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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03 01:54
 글쓴이 : 김용호
조회 : 283  
연녹색 나이

신팔복

햇볕이 좋은 날씨다.
완주와 진안을 잇는 모래잿길로 한가하게 운전하며 진안으로 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 개나리, 목련, 벚나무의 꽃들이 모두 지고 물오른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는다.
가지마다 연녹색 이파리가 어우러져 있다.
막 달걀 껍데기를 깨고 나온 병아리의 깃털처럼 곱고 어린애
속살같이 부드럽게 보인다.

옆 좌석에 앉은 아내가 일 년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색깔이라며 좋아한다.
이맘때 볼 수 있는 연녹색 나뭇잎은 한여름 무성한 초록색보다
더 여린 비단결이다.
녹색 단풍나무 사이에 갈색 단풍 몇 그루가 다문화가족처럼 자리 잡고 있다.
녹색과 갈색이 잘 어우러져 살았으면 좋겠다.
바위를 기어오르는 담쟁이넝쿨도, 훌쩍 키가 큰 참나무도 봄의
색깔로 단장하고 있다.
고갯마루에서 산을 내려다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온통 녹색물결이다.
옅고 짙음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은은한 연록이 내 마음을 정화해 주는 듯 무한한 평화를 느낀다.
나는 지금 또 한 해를 알뜰하게 꾸리려는 나무들의 희망을 보고 있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의 자태가 곱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를 좋아하고 산을 찾는가 보다.
산림 속 신선한 공기와 풍부한 산소는 현대생활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휴식과 사색으로 이끈다.
요즘 산림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있다.
머리를 맑게 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드는 산림욕은 아픈 몸을
치유하는 새로운 건강법이다.
울창한 숲 속에 들어가면 음이온과 휘발성 항균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를 수목이 내뿜고 있어 신선함과
숲의 향기를 동시에 느낀다.
이들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줘 신경안정, 피로해소,
식욕증진 등에 큰 효과가 있고, 아토피나 천식에 도움이 된다.
숲이 주는 큰 혜택이다.

산림욕은 식물 생육이 왕성한 봄부터 가을까지 즐길 수 있다.
특히 어린잎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초여름이 좋은데 이왕이면
날씨가 맑고 기온이 높으며 바람이 부는 날이 좋다.
광합성 작용으로 피톤치드가 많이 발생하는 정오를 전후한 시간이 좋고,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림이나 삼나무, 편백나무 등
상록수림의 숲 중앙 쪽의 공기가 오염물질이 적어 좋다고 한다.
옷은 통풍이 잘되고 가벼우면 되겠다.

마이산 북부 주차장에 차를 두고 산길을 오르며 심호흡을 한다.
자연의 신비를 느끼며 사색에 잠긴다.
자연의 색이 계절마다 바뀐다.
그렇다면 계절을 대표하는 나무도 있을 터이다.
봄은 산 벗이 좋고, 여름은 느티나무 그늘이 좋다.
가을은 단풍나무, 겨울은 낙락장송(落落長松)이겠다.

색은 어떤 나이일까? 생각은 깊어진다.
연녹색은 15세 미만인 유소년의 시절일 것이다.
초록은 젊은 청년기요, 파랑은 장년기, 갈색 단풍은 노년기, 흰색이나
검정은 인생의 종말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상복은 검정이나 소복을 하는가 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은 이미 색으로도 인생을 표현한 게 아닐까?

지금은 연녹색 유소년의 계절이다.
또 한 해의 알뜰한 삶을 시작하는 시기다.
꿈에 부풀었던 내 연녹색 시절은 지났어도, 가을에 열매를 거둘
나무들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준비하는 것처럼 나도 자연을 교훈 삼아
내 삶의 내실(內實)을 다져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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