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작성일 : 18-05-30 00:01
 글쓴이 : 정100
조회 : 178  
어느 노부부와 사륜 오토바이 [소설]


 한가한 어느 봄날 한 소년은 편의점을 가고 있다. 아마도 그는 방랑자 아닌 방랑자였을 것이다. 그는 걷고 또 걷다가 사륜 오토바이를 타며 박스를 주우러 다니는 노부부를 마주쳤다. 그는 생각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박스를 주워, 그것도 서울에서?' 한 소년과 노부부의 대화 없는 첫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소년은 무엇인가 늘 우울했다. 그가 벗이 없어 외롭던 것은 아니다. 그는 늘 무언가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겉은 한없이 밝았고, 활동적이며, 덩치가 컸다. 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늘 사람이 없는 곳이면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푸념했다.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저 넓고 찬란한 우주는 그 소년에게는 끝없는 공허였을 뿐이었다. 그 소년에게 미래는 없었다.
 소년이 그 노부부를 잊어갈 때쯤, 청년은 낙엽이 지는 길목에서 주차된 사륜 오토바이를 봤다. 사륜 오토바이의 박스를 싣는 공간은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었다. 그리고 시트에도 아무도 없었다. 낙엽이 지는 길목에 사륜 오토바이와 소년, 그들뿐이었다. 그는 왠지 모를 허망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허망함이 잊히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소년은 황급히 발걸음을 옮긴 체 사륜 오토바이에 다가가는 노부부를 지켜보았다. 그 노부부에게는 오토바이를 유심히 쳐다보다 도망간 그 소년이 수상쩍었을 테지만 말이다. 생각이 많아 보이지만 무언가 엉성한 그 소년이 그들 노부부에게는 수상쩍지만 재미있는 일종의 이벤트와도 같았다. 시동이 걸리는 사륜 오토바이 모터 소리에 청년은 고개를 홱 돌려 반대 방향을 응시했고 노부부는 무언가 수상한 재미를 등 뒤에 지고 그들의 길을 떠날 뿐이었다.
 집에 돌아온 소년은 그 일을 회상하며 가슴이 뛰었다. 그는 자기 가슴이 왜 뛰는지 알 겨를이 없었고, 여태 그래 보았던 적이 없다. 그것은 마치 삶의 고양감이라도 느낀 양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고, 그 언젠가보다 그 소년의 눈은 숨 쉬고 있었고, 외치고 있었다. 마치 어릴 적 처음 마셔본 콜라의 청량감처럼 어떠한 감정이 그의 기분을 높이 피어오르게끔 했다.
 그 청년이 걷는 길은 어느새 낙엽이 쌓이고, 그 낙엽을 누군가 쓸어 담아내기 시작하며, 하얗게 요동치는 눈이 쌓이고, 그것들이 더럽혀져 가며 녹아가고 있었다. 희던 눈은 고약해져만 갔다. 그 길을 걷는 그에게 그 잔혹한 모습은 가을에 터진 은행의 고약한 냄새보다 더 고약했다. 그것은 아무도 없는 외로움과 극심한 추위에 그들을 기다리는 그의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올 때쯤이었다. 그는 그들의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 선명하다. 아니 선명해야만 한다. 그는 미칠 것 같았다. 이미 낙엽이 덮여버린 박스를 들어 올리는 그들의 모습과 낙엽 부스럭-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섞여버린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 왠지 소년에게 그 날의 길은 특별했다. 그토록 역동적인 그들의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들을 보게 된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겨울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난 후에 그 소년은 그 길에 가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소년은 봄을 맞았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웃고 있었다. 죽어버린 두 눈으로, 뛰지 않는 심장으로, 무리에 섞여서 말이다. 우리에 섞여 큰 8차선 도로 옆 인도를 걷던 도중 그는 보고야 말았다. 박스가 반쯤 실려 사람이 가려진 그 사륜 오토바이를……. 소년은 일행을 두고 아무 말 없이 반대편 차선을 달리고 있는 그것을 응시하며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정말 미친 듯이. 오토바이는 어느덧 사라지고 그가 횡단보도를 건넜을 때, 그 길에서 오른편 길목으로 가면 그가 걷던 길이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쿵쾅쿵쾅' 그 길목으로 들어섰을 땐 그 사륜 오토바이가 있었다. 그는 사륜 오토바이를 응시했다. 10분……. 20분…….그 누구도 오지 않았다. 그 시간을 기다리며 그에게 있던 것은 일행들에게서 오는 전화벨 소리뿐이었다.
 그는 주저앉았다. 그는 살아있는 눈에서 나오는 가득한 진액, 눈물을 닦고 일어나서 편의점을 향했다. 그가 늘 먹었던 밥을 3인분짜리 사 들고 사륜 오토바이 옆에 앉고 그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의 식사가 끝나고 그는 남은 식사의 2인분짜리를 봉투에 담아둔 채, 사륜 오토바이의 손잡이에 걸어둔 채 떠나려는 순간, 편의점 뒤편에서 박스를 가득 끌어안은 채로 나오는 노파를 봤다. 그는 한순간 멈췄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도 그를 아는 눈치였다. 그녀는 먼저 말을 건넸다. 이런 음식들만 먹으면 몸이 상한다고…….그러고는 소년이 걸어둔 음식의 절반을 주고 그에게 권한다. 그는 울먹이며 그녀의 선의를 받아들이고 땅바닥에 앉아 사륜 오토바이에 걸터앉은 그녀의 이야기에 경청했다. 그녀는 소년에 대해 꽤 알고 있었다. 그가 식사를 편의점에서 사 간다는 점, 그가 오토바이를 구경하고 있었던 일들…….여러 가지를 말이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노파 남편의 근황을 물었다. 그 노파는 흐느꼈다. 그 청년도 흐느껴 울었다. 그는 노파의 눈물을 이해했다. 최소한 그 청년의 눈에는 그들이 행복해 보였었기 때문이다. 노파는 흐느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울었다. 청년은 그런 노파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도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 일인 양…….
 그 둘이 울음에 지쳐 갈 때쯤, 해는 져가며 하늘엔 주황빛이 돌았다. 노파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눈물에 젖은 두 손을 꼭 맞잡아준 뒤로 떠났다. 그 청년의 몸만 한, 산더미 같은 박스를 실은 사륜 오토바이를 몰며…….그 청년은 잠시 그 자리를 머물다가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진정한 집으로…….그는 슬펐지만, 그 어떤 때보다 안정돼있었고 눈은 살아있었다. 그의 심장이 진정으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고동은 세상으로, 세상에 외치고 싶었다. "나는 살아있다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36 고독한 일등 도일운 08-18 10
1035 111년만의 폭염 특보/임두환 김용호 08-18 15
1034 호박아 고맙다/윤재석 김용호 08-18 12
1033 <단편소설> 여자의 마음 구식석선 08-15 36
1032 [소설]최마하연4 2009년 7월 30일 목요일 최마하연 08-15 18
1031 [소설]최마하연3 2009년 7월 30일 목요일 최마하연 08-15 11
1030 [소설]최마하연2 2009년 7월 30일 목요일 최마하연 08-14 21
1029 아내에 외출 김해인. 08-12 40
1028 순리順理 김상협 08-10 45
1027 [소설]최마하연1 최마하연 08-06 53
1026 계곡이 좋다/신팔복 김용호 08-05 59
1025 사다리/윤재석 김용호 08-05 27
1024 인간성 회복 김상협 07-25 116
1023 아침을 여는 사람들/윤재석 김용호 07-22 98
1022 모악산에 오르니/신팔복 김용호 07-22 57
1021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2) /임두환 김용호 07-22 41
1020 지혜(智慧)의 나무 泉水 07-20 89
1019 사람 사는 이야기 ♤ 박광호 07-20 277
1018 그녀의 눈물 '태풍의 운무 속으로' <수필> 김영채 07-17 273
1017 헛것이란 말 손계 차영섭 07-13 81
1016 무논에서 풀을 뽑으며/신팔복 김용호 07-12 57
1015 추억의 시냇가/윤재석 김용호 07-12 64
1014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손계 차영섭 07-08 62
1013 비밀번호시대/윤재석 김용호 07-06 62
1012 백세시대를 준비하며/윤재석 김용호 07-06 73
1011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 /임두환 김용호 07-06 51
1010 사패산 김해인. 07-05 107
1009 아내의 얼굴을 보며 손계 차영섭 07-02 93
1008 <소설> 로그인 (Login) 문해 06-30 111
1007 저염식 요세미티곰 06-23 99
 1  2  3  4  5  6  7  8  9  10