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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2 01:41
 글쓴이 : 지명이
조회 : 66  

차는 죽어도 부부는 살았다

김지명

 

  칠순 여행 떠난다나무는 수백 세기를 살지만한 세기를 넘길까 걱정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살다보니 칠순이란 나이에 도달했다아내는 칠순 여행을 국내에서 곳곳을 둘러보자고 제의한다반세기를 넘게 살아오면서 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하고 이십오 년을 함께 달리던 회색 쏘나타승용차에 부부가 앉았다서해안으로 구석구석 나들이 하려고 크고 작은 도시를 망라하고 돌아다닌다남도의 볼거리는 빠짐없이 찾아다녔으며 음식 맛에 취한다.

  서해안 고속도로로 과속으로 달려가는데 정체불명의 물체가 앞을 막았다거리는 약 백 미터도 되지 않아 피할 수 있는지 긴박한 순간이다시속 130km 달리는 속도는 1초에 약 30m가 넘는 거리를 스쳐 간다. 3초면 물체와 부딪치게 된다너무나 짧은 순간이지만놀라워하면서도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지 않고 가볍게 눌렀다노면에 물기 때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인을 박으려 하는 순간 핸들을 가볍게 조작했다승용차는 속도에 의해 미끄러졌지만노련한 운전 솜씨로 비상등을 켜고 도로 언저리에 차를 세웠다.

  한숨을 쉬며 차에 앉아 일진이 좋지 않은지 혼을 잃은 듯 한참을 서 있었다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안정되어 가던 길을 계속 달릴 수 있었다이동식 내비게이션에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충청도 화성 방조제 길로 달려가다 내비게이션에는 차가 바다 위로 달려가고 있었다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여 차를 삼거리 도로 언저리에 세워놓고 내비게이션을 들러다보고 있었다.

  뒤따라오던 탱크로리 기사가 졸음운전 하다가 갑자기 앞에서 물체를 발견하고 핸들을 돌렸는지 정면으로 박지 않고 측면을 사정없이 받아버렸다꽝 하면서 차는 앞쪽으로 튕기면서 가드레인을 사정없이 받았다.천만다행으로 차는 죽어도 부부는 죽지 않았다정면으로 받았더라면 둘 다 죽었을 수도 있었는데 운명의 끈은 여기까지가 아닌 모양이다내가 정신을 차리고 차 밖으로 나오려니 문이 찌구려져 열리지 않는다아내는 목을 잡고 멍하니 앉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노련한 운전 실력을 자랑하다 결국 죽음의 문턱에서 아내에게 속죄하며 말없이 고개 숙였다그 순간 사고를 유발한 탱크로리는 앞에서 중앙분리대를 박고 튕겨나 넘어져 기름은 도로 언저리 개울로 흘러든다내 차는 망가져 폐차하고 말았지만아내는 알 수 없는 상처에 깊은 감정이 치솟았는지 아무런 말이 없다아내는 여행도 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다며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어떤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경찰차가 오더니 뒤이어 구급차가 따라온다이게 끝이 아니다고속도로 순찰차와 레커차도 뒤를 잇는다고속도로 순찰차 기사는 기물이 파괴되지 않았다며 조심운전 하라고 권하고 되돌아간다구급차에서 내린 안전요원은 몸에 이상이 있으면 구급차에 오르자고 권하지만이 상황을 처리하고 간다고 했다모두가 자기들의 이익만 노리고 놀라서 당황한 당사자에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레커차는 넘어진 탱크로리를 바로 세우더니 흐르는 기름을 정지시키고 측면에 부딪쳐 부서진 타이어와 옆에 부서진 부분을 수리해야 하겠다며 정비공장으로 끌고 간다뒤이어 또 다른 레커차가 달려왔다보험회사와 결탁한 정비공장의 레커자다내 차를 견인하려고 달려온 모양이다내 차는 수리비가 중고차 매매가격보다 배로 나오니 폐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험회사 직원이 현장에서 사고처리 할 때까지 파괴된 차량을 바라보았다사고 낸 차량의 보험회사 직원이 달려와 상황을 살펴보더니 말을 붙인다. 7:3의 비율이라고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한다보험회사직원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조용히 따졌다아내는 목뼈에 금이 갔으니 육 개월 입원해야 하고 내 머리는 터질 것 같으니 삼 개월 이상은 입원해야 하겠으니 이런 사실을 적으라고 했다.

보험회사 직원은 어떻게 했으면 좋게 합의할 수 있는지 묻는다우리 부부가 병원에 가지 않는 조건으로 가해자가 백 프로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라고 권했다보험회사 직원은 미소를 보이며 그렇게 하겠다며 즉시 렌터카를 불러준다합의서에 서로 의의가 없다는 뜻으로 사인하고 훗일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다는 말에 보험회사 직원은 얼마나 좋았는지 입가에 미소를 멈추지 못한다.

  사람마다 삶의 흐름이 다르므로 행로 또한 같은 길을 걷는 동행자는 없다아내에게 목이 어떤가 하고 물었는데 그렇게 합의했으면 이젠 변경할 수 없으니 아파도 참아야 한다며 목을 감싸 안고 고개 숙인다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색깔의 그랜저렌터카 중형승용차가 도착한다차량의 외부를 치밀하게 조사하고 넘겨받았다아내를 렌터카 조수석에 앉히고 운전석에 앉아 방향을 집으로 바꾸어 달리면서 안전속도를 지켰다.

  나이가 들었으니 경제권이 아내에게 있으니 어떤 차를 구매할 것인지 물었다아내는 언니가 도움을 줄 때까지 차 없이 버티어보자고 한다아내의 말에 동감하고 버스나 지하철로 이용하겠다고 했다언니와 형부를 조루더라도 새로운 승용차를 구매하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한다만약에 동서가 타던 승용차를 가져가라면 싫다고 해라 반드시 최근에 생산한 승용차로 구입하되 색깔은 아내에게 맡겼다.

  평소엔 과속으로 달리고 다녔으나 앞으로 안전운전 한다고 약속하고 아내의 손을 잡았다아내는 렌터카 조수석에 앉더니 혼자서 구시렁거린다지난번에는 승용차에 오를 때마다 심장이 벌름거렸지만남편이 속죄하고 따뜻한 정을 베푸는 고마움에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반성하는 마음이 기특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살자고 덧붙인다지금 같은 심정이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남편의 차를 타고 가겠다고 말한다여행을 마쳐야 할지 계속해야 하는지 의아하여 망설이다가 집을 향해 달렸다.

  비행기를 탔더라면 이런 수난은 없었을 근데 명 짧은 승용차에 앉았다가 같이 가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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