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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31 21:31
 글쓴이 : 김용호
조회 : 203  
내가 N읍의 산사로 간 까닭은

박미향

산사의 겨울은 살을 에이는 듯한 혹독한 추위가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
새벽 예불에 참석하기 위해서 노스님의 독경에 맞춰서 절을 하고
난 피 터지는 절규로 부처님의 미소 앞에 간절히 구했다.
"부처님! 이 죄 많은 중생 당신의 자비 앞에 무릎 꿇었으니 굽어
살펴 주시 옵소서.
사지에서 이 구차한 목숨만 구하기 위해서 떠나온 가증스런 에미를
용서하시고 이 몸을 빌어 타고난 죄 없는 아이들을
당신의 자비 속으로 끌어안아 주십시오."
남편이 의도적으로 마신 술기운의 힘을 빌어 평소의 불만을 토로
해야 하는 광기 앞에서 난 머리에 칼이 찔렸다. 다행이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쉽게 지혈되지 않은 선혈을 쏟으면서 겨울의 차가운
새벽에 택시를 탔다.
뚜렷한 목적지도 없는 난 작은 기도도량인 산사를 찾았고 거기서
악연으로만 점철된 남편과의 지독한 불행을 접게 해 달라고
간절히 구했다.
산사에는 무서운 인상을 하신 노스님과 몸이 불편한
"연화"라는 공양주가 계셨다. 또 각자 속세의 어떤 고통으로
이 곳으로 흘러들어 왔는지 몰라도 나 빼고 두 분이 더 계셨다.
한 분은 오십대 중반의 아주머니인데 기도에만 몰두하시고
또 한 분은 사십대 후반의 남자분 이었다.
안경 너머로 카리스마가 느껴질 정도로 차갑고 이지적으로 보였는데
미소는 너무 편안해 보였다.
몸이 불편 하셔서 계신다는 것 외에는. "보살! 젊은 보살이 살기에는
이 곳이 불편하겠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구하는 게 있다면
뭔가 얻어 가도록 해요."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 됐고 산사의 식구들에 내가 합류가 되었다.
새벽에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깨끗한 물을 떠서 부처님의 목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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