 죽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 여기서 두려움의 공포가 우리를 사로잡는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죽어도 이 좋은 세상은 언제까지고 계속 된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 쏙 하니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이 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랑하는 모든 것을 두고 나만 떠나야 한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나는 누구이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축복 받은 이 삶은 언제쯤 멈추는 것인가?‘

 ‘죽으면 모든 것은 그것으로 끝인가? 더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인가?’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죽음 앞에서는 부모형제도 자식도 명예도 지위도 소용없다. 

나는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동네 어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마을에 처음 들어 선 사람(마을교회에 부흥회연사로 초대된 유명한 목사)가 아이들에게 길을 물었다. 

"얘들아! 00교회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니?"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길을 물은 목사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말했다.

"너희들도 저녁에 교회로 오너라!" 그러자 아이들이 "왜요?"하고 물었다. 목사는 길을 물을 때와는 달리 근엄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교회로 오면 아저씨가 너희들에게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알려줄게."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배를 잡고 까르르 웃고 넘어갔다. 

"우와, 저 아저씨 웃긴다! 교회로 가는 길도 몰라 우리한테 물어보면서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알려 준데, 순 엉터리!"

길을 아는 것과, 아는 길을 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나도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다. 주말마다 교회에 나가 주님을 영접하고 착한 일을 하면 된다. 착한일이야 어떻게 마음먹고 해본다고 하지만 주님을 영접할 수가 없다. 주님이 하늘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떻게 영접 할 것인가? 내가 이렇게 말하면 믿는 사람들은 말한다. 처음에는 자신들도 그랬다고, 그렇지만 시간이 가면서 믿게 된다고. 과연 그렇게 될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다. 만일 내가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주님은 하늘에 있을 거야하고 억지로 믿으려는 데서 오는 일종의 자기 최면이요 환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나에게는 진실이 아니다. 그러니 어찌 그것을 믿을 것인가.


어느새 가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기까지 하다. 새벽에는 절로 이불이 당겨진다. 머지않아 산은 단풍으로 물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단풍이지면서 나무는 긴 겨울을 혼자 떨고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봄,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다. 

세월이 가면서 내 곁을 떠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잃어버린 사람들이 벌써 하나 둘이 아니다. 엊그제도 또 한 사람 떠났다. 도대체 그들은 이 좋은 세상을 놔두고 어디로 가는 것인가. 부디 그 곳이 이곳보다 좋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가다가 어디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지나 않는지……. 

청명한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건만 가을의 문턱에선 내 마음은 엉뚱한 생각으로 복잡하고 뒤숭숭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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