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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7 13:06
 글쓴이 : 혜안임세규
조회 : 66  
남산.

남산밑 용산구 후암동에는 징병을 위해서 신체검사를 하는 서울 지방 병무청이 있었다.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과 키.몸무게.시력등 기본적인 건강 검진과 설문지를 받고
현역병 판정을 받았다.

입영 통지서를 받기까지는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했다.

그날 아침 아버지는 신체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하자 장소가 어디인지 물으셨다.

후암동이고  오전이면 끝날것 같다 라고 말씀 드리자 오후 1시쯤에
점심을 같이 먹자 하셨다.

신체 검사가 끝난후  아버지와 함께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남산을  올랐다.

평일 오후의 남산은 고즈넉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이엇던가..

아버지와 한살 터울인 누이와 나 이렇게 셋이서 남산에 갔고

끝도 없을것 같은 무수히 많은 계단을  오르며 진심반 꾀병반으로 투덜거리자
아버지는 나를 업고 한 손으로는 누이의 손을 잡고 남산을 올랐다.

정상에 도달 했을때 "구 구 구" 살이 통통한 비둘기들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팔각정위에 걸터앉아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스께끼..아이스께끼.."

빛 바랜 군복 상의를 입고 한쪽 팔에는 갈고리를 하고 있는 상이 군인 아저씨가 
하얀색 ice box 를 어깨에 걸치고 

"아이스께끼..아이스께끼"를 연발하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버지는 누이와 내게 아이스께끼를 하나씩 손에 쥐어 주셨다.

아버지와 잠시 남산 중턱 벤치 위에 앉았다.

희끗 희끗 아버지의 흰 머리 위로 햇살이  부서져 반짝인다.

아버지는 당신의 군대 생활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당시 시대 상황이 다들 어려웠고 수시로 밥을 굶던 시절이라
군대에서 삼시 세끼 주던 밥은 그나마 배를  골지 않으셨다 .했고

식사를 할때는 매번  큰소리로 "감사히 먹겠습니다 "라는 구호와 함께
밥과 반찬을 먹을때도 90도 직각으로 먹어야 했다고 하셨다.

G.O.P라는 곳은 북한을 바로 눈앞에둔 최전방 이라 지금도
군생활을 하기에 힘든곳이다.

아버지는 전우들과 함께 산을 넘고 지게로 자재를 운반 해서
지금의 G.O.P건물을  지었다 하셨다.

민주화 이전의 군대 모습이라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 하신것 같았다.

아버지와 함께 남산 중턱  계단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

남산을 오르며 아버지와 참 많은 대화를 나눈것 같다.

어머니를 만난 이야기.
누이가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던날.
내가  서울 신정동에서 태어나던날.

어느덧 남산 정상에 다다르자 팔각정이 시야에 들어온다.

1982년 여름의 아버지와 누이와 내가 함께 있다.

남산 타워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은 시간이 잠시 멈춘듯
모든것이 정지되어 있는 듯한풍경 이었으나

간간히 움직이는  작은 차들로 인해 아무일도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네 아버지 세대가 그러하듯
아버지는 사랑 이라는 표현에 인색하시다. 

어느새 다 자라 성인이된 아들과 함께 남산에 오르셨던 것이
아버지가 내게 주신 사랑의 표현 방법 이었던 것이다.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남산은 시야가 트인 서울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다.

남산을 바라볼때면 지금의 내 나이와 같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남산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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