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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6 06:48
 글쓴이 : 요세미티곰
조회 : 278  

펨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덕담을 나눈 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닷새가 지났군요.

세월의 속도에도 온도처럼 체감 속도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월이 시계의 초침처럼 일정하게 아날로그로 가지 않고 나이 들수록 그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니 말입니다. 시속時速도 시속時俗따라 디지털로 흐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얼마 전 기사에서 읽은 펨토초라는 시간 단위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포항공대가 스웨덴의 스톡홀름대 등과 공동으로 1세기 동안 베일에 싸였던 물의 비밀'을 풀었다고 합니다. “물은 다른 액체와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액체들은 고체가 되면 부피가 감소하지만 물은 액체 상태인 얼음이 되면 오히려 부피가 늘어난다.”것을 공동연구진이 밝혀냈다는 것입니다.

물이 이런 현상을 보이는 원인이 '구조 변화'에 기인할 거라는 이론은 존재했지만, 실험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는데 이는 물의 구조 변화가 펨토초(1천 조1) 단위로 이뤄져 측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가 포항에 있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를 이용,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인데 세계 최고 수준의 이 가속기가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여 햇빛의 100배에 이르는 강렬한 엑스레이 레이저 섬광을 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 기사를 몇 번이나 되풀이 읽었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기사를 소개하는 것은 “1천조 1초라는 펨토초라든가 햇빛의 100경 배라는 용어들이 나의 흥미를 끌었던 때문입니다.

1조를 숫자로 표기하면 012, 그러니까 1천조 분의 1이라는 펨토초는 015개가 붙는 1,000,000,000,000,000분의 1초가 되는 것입니다.

1경은 1조의 , 이것을 숫자로 표시하면 10,000,000,000,000,000, 016개가 붙습니다.

과연 1초라는 시간을 1천조 분의 1로 쪼갤 수 있는 것일까? 1조의 만 배, 경의 백배라는 속도를 어떻게 측정한다는 말인가?

이런 숫자들은 물론 나에게 아무런 느낌을 주지 못했고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내가 전혀 이해할 수는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나는 여기서 펨토초와 대조적으로 겁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겁이란 산스크리트(Sanscrit)어로 칼파Kalpa를 음역한 것인데 불경佛經에서는 사방과 상하로 1유순(由旬 15km)이나 되는 철성(鐵城)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마다 한 알씩을 꺼내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 또는 사방이 1유순이나 되는 큰 반석(盤石)100년마다 한 번씩 얇은 천으로 닦아 그 돌이 다 마멸되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우주가 시작되어 파괴되기까지의 시간즉 우주의 생장과 소멸에 적용되는 시간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 겁이라는 시간에 대해 지극히 짧은 시간을 가리켜 찰나라는 말을 쓰는데 내 짐작으로 찰나는 아마도 펨토초보다도 더 짧은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이 겁이라는 시간 단위를 사용하여 사람의 인연을 소개하고 있지요.

옷깃 한번 스친 인연은 5백겁에 한 번 만나는 인연이고 부부는 7천겁에 다시 만나는 인연이며 부모 자식은 8천겁, 형제자매는 9천겁에 걸친 윤회 끝에 만나는 인연이라는 것입니다.

부부보다 부모, 부모보다 형제간의 연기緣起가 더 긴 세월을 소요로 함은 뜻밖입니다.

 

우주가 망해도 수천 번을 거듭하고서야 만나게 되는 인연이라면 차라리 다시 만날 수 없는 인연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것이 서로 아낌없이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100세 시대가 왔다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우리들의 인연에 비하면 펨토초보다 더 짧은 게 우리 인생이 아닐까요.

요즘 욜로(‘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준말)라는 말이 유행하더군요.

나에게 주어진 펨토초의 욜로를 더 없이 충실하게 그리고 보람 있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새해에는 이웃 친구 형제 부모 그리고 부부 간에 아낌없이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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