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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13 19:57
 글쓴이 : 김용호
조회 : 60  
여수 백야도(白也島)

신팔복

여행은 생활에 또다른 활력소가 된다.
요즘 아내와 나는 가끔 나들이를 하고 싶으면 길을 나서는데
이번에는 여수에 가보고 싶었다.
컴퓨터로 지도를 펼쳐보니 여수 앞바다의 수많은 섬과 푸른 바다가 나타났다.
여수반도의 남단에 있는 백야도가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기차만
타면 될 것 같았다.
배낭을 챙기고 서둘러 전주역에서 KTX(고속열차)를 탔다.
싸늘한 공기를 뚫고 빠르게 달리던 기차는 금세 여수 엑스포역에 도착했다.
관광안내소에서 안내를 받아 시내버스를 탔다.
시가지를 벗어난 버스의 차창 밖은 어느새 따스한 봄기운이 돌았다.
벌써 일을 시작하는 낯선 농촌마을을 지나갔다.
낮은 언덕 너머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주민이 내리더니 이제는 우리 내외가 전세를 낸 것 같았다.

마침내 확 터진 바다가 좌우에 나타났고 백야도가 눈앞에 보였다.
하얀 백야대교를 건넜다.
무척 높아 보이는 백야대교는 길이가 325m인 아치형 다리로 2005년 4월에
준공하여 여수시 화양면 남쪽 끝마을 힛도와 연륙되어 있었다.
백야도는 비교적 작은 섬(3.08㎢)으로 백야리 종점은 주택이
그리 많지 않았다.
여느 농촌처럼 보이는 작은 항구였다.
조업을 나가지 않은 작은 어선 몇 척이 따스한 햇볕 아래서 조는 듯
정박해 있었다.
드넓은 여수만의 푸른 바다 멀리 돌산도가 물안개에 덮여 희뿌옇게 드러났다.
문학기행으로 향일암에 갔을 때 막걸리와 먹었던 돌산 갓김치의
향긋한 맛이 머리를 스쳤다.

막차시간을 확인하고 언덕을 넘어 남쪽 몽돌해변으로 갔다.
섬이 작아 해변도 좁지만, 언덕엔 우람한 해송이 쭉쭉 뻗어있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섬들 사이로 아스라이 바닷길도 뚫려있었다.
멀리 가까이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섬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다.
파도에 부딪히며 수백만 년을 견뎌온 벼랑은 온통 검은색이었고,
분(粉) 바른 새색시 얼굴처럼 낯빛도 고운 몽돌들이 시간을 잊은 채
뒹굴고 있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한가롭게 출렁대는 파도를 보며 멀리 펼쳐진
몽돌 위를 천천히 걸었다.
발아래 밟히는 잔돌들이 잘그락잘그락 소리를 낸다.
한참을 걷다가 고운 돌을 만져보고 돌탑을 쌓았다.
어찌 이리도 곱고 단단할까! 거센 폭풍과 파도에 밀려 부서지고 깨지며
딸그락 소리로 아픔을 달래고, 속으로 참고 견뎌 알심으로 굳어져 있으니
어느 세파에도 끄떡없을 달관한 도인의 마음을 간직한 듯 보였다.
한가롭게 출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아무런 생각 없이
마냥 쉬고 싶은 풍광이었다.

몽돌밭을 나와 포장도로를 따라 등대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양지바른 자드락밭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일하는 노부부가
겨울을 지난 마늘밭을 가꾸고 있었다.
가족이 모여 경운기로 밭을 갈아 골을 내고 감자도 심는다.
밭가에 두어 대의 자가용이 있는 걸 보아 부모님을 도우러 찾아온
자식들인 성싶었다.
모두가 봄의 희망을 가꾸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예상밖의 일을 목격했다.
‘이라, 자라.’ 하며 소를 몰아 노인이 밭을 갈고 있었다. ‘
아직도 소 쟁기가 남아 있다니!’
현대 기계문명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은 옛날부터 소를 다뤄왔을 것인데,
소도 밭갈이가 몸에 배었는지 용케도 주인의 말뜻을 제대로 알아듣고
한 발씩 느린 걸음을 옮겨갔다.

날카로운 쟁기의 보습에 긁힌 흙은 힘없이 갈려 나왔다.
더러는 작은 돌도 뽑혔는데 쟁기가 지나간 자리는 가르마 같이 골이 타졌다.
보기 드문 장면이라 한참 동안 동영상을 찍는데 노인과 시선이 마주쳐서
목례를 건넸다.
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을 보았던 것처럼 그의 부인도
밭두렁에 서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가축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지어왔다.
소는 농사에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가족과 같았다.
쟁기를 끌 수 있도록 길들이는 소의 고삐를 잡고 아버지의 밭갈이를
도왔던 추억은 잊을 수가 없다.

백야도의 남동쪽에 설치된 백야등대는 백색 원형 철근콘크리트로 11m 높이의
유인 등대였다.
1928년에 건립되어 올해로 90해가 된다.
1983년에 개축해서 국내기술로 개발한 중형 등명기(燈明機)를 설치하여
20초에 1섬광(FlW20s)의 섬백광을 비추고 있다.
이곳 35km 이내의 해상을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을 돕는 등대였다.
여수만과 푸른 바다 고흥반도 외나로도를 오가는 배의 안전 항해도
지켜 줄 것이다.
태풍이 몰려오는 깊은 밤, 잠도 잊은 채 등대를 지켰을 등대지기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산골에서 자란 나에겐 바다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확 트인 푸른 바다와 점점이 내려앉은 섬들의 전경이 마음을 포근히
감싸줄 때면 나이를 잊은 채 어린애가 되곤 한다.
연륙교가 놓인 백야도는 이제는 섬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집들이 하나둘씩 산기슭에 들어선 걸 보면 돌아오는 섬마을이
될 것 같아 보였다.
돌아오는 기찻길은 피로를 잊은 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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